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더위 날리는 공포연극! <우먼인블랙><두 여자><오래된아이>

여름 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위를 쫓기 위해 공포영화를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공포의 현장에서 생생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연극도 빼놓을 수 없다. 잔뜩 겁먹은 배우의 거친 숨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오고, 소복차림의 귀신이 다가와 더럭 팔을 움켜쥐기도 하는 공포연극 한 편 감상해보면 어떨까. 대학로에서 한창 공연중인 공포연극 3개를 소개한다.


<우먼인블랙>
고풍스런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오싹함

<우먼인블랙>은 노년의 신사 아서 킵스가 한 조연출가를 고용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젊은 시절 영국의 시골마을로 출장을 떠났다가 겪은 끔찍한 경험을 연극으로 재연하고 싶다며 조연출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두 남자가 즉석에서 제한된 소품을 활용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면서 차츰 무대는 긴장감으로 채워진다.

이 연극이 불러 일으키는 공포감은 세련되다. 단출한 무대와 소품이 어딘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속에서 은근한 오싹함이 느껴진다. 소복차림의 귀신이 등장하는 한국형 공포물과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큰 매력이다.

특히 아서 킵스가 성당에서 체험하는 기이한 분위기와, 늪지대에서 탈출할 때의 긴박감이 객석으로 십분 전해져 온다. 세련된 솜씨로 긴장감을 차차 고조시키는 전반부에 비해 결말이 다소 허탈하지만, 그 흠이 크게 돋보이지 않을 만큼 전체적인 흐름이 좋다. 

침울한 표정으로 극에 무게를 싣는 홍성덕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상대 배우의 대사 사이사이 추임새를 넣을 때는 극에 탄력이 붙고, 얼얼한 표정으로 간혹 엉뚱한 대사를 던질 때는 객석에 웃음이 터진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23년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사랑 받은 이 작품은 올해 초 헐리우드에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초연을 시작으로 올해 네 번째 공연을 맞았다. <우먼인블랙>은 9월 16일까지 대학로 샘터파랑새극장 2관에서 볼 수 있다.


<두 여자>
실제일까, 환상일까? 두 가지 추측에서 오는 공포 

<두 여자>는 한 평범한 가정에 일어나는 공포스러운 일을 담았다. 남편, 딸과 함께 TV를 보던 아내는 인근의 한 정신병원에서 방화가 일어났다는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섬뜩한 일들이 이어진다. 방화사건의 용의자를 찾는 경찰이 집을 수색하는가 하면, 아내가 옷에 온통 피를 묻히고 집에 들어오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객석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다른 공포연극처럼, <두 여자>도 결말부에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 때까지 관객들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사건이 아내의 정신이상으로 인한 것인지, 실재로 존재하는 귀신 때문인 것인지 알 수 없어 더욱 긴장하게 된다. 다만 전반부에서 극의 흐름이 다소 느슨한 점이 아쉽다.

의외의 수확은 남편을 맡은 주석제 배우의 코믹 연기다. 그는 어딘가에서 실제로 하품하며 다리를 긁적이고 있을 듯한 평범한 남편을 능청스레 연기하며 긴장한 관객들로부터 툭툭 웃음을 이끌어낸다. 전반적으로 유머와 공포가 적절히 배치되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매력은 시작 전부터 관객과 배우, 스텝이 함께 만들어내는 서늘한 분위기다. 귀신 분장을 한 배우들이 화장실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몇몇 여성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궈놓는다. 무릎을 바짝 붙이고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마치 롤러코스터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 실컷 소리지르리라 작정한 듯한 객석의 분위기에 동참한다면, 더 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두 여자>는 오는 9월 2일까지 대학로 라이프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오래된 아이>
음향·무대·객석을 활용한 입체적인 공포감


<오래된 아이>는 15년 전 실종됐던 인우라는 아이가 돌아와 자신이 실종된 까닭을 밝혀낸다는 이야기다. 당시 사건과 관련 있는 마을 사람들은 여자아이였던 인우가 남자가 되어 돌아온 것을 보고 경악하지만, 인우의 엄마는 딸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건의 진실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죽음을 맞으면서부터 차츰 밝혀지게 된다.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며 진행된다. 특히 이 연극은 음향과 무대, 객석을 적절히 활용해 입체적인 공포감을 조성한다. 섬뜩한 분장을 한 귀신이 한창 연기중인 배우들 등 뒤로 조용히 지나가거나 관객들의 어깨를 스쳐가며 톡톡히 활약한다.

그러나 치밀한 반전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전반부에서 가득히 채워 놓았던 긴장감에 비해 결말은 다소 허술하다. 특히 성인이 된 인우와 게이 의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을 연기하는 배우를 비롯해 연기자들의 연기는 매끄러운 편이다.

<오래된아이>는 9월 2일까지 대학로 아티스탄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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