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명당의 비밀
작성일20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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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제일 잘 보여? 이곳이 바로 객석 명당
“VIP라고 해도 무조건 앞자리는 아니네요. 배우들 보기에 어디가 가장 적합할까요?”
“C열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D열 9, 10번 했는데 괜찮을까요? 공연 보신 분들의 조언 부탁드려요”
공연을 보는 목적도 취향도 각기 다른 입맛 까다로운 관객들에게 VIP, R, S석은 이제 너무나 불친절한 안내다. 같은 값의 좌석이라 해도 약간의 위치에 따라 공연을 100% 즐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모두가 경험하지 않았는가. 본전 생각 안 나는 ‘나만의 완소 명당’을 선택하는 법. 아는 사람만 안다는 2009년 신개념 객석 명당의 이모저모, 지금부터 공개한다.

Chapter 1. 명당의 기초
‘공연 관람하기에 가장 알맞은 자리’ 객석 명당. 모든 좌석이 명당이면 좋겠지만, 그건 절대 불가한 법. 무대와의 방향과 거리에 따라 객석의 등급은 가장 좋은 VIP(Very Important Person, 귀빈)석, R(Royal, 최고급)석, S(Superior, 고급)석, A(A grade, A등급)석 순으로 나뉘어진다. 공연에 따라 임의적으로 객석 등급을 나누기 때문에 이들의 위치는 언제나 바뀌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대와 가까운 가운데 자리를 제일로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관객들의 좌석 선택이 가운데 VIP석을 중심으로 한 역삼각형 꼴을 그리며 차례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뭐니뭐니해도 종합예술인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대에서 2/3 가량 떨어진 위치의 중앙 자리가 명당으로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대 전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거리가 확보되며, 일반적으로 무대 가운데를 기준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의 장면과 대부분의 배우들을 무리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앞줄인 1열은 객석보다 높은 무대를 보느라 목에 심한 통증이 올 수 있으니 제외.
Chapter 2. 새로운 명당 등장
① 배우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
배우를 가까이서 보는 것이 큰 기쁨인 관객이라면, 배우의 무대 위 동선에 초점을 맞춘다. 무대 하수에서 독백을 자주 한다면 기꺼이 왼쪽 사이드 자리로, 객석 뒤에서 깜짝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면 기꺼이 가장 뒤로 간다. 공연 장면을 좀 놓치더라도 좋아하는 배우의 숨소리를 누구보다 가까이 느끼며 가장 많은 ‘눈맞춤’을 할 수 있을 것. 2막 시작 전 무대 위 고양이들이 객석에 내려와 관객과 오랜 시간 놀고(?) 올라갔던 뮤지컬 <캣츠>에서 관객들이 기꺼이 1층 복도 쪽과 2층 좌석을 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② 관객으로 갔다가 배우가 됐네.
뮤지컬 <이블데드> 스플래터 석에 앉은 관객들은 필히 우의를 입고 있어야 했다. 좀비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공연 중 이곳에만 마구마구 피를 뿌려대기 때문. 뮤지컬 <제너두>의 패너두 석은 아예 무대 위에 위치해, 배우들과 함께 자연스런 대사와 약간의 스킨십도 주고 받았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배우들은 수시로 해프닝 석으로 들어와 같이 옆에 앉기도, 사진을 찍기도, 관객들이 행인이나 사건의 목격자인 냥 무언가를 물어보기도 한다. 일반 객석과 또 다른 위와 같은 한정 특별석은 공연의 홍보 및 마케팅 목적도 크지만, 관객들에게 기꺼이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하는 또다른 명당이다.
Chapter 3. 공연 보는 사람들이 말하는 명당 자리
장르 뿐 아니라 관객에 따라 명당도 달라지는 법. 이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객석은 어디일까?
* 공연은 나의 기쁨, 공연마니아
김숙영(‘뮤지컬 마니아’ 회원)
“각 공연과 공연장에 따라 다르겠죠? 공연을 보기 시작한 초기에는 가장 앞자리에서 주로 봤어요. 하지만 저는 작품의 줄거리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지금은 배우들의 모습과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1층 뒤쪽 자리가 더 좋아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덩치가 크다면, 모든 게 헛수고가 되지만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무조건 앞자리 사수! LG아트센터가 분위기도 깔끔하고 어느 좌석에 앉아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신태수(‘문화충전 200%’ 회원)
“밝고 흥겨운 작품을 좋아합니다. 뮤지컬의 경우, 처음 볼 때는 전체 내용과 음악의 조화 등을 보기 위해 가운데 중간 자리를 선택해요. 같은 작품을 두 번 이상 볼 땐 무대와 가장 가까운 객석 맨 앞자리에 앉아요.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을 바로 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연극은 처음 볼 때도 가장 앞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연극에선 마이크를 안 써서 뒷자리에 앉으면 소리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어떤 공연이든 중앙 자리에 앉는 게 중요합니다. VIP석이 끝나는 바로 뒤, 두 세 번째 줄이 가격도 저렴하면서 VIP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자리라 열심히, 재빠르게 예매해요.”
* 공연 관계자들

“1층 가운데 맨 뒤에서 6~7번째 줄에 앉아요. 거의 끝이죠? 저도 옛날에 왜 사람들이 맨 뒤에 가서 앉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뒷자리에 앉으면 배우 뿐 아니라 무대의 세트 등 전체적인 공연의 흐름을 한번에 볼 수 있거든요.”

“무조건 1층 가장 뒷자리에 앉아요. 무대, 배경, 배우들의 움직임, 음향의 전달도 등 전반적인 공연의 사항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가장 좋거든요. 그 다음에는 가장 왼쪽, 가장 오른쪽, 가운데 순으로 자리를 바꿔 앉으며 작품을 보죠. 시야 장애석이 있는지, 어느 자리에서 공연 전달이 더욱 잘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요. 또 배우들이 아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신경 쓰일까 봐 되도록 배우들 눈에 안 띄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콘서트의 경우 음향감독이 객석 2/3되는 지점 가운데에 콘솔박스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주변을 콘서트 객석의 명당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콘서트 조명은 무대에서 객석으로 뻗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2층 자리에 앉으면 눈이 많이 부셔요. 또 무대와 너무 가까운 자리는 영상이 투영되는 LED판이 퍼져 보여서 무슨 그림인지 알아 볼 수 없지요. 스탠딩 석은 일단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합니다. 또 주변에 몸을 기대거나 물통을 놓아둘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자리가 스탠딩 석의 명당이에요. 내내 서 있으면 무척 피곤하기 때문에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부스나 기둥 주변을 사수하세요.”

“가운데 자리 중에서도 왼쪽에 앉아요. 무언가를 볼 때 사람의 시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성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실험도 해봤는데 왼쪽에 앉는 것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시선이 이동하는데 편해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나열 J1~2번과 라열 A 1~2번 자리를 좋아합니다.”

“무대와 거리가 있는 자리를 좋아합니다. 배우들과 눈이 마주치면 굉장히 민망하거든요. 저와 알고 지내는 동료들일 경우가 많잖아요. 평소 모습이 아닌, 또 다른 인물로 돌변하는 배우들이라 저도 매번 놀라죠. 배우들도 공연을 볼 때 무대 위 배우들 모습에 집중이 되요. 최근에 친구인 최재웅이 나오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봤는데 저보고 절대 ‘해프닝 석’에 앉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예전에 제가 <김종욱 찾기>를 할 때 표가 매진되서 재웅이가 통로 보조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보기도 했어요. 너무 웃겼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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