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반가워! 돌아온 명작 열전
작성일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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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해를 거듭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겉과 속이 꽉 찬 개성만점 작품들이 우리 앞에 다시 찾아온다. 스케일만큼 가격 부담이 컸던 대극장 공연에 비해 주머니의 부담까지 덜어주니 만나러 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부담이 비워진 자리, 후회 없을 재미와 감동, 웃음과 눈물을 채워보자. 올 여름이 한결 뿌듯하고 시원해진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산 셰익스피어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 / 8.1~26 명동예술극장
세계에서 수없이 많이 공연되었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이토록 놀랍게 태어날 수도 있다. 올 4월 런던올림픽 기념, 각국의 셰익스피어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던 글로브 시어터 ‘글로브 투 글로브’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초청되기도 한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과 여행자의 또 다른 대표작 <십이야>가 명동예술극장에 번갈아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 양정웅 연출이 한국 고유 색채를 가미해 독특하게 재창조한 두 작품은, 얽히고 설키는 사랑의 화살표가 남장 여자와 여장 남자, 재간둥이 도깨비의 등장 등 재치 있는 설정과 표현으로 유쾌하게 오고 간다. 한판 소동과 웃음 속에 아름다운 언어와 탁월한 비유, 셰익스피어의 상상력 등 원작의 묘미가 넘실댄다.
객석 어딘가에서 배우들이 불쑥 나타나도 너무 놀라지 말길. 흥겨운 몸짓과 몸재주, 전통 악기 연주를 함께 하는 그들의 등장에 왁자지껄 웃으면 된다. 두 작품이 날을 교차하거나 하루에 차례로 동시 공연하기도 하니 일정표를 잘 살펴봐야 한다.
살구처럼 시린 구동과 자숙의 사랑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 8.7~10.28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조선시대 어느 한 날, 왕세자가 사라졌다. 궁궐은 발칵 뒤집어졌고 왕세자를 찾는 와중에 중궁전 나인 자숙과 내관 구동이의 수상한 만남이 도마 위에 오른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이 둘의 시린 사랑이 눈물처럼 번져 가득 차 오르는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이다.
사랑하는 자숙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행복해하는 구동을 비롯, 놓인 환경 속에 어찌할 수 없는 자숙, 왕과 왕비 등 저마다 처연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정 없이 사로 잡는다. 공연 내내 단 한번도 무대를 퇴장하지 않는 배우들의 열정 어린 모습도 객석 곳곳에 전해진다.
부부인 한아름 작가, 서재형 연출의 연극에서 2010년 뮤지컬로 새 옷을 입은 이 작품은 지난 해 경희궁에서 야외 고궁뮤지컬로 공연하며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층 객석 70석을 드러내어 더 넓은 무대로 만들었으며,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타악기를 활용한 음악은 풍만한 볼륨감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순신 장군이 이렇게 웃겼어?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 8.7~10.31 PMC 대학로자유극장
난중일기에서 빠진 3일간의 기록.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장군 이순신이 사실은 깨방정과 호들갑을 동시에 지닌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니!
기발한 발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웅을 기다리며>는 그 소재와 구성, 표현의 참신함을 인정받아 2008년 창작팩토리 우수 뮤지컬 제작지원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듬 해 초연하여 큰 박수를 받은 이후 매년 앵콜 공연을 거듭하며 21세기 형 친근한 영웅의 모델을 선사하기도.
무엇보다 산 속을 헤매다 배고픔을 못 참고 고구마 하나를 두고 원초적 몸싸움을 벌이는 등, 욕도 하고 서러워도 하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웃음으로 연결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다소 모자란 일본 무사 사스케와 백치미와 야무진 성격을 모두 지닌 막딸, 빼 놓을 수 없는 멀티맨 등 각 캐릭터의 등장도 웃음을 쉴 수 없게 만든다.
숨막히는 잔혹 스릴러
연극 <필로우맨> / 8.11~9.15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쫓는 예리하고 매서운 형사의 눈길이 취조실을 채운다. 용의자로 작가와 그의 형이 지목된 것은 살인사건이 작가가 쓴 소설과 똑 같은 형태로 일어나기 때문.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필로우맨를 탄생하게 한 이들 형제의 끔찍했던 어린 시절이 서서히 드러난다.
연극 <뷰티퀸>의 작가이기도 한 영국의 마틴 맥도너가 쓴 작품으로, 2003년 초연 당시 긴장과 공포, 잔혹함과 함께 위트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지적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는 2007년 초연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며, 당시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최민식이 작가 카투리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바 있다.
올해 공연에서는 작품의 환상미와 관객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기 위해, 실사 애니메이션이 포함된 영상을 활용하며 카투리안은 무대 위 스토리텔러로 등장해 영상과 자신의 소설, 즉 이야기 사이를 더욱 긴밀하게 펼쳐 나갈 예정이다. 미니멀한 세트와 오브제는 취조실을 훔쳐보는 듯한 긴장감을 관객에게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다. 푸근한 베개들로 만들어져 누구에게나 안정감을 주는 필로우맨, 극이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섬뜩한 그의 존재에 공포감이 더해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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