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욕망과 사랑, 강렬한 록음악으로 담아낸 <베어 더 뮤지컬>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지난 17일 국내 첫 무대에 오른 라이선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학생들의 고해성사와 절규로 시작된다. 카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사랑과 갈등을 담은 이 작품은 어른들의 가르침과 반대되는 순수한 욕망으로 괴로워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작품의 주인공은 모든 것을 갖춘 킹카 제이슨, 그리고 그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는 피터다.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피터는 제이슨과의 관계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어하고, 제이슨은 주위의 반응이 두려워 피터의 입을 막는다. 여기에 제이슨을 유혹하는 아이비의 불안과 아이비를 짝사랑하는 맷의 좌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스스로 ‘못난인형’이라 자조하는 제이슨의 쌍둥이 동생 나디아 등의 아픔이 강렬한 록 사운드와 함께 펼쳐진다.

혼란 속에서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이들의 감정을 십분 표현하는 것은 무엇보다 잘 만들어진 음악이다. 빠른 비트로 펼쳐지는 첫 곡 ‘에피파니(Epiphany)’는 피터의 혼란을, 청량한 기타 사운드에 얹어진 ‘아 유 데어(Are you there?)’는 남들에게 떳떳이 밝힐 수 없는, 혹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품은 피터와 맷의 아픔을 절절히 드러낸다. 이외에도 흡입력 강한 노래들이 곳곳에서 인상을 남긴다.

주인공들의 갈등은 여느 뮤지컬보다 높은 수위로 그려진다. 대형 회전문이 돌아가며 성당, 학교, 기숙사로 변하는 무대 위에서 이들은 광란의 댄스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격렬한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키스해줘”와 같은 대사나 일부 노출 장면은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동성애나 십대들의 성(性)이 상당부분 억눌리고 감춰져 있는 우리와 미국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일 것이다. 다소 무겁게 이어지는 극의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시키며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샨텔 수녀와 성모 마리아로 분하는 백주희의 활약이다.

프리뷰 공연 첫날(17일)부터 배우들은 호연을 펼쳤다. 피터 역의 정원영, 제이슨 역의 성두섭은 물론, 제이슨을 유혹하는 아이비로 분한 문진아는 <머더 발라드>에서 잠시 보여줬던 원숙하고 섹시한 매력을 제대로 뽐냈고, 아이비를 짝사랑하는 맷 역의 배두훈의 반듯하고 애절한 모습도 내내 눈길을 잡아 끌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시니컬한 모습으로 변신한 이예은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베어 더 뮤지컬>은 2000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무대에 올라 제6회 RTCC어워즈 최우수뮤지컬상 등을 수상한 후 한국에서는 전세계 여덟 번째로 초연무대에 올랐다. 내용은 다르지만 이미 십대들의 방황을 높은 수위로 다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나 동성애를 담은 <쓰릴 미>와 같은 작품이 소개되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뮤지컬도 좀 더 일찍 한국 관객들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일부 인터넷 세대 혹은 마니아 층이 <스킨스><셰임리스>같은 외국드라마를 즐기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는 퀴어축제 반대시위가 열리는 지금의 한국에서 <베어 더 뮤지컬>과 같은 작품은 아직 더 많은 관객을 만나야 할 것이다. 공연은 8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쇼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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