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밴디트] ‘Another Sad Song’

6월의 어느 여름날 밤 느슨해진 줄의 기타를 들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6월의 사랑스런 어느 날 밤에 행복한 여름 멜로디의 노래를 쓰려고 하네. 그런데 모르겠어. 왜 슬픈 노래만 쓰게 되는지. 잠을 너무 자서 그런가? 나에게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아서일까? 시내에 나가서 놀아볼까? 아침 해가 솟을 때까지 술마시며 수다나 떨어볼까? 옷이나 살까? 재미있다는 체스게임이나 배워볼까? 고독한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나는 점점 더 늙어만 간다. 도무지 정말 모르겠어 무엇이 문제인지. 왜 나는 슬픈 노래만 쓰게 되는지. 영화 [밴디트] 중에 나오는 ‘Another Sad Song’이다. ‘밴디트’는 라틴어 어원으로 ‘금지된 자’를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열정, 반항, 자유, 순수를 꿈꾸는 자들’을 이른다. 반항적이고 시니컬한 폭력전과자 ‘루나’, 매력적인 결혼사기범 ‘엔젤’, 연약한 심성의 살인미수범 ‘마리’,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실력 있는 드러머 ‘엠마’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밴디트’는 그녀들이 만든 락밴드 이름이다. 자유에 대한 열망과 분노를 발산하는 유일한 수단이 그녀들의 음악이 된다. 파티가 있던 날 그녀들의 설레임은 호송경찰의 성희롱에 의해 일순간 짓밟히고 끝내 탈주하게 된다.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밴디트’는 서로에게 점점 더 진한 우정을 느끼며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유능한 형사 슈와츠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검거에 나선다. 그러나 이미 매스컴에 떠버린 ‘밴디트’의 인기를 따를 수 없게 된다. 인질이 되기를 자청한 젊은 남자 웨스트와이 동행은 탈주범의 인질극으로 다시 한 번 특종을 만들고 예상치 않은 오해로 루나와 엔젤은 갈등하게 된다. 그러던 사이 레코드 제작자는 수감 중에 보내왔던 데모테입으로 음반을 발매하고 ‘밴디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나 열광하는 팬들이 많아질수록 도주로는 좁혀져 가고 이제 단순한 탈주범이 아닌 젊음을 대변하는우상이 되어버린 ‘밴디트’는 자유를 향한 질주를 멈출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게 된다. 두려움과 희열이 교차되는 순간, 이미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들은 먼저 보낸 마리와 운명을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어떤 마무리를 하여주지는 않았다. 그녀들이 죽었는지, 아니면 도주에 성공을 하여 배를 타게 되었는지 모르는 일이다. 총성이 울리고 멀리 보이는 마리의 모습만 보여 확실한 결말을 볼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린 기나긴 여운을 영화에서 느끼며 그녀들의 자유롭게 된 영혼들을 마음 속으로나마 축복해 주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 [밴디트]는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연출력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독일의 차세대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쌓아온 카챠 폰 가르니에가 맡았다. 그녀가 연출한 영화 [밴디트]는 MTV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 화려하고 인상적인데 음악적인 영상을 스토리에 무리없이 매치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밴디트의 매력은 젊은이들의 정서와 감각에 기인한 스토리와 영상 그리고 음악의 힘일 것이다. 더하여 밑바닥에 깔려있는 페미니즘도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원동력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밴디트]에 나오는 노래 중에는 유명한 곡들이 많다. 여자들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취급하는 남자들을 꼬집는 노래 Puppet, 내가 신이라면 어떻게 살고 싶다는 내용이 구구절절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한껏 신나는 리듬의 곡인 If were God, 인질인 웨스트를 유혹하는 엔젤의 노래 , Crystal Cowboy, 루나와 웨스트의 사랑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Like It, 억눌린 감옥의 생활을 노래한 All Along The Watchtower, 자유를 만끽하며 들판을 달리는 장면에서 나오는 Time is Now, 죽은 오토를 만나러 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어쩌면 사진이라는 모티브에서 이런 노래가 나왔을까 할 정도로 담백하고 예쁜 Photograph, 바에서 마리가 시작하는 Ain’t Nobody’s Business If I Do, 마지막 콘서트에서 들려주는 밴디트의 완성판 노래 Catch Me까지 어느 한 곡도 버리고 싶은 음악이 없는 음악들이다. 그 중에 도망하는 중에 엔젤이 숨겨 놓았다던 돈을 찾으러 간 밴디트가 돈을 찾고 있는 중에 무미건조하고 빡빡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 루나의 입에서 담담하게 흘러 나오는 노래가 있다. 다른 노래도 루나의 심정을 대변하는 노래이겠지만 이 Another Sad Song은 루나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슬픈 노래만 쓰게 되는 자신이 죽도록 싫으면서도 그것을 굳이 벗어나 보려고 노력은 하지 않는다. 담담히 그 모든 상황을 받아 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벗어나고픈 욕망의 모습을 보인다. 가사는 너무도 아름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슬프다. 그녀가 벗어나고픈 한계는 그 누구도 벗겨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자아를 너무도 잘 알고 스스로 쓰게 되는 슬픈 노래를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가사, 슬픈 노래, 빠른 리듬이 평균을 맞추지 못하면서 평균을 잡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곡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곡은 사랑스럽지 않다고 할 수 없는 깊이 있는 곡인 것이다. 뮤지컬 [밴디트]는 영화에서 주는 매력을 무대로 옮겨왔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지고 있는 뮤지컬 [밴디트]는 영화에서 주는 로드무비를 꽤 그럴싸하게 풀어 놓았다. 음악의 배치나 새로 작곡되어진 곡들도 밴디트의 분위기와 흡사하게 창작되어 졌다. 물론 영화보다는 그 속도감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무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와 별다른 차이 없는 속도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영미의 음색으로 듣는 ‘Another Sad Song’은 아이러니하고 복잡한 심정이면서도 단순함을 나타내는 복잡 미묘한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사랑스러운 것일 것이다. 한 때는 슬픈 음악과 슬픈 이야기만 쓰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우울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가차없이 난 ‘Another Sad Song’을 듣게 된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괴감에 빠져든다. 그리고 다시 헤어나올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것이 밴디트의 매력일 것이다. 슬프고 아름답고, 처절하고 안타까운 현실의 밴디트들이 이 시대에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때 이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보자. 거짓말처럼 새로운 용기와 행복감이 밀려드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도 난 홀로 앉아 아름다운 6월의 밤에 행복한 여름의 멜로디를 듣게 된다. And I'm sitting alone with my guitar slightly out of tune and it's a loving night in june. And I try to write a song With a happy summer melody like I have tried so many times before But I can't really tell you, what is wrong but all that comes out is another sad song maybe it's because I slept too long and nobody called me on the phone. Maybe I should hit town, have some fun do small-talk and drink, 'til the morning sun maybe I should buy a brand-new dress or learn a useful game like chess. No I can't really tell you, what is wrong but all that comes out is another sad song maybe it's because I slept too long and nobody called me at the phone Maybe I should hit town have some fun do small-talk and drink, 'til the morning sun maybe I should buy a brand-new dress or learn a useful game like chess. Another lonely night turns to day with another hair of mine, turning gray No I can't really tell you just what is wrong, my dear, but still what comes out is another sad song. 영화 [Bandits] 中에서 ‘Another Sad Song’ - Luna(Jasmin Tabatabai) ------------------------ 글 : 이준한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렛츠2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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