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음악극이 선사하는 감동, <올드위키드송>

지난달 초 국내 첫 무대에 오른 라이선스 연극 <올드위키드송>은 ‘음악극’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한때는 천재라 불렸으나 지금은 음악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피아니스트와 그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괴짜교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연극에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비롯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녹아 들어 듣는 즐거움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올드위키드송>은 지난해 뮤지컬 <디셈버>로 야심차게 공연계에 진출한 쇼앤뉴가 제작하고 배우 김수로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연극으로, <아가사><데스트랩>으로 주목받은 신인 연출가 김지호가 연출을 맡았다. 미국의 극작가 존 마란스(Jon Marans)가 쓴 이 연극은 1996년 퓰리처상 드라마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 LA드라마로그 어워드, 뉴욕 드라마 리그 어워드 등을 수상하며 이미 현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은 미국에서 온 젊은 피아니스트 스티븐이 오스트리아의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마슈칸이 자신의 담당교수라는 것을 모르는 스티븐은 시니컬한 어조로 마슈칸의 피아노 연주가 틀렸다고 지적하고, 마슈칸은 그에게 제대로 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으면 자연스러운 감정을 담아 노래하는 법부터 배우라고 말한다. 이후 사사건건 대립하며 다투던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마슈칸이 예술의 핵심이라 말하는 ‘환희와 슬픔의 결합’의 순간에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가 한 꺼풀 한 꺼풀 가면을 벗듯 드러내는 진심과 아름다운 노래가 큰 감동을 전한다.

예술을 매개로 소통하는 사제간의 관계를 그렸다는 점에서 이 연극은 종종 영화 <위플래쉬>나 연극 <레드>와 비교된다. <올드위키드송>이 이들 작품과 다른 점은 스승과 제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데서 더 나아가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마침내 치유하는 단계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깊이 있게 그려지고, 이들이 표현하는 음악도 이에 따라 섬세하게 변주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작품에 담긴 것이 너무 많아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소 불분명해진다는 점이다. 초반부 극의 중심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있었다면, 극은 차츰 다른 곳으로 흘러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자행된 홀로코스트와 마슈칸 교수의 비밀, 전후 오스트리아의 정치상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하려는 것이 많다 보니 후반부 극의 구성이나 마슈칸이라는 인물이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9월 16일 공연에서는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이창용이 한층 유연하고 원숙해진 모습으로 열연을 펼쳤고, 송영창의 능청스러운 모습도 그와 어울려 공연 내내 객석의 크고 작은 웃음을 이끌어냈다. 김세동, 김재범, 박정복 등 다른 배우들도 이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공연은 11월 22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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