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것이 없다는 것, 이것이 <노트르담 드 파리>의 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한국 뮤지컬계와 관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10년 전 이 작품을 통해 한국에는 프랑스 뮤지컬 열풍이 일어났고 이후 한국어 라이선스 무대가 만들어져 오랜 시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오페라 락> 등 다수의 프랑스 뮤지컬들이 한국에 소개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특징을 지닌 것이 프랑스 뮤지컬이다'라는 정의를 내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역시 <노트르담 드 파리>다. 대사 없이 쏭-쓰루로 이어지는 전개, 상징이 가득한 시적인 노랫말, 그리고 춤과 노래가 분리되어 이뤄지는 장면들 등 기존에 해외 뮤지컬로 가장 익숙하게 접해왔던 영미 무대와는 남다른 특징도 한국 관객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국 초연 10주년을 기념해 내한 중인 프렌치 오리지널 공연 역시 과거 한국 공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라이브'라는 특징을 가진 터라 매회, 매년 공연마다 변화와 진보를 꿈꾸는 것이 공연인데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은 시공간의 변화에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다는 것을, 불필요한 수정보다 애초의 모습을 지켜나가는 것이 최선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틀담의 곱추'를 원작으로 한 만큼, 소설이 가진 서사성이 어떻게 무대 언어로 바뀌는가가 무엇보다 '노블컬' 성공의 중요한 부분일 터이다. 극중 해설자로 등장하는 그랭구아르는 극을 관망하는 화자이자 음유시인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 편의 서정적인 뮤지컬로 탄생하는데 아주 중요하고도 영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하는 관객은 지시적이지 않은 전개에 당황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그랭구아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이 작품이 어떤 특징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가 무대 중앙에 나서서 부르는 '대성당들의 시대'가 극의 시작이니, 첫 장면부터 우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뮤지컬 OST가 프랑스 내 음악 차트에서 네 달이 넘는 기간 동안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작품의 넘버들은 그 자체로 보석이다.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 프롤로 주교 등 세 남자가 에스메랄다를 향한 연정을 저마다의 입장에서 노래하는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에 맞게 장르와 선율을 타고 있는 솔로곡들도 주옥 같다. 오케스트라가 아닌 MR로 음악이 울려펴지는데, 소리의 크기나 질이 섬세하지 않게 출력되는 건 이번 공연의 옥의 티겠다.

앞서 장면 전개에 있어 노래와 안무가 분리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배우들의 절절한 열창이 펼쳐질 때 그 무대 곳곳을 채우는 상징적인 안무들은 노래와 함께 장면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효과적이며 미학적으로 펼쳐내는 1등 공신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기본 안무를 비롯해 아크로바틱, 비보잉, 플라잉 등 인간의 몸이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움직임을 통해 스팩타클이 극대화된 무대를 펼쳐내고 있다.

대성당을 재현한 벽과 돌탑 등은 거대하고 육중하게 작품에 무게감을 부여하고, 그 외의 무대장치가 형용할 수 없는 작품의 화려함이 신체의 움직임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이번 투어 공연을 함께하는 아크로바틱 배우들 중 한국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9년 동안 프랑스에서도 중단되었던 프렌치 오리지널 버전이 새롭게 올해 세계 투어 공연을 시작했다. 그 출발지가 한국이라는 점은 <노트르담 드 파리>측에도 한국은 특별한 곳이란 뜻이 될 터다. 대표 콰지모도라 불리는 맷 로랑을 비롯, 한국 공연에서 처음 그랭구와르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던 리샤르 샤레스트, 과거 내한 공연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프롤로 역의 로베르 마리엥 등 <노트르담 드 파리>의 깊은 인상을 남긴 주요 배우들이 이번 무대를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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