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들고 날 찾아내요' 현대판 <신데렐라> 등장

마법이 풀리는 자정, 열 두 번의 시계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무도회장을 뛰어 나오다 유리구두 한 짝이 벗겨지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급히 뒤돌아 갈 길을 가던 신데렐라는, 이제 없다. 벗겨진 신발 한 짝을 냉큼 집어 들고 다시 뛰어가거나, 혹은 잘 신고 있던 구두 한 짝을 일부러 벗어 뒤쫓아 오던 왕자 앞에 두고 간다. 그녀의 메시지는 '이거 들고 날 찾아내!'.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신데렐라>는 1957년 로저스 해머스타인 콤비가 방송용 뮤지컬로 만든 것을 각색해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는 신데렐라의 기본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되,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고, 왕자 앞에서도 할 말을 당차게 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진보하고자 했다. 계모의 큰 딸은 신데렐라와 교류하며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찾아 나서는 또 다른 '신 여성'이며, 왕자 역시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자신의 태생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외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은 과장되고 단편적으로 펼쳐진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국내 공연을 위해서 해외 프로덕션의 대본과 음악만 라이선스로 가져 왔다. 호박이 마차로, 쥐들이 마부로 바뀌는 동화 속 마법 장면들의 구현과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요정과 신데렐라의 '변복' 또한 국내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 장치, 기술들에 국내 뮤지컬이 이미 익숙해져서 인지, <신데렐라>의 몇몇 장면들에서는 감탄을 내뿜으리라 기대했던 것이 조금 김새는 느낌도 없지 않다. '실사와 같은 구현'이 아니라면 동화가 가진 순수하고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 더욱 나을 것이라는 제작진의 판단 같다. 숲과 나무, 새들이 지저귀는 모습, 동물들의 변신 과정 등은 영상으로 처리된 것이 종종 있지만 아동극의 느낌을 주기도 하고, 변복의 과정은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그친다.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노래보다 더욱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은 느낌은 뮤지컬 팬들에게 다소 아쉬울 지점이다. 음악이 주는 힘은 의상이나 무대, 변복 등 보다 작다.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안무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연을 관람한 16일 저녁에는 걸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서현진을 뮤지컬 배우로 만날 수 있었다. 탄탄하고 풍부한 성량은 아니지만, 고운 음색에 호흡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신데렐라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 자연스럽고 풍부한 표정과 세심한 손, 발 동작까지 안정적인 연기가 이 작품과 더욱 잘 어울렸다. 과거 여러 작품을 통해 탄탄하게 무대를 채워온 양요섭 역시 무리 없는 왕자의 모습이었다. 다만 과거 <로빈훗>의 그를 만났던 관객이라면, 이번 모습에서 필립 왕세자가 간간이 오버랩 될 수도 있겠다.

편안하게 즐기기에 무리는 없다. 순수함, 환상미에서 현실적이고도 능동적인 모습을 더했다지만 환상도, 현실적인 공감도 모두 만족스러운 느낌은 덜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엠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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