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균형미, <원스>의 따뜻함은 오래갈 것

뮤지컬 <원스>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와 닮은 모습이 많다. 요란하고 거창한 부분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뭉클하고 진한 감동과 내내 웃음을 띠게 만드는 요소들이 즐비하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물론 강렬한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전개, 화려한 무대장치 등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원스>가 다소 심심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하고 이들은 사랑의 감정을 나누지만, 그 흔한 포옹이나 키스신 한 번이 없기도 하다.

2006년 개봉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뮤지컬 <원스>의 이야기는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거리의 기타리스트와 꽃 파는 이민자의 우연하고도 운명 같은 만남을 뮤지컬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더 세밀하고 깊숙하게 두 주인공들이 소통하며 서로에게 물드는 모습이 <원스>를 통해 펼쳐진다. 그 매개체는 바로 이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매력 요소, '음악'이다. 스크린을 통해 만났던 주옥 같은 곡들을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라이브로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원스>는 뮤지컬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힘과 의미 요소들로 채워져 단순한 '히트 영화의 무대화'의 탈을 벗어 던졌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주인공 뿐 아니라 전 출연 배우들이 연기, 노래 뿐 아니라 수많은 악기 연주를 하며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타, 피아노, 아코디언, 바이올린, 첼로, 리코더 등 다채로운 악기들이 이뤄내는 화음은 관객들을 작품의 배경인 아일랜드의 한 펍으로 단숨에 초대해 버린다. 신나게 발을 구르게 하다가도 어느새 짙은 감수성 저편을 건드리는 음악은 단연코 <원스>가 가진 강력한 힘이겠다.

배우들은 악기 연주 뿐 아니라 무대 전환 및 소품 셋팅도 담당하는데, 이 전환 과정이 저마다 의미가 담긴 치밀한 안무로 짜여져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로 충분하다. 하루 세 번 밥 먹고 치우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어 보이는 게 <삼시세끼>이지만, 이 촬영을 위해 세트 설계와 텃밭의 작물들은 오랜 시간 치밀한 계산을 거쳐 선정되고 세워지고 키워진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배우들의 동선, 어느새 뚝딱 나타나는 의자나 조명 등은 장면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힌트로도 작용한다.

아일랜드로 이주해 온 체코 이민자인 '걸'이 영화에서 보여준 어색한 영어발음이 어떻게 한국어로 표현될지 많은 궁금증을 낳게 했는데, 한국 배우들(전미도, 박지연)은 자칫하면 어색함이 묻어나는 사투리로 들릴 위험이 큰 이 부분을 대단히 매끄럽게 표현해내고 있어 박수를 보낸다. 자막을 활용해 상황에 따라 체코어를 등장시키는 부분도 극의 이해를 아주 효과적으로 돕는다.

재치 넘치는 작가이기도 한 고선웅의 윤색은 이 작품이 한국화에 성공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공연의 어느 한 요소도 균형을 잃은 것 없이, 대단히 세련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작품은 드물다.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펼쳐지는 프리쇼도 놓치면 섭섭하다. 무대 위에 올라가 배우들과 함께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과 노래에 몸을 맡겨보자. 담백하고 맑은 기분, 화끈하진 않지만 <원스>가 주는 따뜻함은 무척 오래 갈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