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결한장> 이처럼 유쾌하게 이들과 어깨동무할 수 있다면
작성일2014.10.14
조회수8,451
즐겁다. 유쾌하다.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두결한장>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 있다. 이러한 특성이 더욱 빛나는 건 이 작품이 쉽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주제가 아닌, 성소수자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고민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제목은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결혼은 흔히 말하는 평범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종합병원 내과 의사인 민수는 게이이지만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위치에 얽매어 그 사실을 외부에 철저히 숨기고 사는 인물이다.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의사 효진은 오랜 시간 사귀어온 동성 애인 서영이 있다. 이들은 '아들이 가정을 꾸리기 바라는 부모를 위해', 그리고 '아이 입양 절차에 필요한 법적 정상(남자) 남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신랑, 신부가 되어 계약 결혼하게 된다. 독거남 민수의 집과 효진, 서영 커플의 집은 은밀한 통로로 연결되어 유사시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발하고 유쾌한 설정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이해가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고 하는 2014년에도 여전히 사회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는 성소수자들의 고민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조건적인 이해 또는 설득이 아닌 이들이 놓인 사회와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는 캐릭터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솔직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삶의 기쁨과 사랑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티나와, 그러지 못해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는 민수는 이 작품이 진실로 나누고 싶어하는 고민들일 것이다. 서영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설정해 이 과정을 독자들이 잘 관찰할 수 있게 이끈 것도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적절한 상황 설정 및 캐릭터들에 비해 작품 전체적으로는 장면 표현 및 구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우선 음악이 극에 등장하고 있으나 장르로 규정할 만큼 효과적이거나 독보적인 쓰임은 아니라 음악극보다 연극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적절할 듯 하다. 티나를 포함한 게이 친구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여성스러움'으로 표현해 오히려 보는 이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너무나 일편적인 표현방법과 유치함 사이를 넘나들기도 하는 장면들은 오히려 극의 몰임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 웃음에서 절절한 슬픔으로 이어지는 연결선이 다급한 면도 없지 않다.
극이 있기 전에 먼저 영화와 만화가 있었다. 동명의 독립영화는 5만 명이라는 뜻깊은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고 이는 분명 이야기가 무대로 향하게 한 힘이 되었을 터이다. 형태가 어떠하든 메시지의 힘이 강하고 그곳을 향한 시선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두결한장>을 향한 박수소리로 알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두결한장>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 있다. 이러한 특성이 더욱 빛나는 건 이 작품이 쉽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주제가 아닌, 성소수자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고민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제목은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결혼은 흔히 말하는 평범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종합병원 내과 의사인 민수는 게이이지만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위치에 얽매어 그 사실을 외부에 철저히 숨기고 사는 인물이다.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의사 효진은 오랜 시간 사귀어온 동성 애인 서영이 있다. 이들은 '아들이 가정을 꾸리기 바라는 부모를 위해', 그리고 '아이 입양 절차에 필요한 법적 정상(남자) 남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신랑, 신부가 되어 계약 결혼하게 된다. 독거남 민수의 집과 효진, 서영 커플의 집은 은밀한 통로로 연결되어 유사시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발하고 유쾌한 설정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이해가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고 하는 2014년에도 여전히 사회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는 성소수자들의 고민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조건적인 이해 또는 설득이 아닌 이들이 놓인 사회와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는 캐릭터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솔직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삶의 기쁨과 사랑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티나와, 그러지 못해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는 민수는 이 작품이 진실로 나누고 싶어하는 고민들일 것이다. 서영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설정해 이 과정을 독자들이 잘 관찰할 수 있게 이끈 것도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적절한 상황 설정 및 캐릭터들에 비해 작품 전체적으로는 장면 표현 및 구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우선 음악이 극에 등장하고 있으나 장르로 규정할 만큼 효과적이거나 독보적인 쓰임은 아니라 음악극보다 연극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적절할 듯 하다. 티나를 포함한 게이 친구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여성스러움'으로 표현해 오히려 보는 이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너무나 일편적인 표현방법과 유치함 사이를 넘나들기도 하는 장면들은 오히려 극의 몰임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 웃음에서 절절한 슬픔으로 이어지는 연결선이 다급한 면도 없지 않다.
극이 있기 전에 먼저 영화와 만화가 있었다. 동명의 독립영화는 5만 명이라는 뜻깊은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고 이는 분명 이야기가 무대로 향하게 한 힘이 되었을 터이다. 형태가 어떠하든 메시지의 힘이 강하고 그곳을 향한 시선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두결한장>을 향한 박수소리로 알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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