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코미디의 진짜 재미 <유린타운>

우리말로 직역하면 ‘오줌마을’이라는 다소 민망한 이름을 달고 있는 뮤지컬 <유린타운>. 이 작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2005년 마지막 공연 이후 10년간 만나볼 수 없어 궁금했던 뮤지컬 <유린타운>이 지난달 17일부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잘 먹고 잘 싸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 있을까?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상의 이 마을에서는 잘 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화장실 이용권을 독점한 쾌변주식회사가 공중화장실의 사용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페니 와이즈와 그의 조수 바비 스트롱은 화장실 사용료를 내지 않으려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과 매일 아침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그렇다고 노상방뇨는 더더욱 안 된다. 볼일을 마음대로 봤다가는 마을을 거미줄처럼 감시하고 있는 순경들에게 잡혀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유린타운’으로 보내지기 때문이다. 이들과 대립을 보이는 쾌변주식회사의 사장 콜드웰.B 클로드웰은 의회와 결탁해 요금 인상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그의 사랑스런 딸 호프 클로드웰을 쾌변주식회사의 신입 사원으로 입사시킨다.

작품은 화장실 사용료가 없던 바비의 아버지가 더 이상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 벽에 그냥 시원하게 배출하고, 순경들에게 체포되어 유린타운으로 보내지면서 시작된다. 극중 초반 마냥 해피보이였던 바비는 첫 눈에 반한 호프의 진심 어린 격려에 힘입어 어느 순간 성난 투사로 변신해 무료로 볼일을 볼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과 함께 봉기를 일으킨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자유를 달라는 그들의 봉기는 진지하지만 봉기를 일으키는 과정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특히 뮤지컬 팬이라면 단숨에 알아 차리는, 1막 마지막 장면인 <레미제라블> 패러디 장면은 백미다. 봉기에 성공하고 모두가 자유롭게 오줌을 싸게 되는 날, 마을 사람들은 행복해질까? 이 작품의 묘미는 바로 해피엔딩도 아닌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닌 결말에 있다. 이것이야 말로 블랙코미디가 주는 진짜 재미가 아닐까?

<유린타운>은 공연 내내 스포일러가 난무한다. “이 작품은 해피엔딩이 아니다.”라든지,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든 배우가 나와 춤추고 노래한다.” 등 시작부터 아주 친절하게 중요한 부분을 꼭꼭 집어 일러준다. 극중 록스타 순경으로 변신한 김대종은 독특한 발성으로 마을 꼬마 리틀 샐리와 함께 작품 중간중간 해설자로 등장해 작품의 몰입을 방해한다. 하지만 이 재미있는 방해가 오히려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좀 더 다이나믹하게 볼 수 있게 해 유쾌함은 두 배가 된다.

<쓰릴 미><원스>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정욱진은 남자 주인공으로 대극장 무대에 무난히 안착했다. 여기에는 베테랑 선배 배우들, 최정원, 성기윤, 이경미 등이 큰 몫을 한다. 여자 주인공 호프 클로드웰 역의 아이비 또한 다양한 표정으로 작품에 활기를 더한다. 배우들간의 끈끈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유린타운>은 8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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