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장> 개성 넘치는 공감의 무대를 향해

공연장에서는 극이 시작되기 전 객석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종종 사전 이벤트를 펼치곤 한다. 작품에 대한 간단한 퀴즈를 함께 풀거나 특별한 날을 맞은 관객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드가장>도 이러한 시간이 있었다. 그날의 관객들 중 교제 기간이 가장 길거나 짧은 커플을 찾았는데, 이들에게 주는 건 다름아닌 '초박형 콘돔'. 짐짓 놀란 관객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극장 안엔 유쾌하게 웃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제 '성'과 '관계'를 무대 위에서도 함께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드가장>은 솔직하고, 그래서 신선한 발상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을 넘지 않는 등장 인물들은 그 시기에 가장 왕성한 관심 분야 중 1, 2위를 다툴 '성'(性)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들을 저마다 절실하게 풀어낸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나 주고 받을 법한 적나라한 19금 용어들이 자유롭게 등장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들을 지켜보며 관객들이 낄낄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경중의 차이는 있다 해도 우리 모두 일상에서 저런 고민과, 저런 생각과, 또는 저런 이야기와 가까이 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작품을 탄생시킨 참신한 발상이 통쾌한 공감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 <드가장>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기세 좋게 내건 '19금' 타이틀이 무색하게 종종 상투적인 표현과 장면들이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여전히 '시선'을 의식하는 배우들의 멈칫거림과 약속된 동작들은 '트렌디'와 '섹시'라는 단어 속에 들어있는 원초적인 매력을 십분 살리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의 고민을 생각해 볼 수 있을 인물 구성도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여자친구와 100일 이상 만남을 지속하지 못하고 차이는, 이성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모텔 '드가장'의 주인을 비롯해, 동성 연애, '고개 숙인' 남자,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 그리고 인간이 아닌 인형을 통해 완벽한 관계를 맺으려 하는 사람 등 다채로운 이 사회의 모습이 <드가장>에서는 이야기를 꺼내는 소재에 그치고 만다. 이들의 고민이 때로 억지스럽고 급하게 '성'이라는 열쇠로 풀어지는 모습은 실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 즉 지금 젊은이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 부재, 이 소재를 작품 방향에 맞게 더욱 유쾌하고 기발하게 풀어내는 재치의 부재겠다.

신선한 소재와 발상의 무대 <드가장>은 지금 대학로에서 분명 반가운 등장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유쾌한 소동극에 그치지 않고 '나도 그랬어'와 '저럴 수도 있겠네'로 이어지는, 개성 강한 공감의 무대로 나아간다면 객석의 웃음은 더욱 시원해질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HJ컬쳐(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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