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두근거림을 일깨워주는 <두근두근 내 인생>

원작의 풋풋한 감수성이 어떻게 구현될지, 지루하거나 밋밋하지는 않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25일, 공연장에서 만난 이 연극은 무대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미덕과 원작의 맑은 감성을 모두 품고 있었다. 그간 <나쁜자석><클로저> 등에서 감수성 짙은 무대를 꾸며온 추민주 연출의 노련함과 정성이 엿보였다.

김애란이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두근두근 내 인생>은 조로증으로 일찍 노인의 몸을 갖게 된 열 일곱 살 소년 아름이와 그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이 5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데다 지난해 송혜교, 강동원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어 과연 연극이 어떤 새로운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틱한 사건보다 문장의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는 소설을 어떻게 무대화할 것인지는 꽤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생각지 못한 방법들로 이 난제를 풀었다. "아버지 제가 다시 태어나면 아버지의 아버지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요."와 같은 대사는 짐짓 무겁고 간절한 어조의 랩을 통해 전달해 아름이의 슬픔을 표현하고, 소설 전반에 깔린 맑고 싱그러운 감성은 흰 옷을 입고 꽃과 나비, 심장의 고동소리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조연배우들의 안무로 시각화했다.

이렇게 참신한 장치들로 구성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극은 죽음을 앞두고 하루하루 각별한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이의 마음, 그리고 열 일곱 철없는 시절 아름이를 낳아 부모가 된 한대수와 최미라의 설렘과 당혹감, 슬픔을 십분 전달한다.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TV 속 개그맨의 애드립 한 마디에, 저녁 하늘에 펼쳐진 구름 한 줄기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름이의 마음에 어느새 함께 물든다. 더 나아가 무심히 마주하던 일상의 풍경을 잠시 달리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 이 공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너무 착하기만 한 이 연극을 누군가는 낯간지러워할 수도 있다. 생활고에 지친 아버지와 열 일곱 살 아들이 "넌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거라" "부모는 아무리 어려도 부모 얼굴을 하고 자식은 아무리 늙어도 자식 얼굴을 해요."와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아무래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 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부자연스럽고 딱딱해 보인다. 원작의 문장을 고이 살려내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강약을 좀 더 조절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남는다. 공연은 5월 25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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