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당신이 할 일은 오직 웃는 것

긴장해야 하는 것은 오직 배우들 뿐이다. 관객들은 그 어떤 작품을 관람할 때보다 더 힘을 빼고 세상사에 지친 무거운 머리와 마음의 전원을 꺼두길 권한다. 무대 위 한바탕 소동에 기꺼이 넋을 보내면 웃다, 또 웃다, 배우들의 열연에 감탄이 나오다가 또 웃게 될 것이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쓴 미타니 코키는 상황극에 더욱 능수능란한 작가다. <웃음의 대학>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코미디와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희극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검열관과 '희극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옥신각신을 담았고, <너와 함께라면>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일흔 살 노인을 남자친구라고 집안에 소개하는 딸과, 그런 '벼락맞은 상황'에 빠진 가족들의 좌충우돌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미타니 코키는 다시 한 번 '만약에?'가 주는 어이없지만 기발한 상상의 나래 속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제목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하지만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지킬 박사의 실험이 실패했다면?'이라는 가설로 코미디의 문을 또 한 번 거침없이 열고 있다.

웃음은 캐릭터에서부터 시작한다. 멋지고 신사적이고 겸손하며 사리사욕과는 거리가 멀고 대의를 중요시하는 기존의 지킬 박사가, 거만하고 때론 어벙하며 자신의 명예를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혈질 박사로 변했다. 비단결같은 마음과 사랑 가득한 인내로 지킬 박사 곁을 지키던 약혼녀의 '신여성' 내지 '자유부인'으로의 반전도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인물들이 주고 받는 속사포같이 빠른 대화, 긴박하게 펼쳐지는 장면 전개, 황당하게 등장하는 갖가지 이변들은 이 작품 제일의 매력포인트다. 물론, 자칫 어눌한 호흡의 배우들이라면 이것들을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최고의 장애물로 변신시켰겠지만,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의 배우들 중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주인공 지킬 박사 역을 맡은 정웅인과 최원영은 각기 너무나 다른 매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내제된 코미디 유전자를 마음껏 드러내며 능수능란하게 스스로를 변주하고 있는 정웅인의 농익은 능청, 전형적인 젠틀맨에서 '돌아이'로의 변신이 더욱 가관인 최원영, 그 누구와 만나도 웃음은 보장된다. 유일한 여자 배우로 진정한 '선과 악으로의 변신'을 보여주는 신의정의 열연 뿐 아니라, 무명 배우 빅터로 등장하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땀을 뻘뻘 흘리고 무대를 누비는 이시훈은 관객들을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짜임새가 견고하지 않으면, 배우들의 연기에 과장이 있으면 결코 '웃음'이라는 성공의 열매가 열릴 수 없는 장르가 코미디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참 시원하고 달고 아삭한 식감의 웃음 열매를 맛볼 수 있는 무대임이 분명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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