인간과 말의 아름다운 교감, 미리 만나는 <카발리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24일 저녁, 싱가포르의 유명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근처에 세워진 <카발리아> 특설 공연장. TV나 영화에서 보던 말들이 눈 앞에서 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카발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노만 라투렐이 지난 2003년 첫 선을 보인 후 미국·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52개 도시를 돌며, 400만 이상의 관객들이 관람한 아트서커스다. ‘카발리아’는 말을 뜻하는 스페인어 카발루(cavalo)와 프랑스어 쉐발(cheval)을 조합해 만든 단어다.

이 작품은 캐나다·스페인·프랑스 등에서 공수된 50마리 말과 33명의 배우(기수와 곡예사)들이 출연하며, 특정 줄거리 없이 붉은 사막·광활한 초원·토굴·눈 내리는 설원·중세 성 등을 테마로 다양한 승마술과 화려한 곡예 등 볼거리를 펼쳐낸다.


곡예사들이 인간 탑 쌓기·텀블링·민속춤 등으로 분위기를 띄우면 말들이 등장하여 전력 질주를 하거나, 라이브 밴드의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른다. 또한 여러 말의 말들이 한 방향으로 돌며 아름다운 군무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수들의 다양한 승마술도 빼 놓을 수가 없는데, 한 명의 기수가 두 마리의 말을 이끌고 달리다 통나무를 넘기도 하고 이어 네 마리를 한 번에 끌고 달리기도 한다. 말들이 무대 위를 질주하는 동안 기수들은 말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또한 기수들은 말 등 위에서 두 발로 서는 로만 라이드, 안장 없이 타는 베어백 라이딩, 빠르게 질주하는 트릭 라이딩 등 다양한 승마 기술을 선보였다.

땅에서 말들이 주연이라면, 하늘에서는 여성 곡예사들의 화려한 플라잉 곡예가 주인공이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플라잉 곡예는 그 강도가 점점 세진다.

공연의 백미는 마지막 중세 성 신. 백마들과 곡예사들은 서로 교차 질주하거나, 물 웅덩이를 내달린다.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몽환적으로 연출되어 신비롭고 황홀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카발리아>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승마술은 말들과 기수들의 신뢰를 전제로 한다. 이에 제작진은 말들에게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매일 말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말들을 샤워 시켜주고 털을 관리하는 담당 스태프도 따로 둔다. 7~8살 된 말들이 전속 기수들과 5~6개월 정도 훈련기간을 거쳐서 무대에 서게 되는데, 이 기간을 통해 말과 기수들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말이 공연을 마치면 기수들은 손으로 말의 얼굴을 쓰담으며 애정을 표시한다.


이날 약 이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빅탑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은 말이 질주를 하거나, 곡예사들과 다양한 승마술을 보일 때마다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질렀다.

어머니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40대 싱가포르인은 “너무 감명 깊었고, 아름답고 매혹적인 공연이었다. 말과 무용수가 완전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입가의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카발리아>는 줄거리가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 완결된 스토리가 없다는 것과 말에 대해 환경적·정서적으로 익숙치 않는 부분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빼어난 근육과 윤기나는 털, 아름다운 갈기를 자랑하는 잘 관리된 말들과 곡예사들의 아름다운 교감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다른 공연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공연이 끝난 후 오는 11월 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카발리아>를 만날 수 있으며, 한국 공연을 위해 너비 2,400여 평방미터, 높이 30미터(10층 빌딩 높이), 무대 넓이 50미터의 대형 화이트 빅탑이 제작될 예정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C-Liv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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