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대신 한바탕 웃음으로, 세련된 신파 <홍도>

신기하다. 지난 6일 개막한 고선웅 연출의 신작 <홍도>는 100분 동안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울리다가도 웃기고 웃기다가도 울린다.

<홍도>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익숙한 내용이다. 오빠 뒷바라지를 위해 기생이 된 홍도는 한 눈에 반한 부잣집 아들 광호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지만 그에게는 집안에서 약속한 정혼자가 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게 광호와 결혼을 하지만 행복도 잠시, 계략에 빠져 홍도는 부정한 여자로 몰리고 남편에게 버림까지 받는다. 결국 홍도는 충격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순사가 된 오빠의 손에 잡혀간다.

원작인 '돈에 울고 사랑에 속고'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파극인 만큼 작정하고 관객을 울리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이번 작품은 과장된 감정연기를 특징으로 하는 신파극 특유의 화법을 절제하면서도 세련된 <홍도>로 재탄생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푸르른 날에>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칼로막베스> 등을 통해 독특한 화법으로 무대를 만들어 온 고선웅 연출의 힘이 크다. 배우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지만 표현은 최대한 절제하여 여백의 미를 남겨둔다. 또한 순발력 있는 대사와 절도 있는 몸동작으로 웃음을 전한다.

<홍도>는 암전을 사용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조명만을 사용하며, 배경음악도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무대도 단출하다. 오로지 새하얀 색으로 표현한 무대에는 간단한 소품만이 놓여져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그것이 이 작품의 힘일 것이다. 주 조연할 것 없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수수하고 담백한 한식의 맛이다.

이 작품의 백미는 순사가 된 오빠의 손에 홍도가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이다. 새하얀 무대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붉은 꽃잎이 대비를 이루며 홍도의 처연한 현실이 더욱 슬프게 다가오는 이 장면을 명랑과 해학의 달인 고선웅 연출은 그냥 두지 않는다. 당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원작, 그것도 뻔한 내용의 신파극이지만 어떻게 갈고 다듬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함은 바보가 되고 자기 이익을 아낌없이 차려야 대세가 되는 이 시대에 순정한 홍도의 사연은 더욱 빛난다. 공연은 오는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문화아이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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