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지 말자, 연말 추천공연가이드

2009년의 끝자락이 보이고 있다. 올해를 시작하며 어떤 다짐을 했는지,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런 자책을 하기엔 12월은 설레고 들뜬 기간 아닌가. 게다가 최근 신작들이 하나 둘씩 개막을 하고 연말을 위한 특별한 공연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알찬 만족감을 줄 공연 한 편으로 이번 해 힘들고 피곤한 기억일랑은 싹 정리해 보자.

화제를 몰고 다니는 신작을 챙겨볼까?

신종플루와 경기침체라는 최악의 상황마저 잊게 하는 싱싱한 신작들의 개막이 줄을 잇고 있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금발이 너무해> <웨딩싱어> 등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에서부터 <달콤한 나의 도시> <퀴즈쇼>와 같은 창작뮤지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엄마, 여행갈래요>와 <가을소나타> 등 연극 장르로 물론 빼놓을 수 없다.

금발이 너무해(11.14~2010.3.14/코엑스아티움)  브로드웨이발 가장 싱싱한 신작이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억하는 이라면 이 작품을 놓쳐서는 안 될 것.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공연되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서 주인공엘우즈 역에 이하늬, 김지우, 제시카가 낙점됐다. <폴라로이드>에서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던 이하늬와 여러 뮤지컬을 통해 실력을 입증한 김지우의 변신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소녀시대 제시카가 어떤 연기와 티켓파워를 발휘할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웨딩싱어(11.24~2010.1.31/충무아트홀 대극장)  황정민, 박건형이라는 두 매력적인 배우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웨딩파티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남자와 웨이트리스의 사랑이야기가 달콤하게 그려진다. 어떤 역할이든 잘 소화하는 배우 방진의가 더블캐스팅된 두 배우와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도 궁금하다.

달콤한 나의 도시(11.13~12.31/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  원작소설과 드라마로 잘 알려진 동명의 작품이 창작 뮤지컬로 선보인다. 31살, 오수로 대변되는 2~30대 여성들의 모습이 달달하게, 때론 씁쓸하게 그려지는 로맨틱 뮤지컬. 박혜나와 이정미가 은수역을 맡았고, 김우형이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 위치를 연기한다.

살인마잭(11.13~12.13/유니버설아트센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마 잭더리퍼가 등장하는 스릴러물이다. 살인과 반전이 음산한 런던거리에서 일어나는 뮤지컬. 무엇보다 안재욱, 김무열, 유준상,엄기준, 민영기, 김원준 등 초호화 캐스팅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주인공 다이엘 역에 무려 네 명의 배우가 번갈아 연기한다는 점은 숙지하고 선택해야 한다.

퀴즈쇼(12.6~2010.1.2/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김영하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초연작. 각박한 도시 속 젊은이들의 초상이 리얼하게 그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율, 전나혜, 성기웅 등 탄탄한 실력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점점(11.25~2010.2.7/충무아트홀 블랙)  점(占)을 소재로 등장하는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오나라가 주인공 맹신비로 등장하고 코믹연기의 달인 정상훈이 오묘한 역으로 출연해 웃음폭탄을 선사한다.

스프링어웨이크닝(6.30~2010.1.10/두산아트센서 연강홀)  브로드웨이를 깜짝 놀라게 한 파격적인 시도와 신선한 발상으로 국내 개막 당시 화려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6개월간의 긴 장정의 끝이 보이고 있으니 뮤지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정도는 찾아볼만한 뮤지컬. 19세기 독일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성과 어른들의 억압을 참신하게 표현했다. 멜키어와 모리츠를 연기한 김무열과 조정석은 각각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엄마, 여행갈래요?(11.7~2010.1.7/백암아트홀)  스타배우들의 무대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음을 이 연극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배우 김상경과 김성수가 주인공을 맡아 번갈아 무대에 선다. ‘순정만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류장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엄마와 아들 간의 애틋한 정을 그리고 있으니 모자간의 관람도 추천할만하다.

가을소나타(12.10~2010.1.10/대학로예술극장)  이번엔 모녀간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부모자식간의 이야기가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다면, 이 작품은 혼돈스럽고 절망적인 모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국 연극의 대표 여배우 손숙과 추상미가 모녀 연기를 하니 기대해도 좋은 무대.

재미있으니까! 보고 또 보는 앵콜공연

재미와 대중성에서는 검증된 작품 중 놓친 무대가 있다면 지금 챙겨보자. 각종 화제작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헤어스프레이(11.28~2010.2.7/한전아트센터)  뚱뚱한 소녀 트레이시가 TV쇼의 스타가 되는 과정을 흥겹게 풀어낸 코미디 뮤지컬. 박경림의 첫 뮤지컬 출연작으로 미국에서 이 작품을 너무 좋아해 16번을 봤다고 한다. 소원대로 주인공 트레이시 역을 맡아 무대에 서는 그녀를 두고 뮤지컬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작품 자체의 즐거움에는 논란이 없다.

헤드윅(11.14~2.28/KT&G 상상아트홀)  매번 누가 헤드윅을 연기할 것인가는 헤드윅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항상 이슈거리였다. 오만석, 엄기준, 조승우 등 뮤지컬 최고의 스타들이 거쳐갈 만큼 작품성과 개성에 있어서는 손꼽히는 뮤지컬. 이번에는 윤도현과 뮤지컬 배우 강태을이 트렌스젠더 가수 헤드윅으로 변신했고, 2차 캐스팅은 윤희석, 송창의, 송용진, 최재웅이 투입될 예정이다.

오디션(11.13~2010.1.3/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2007년 창작 뮤지컬로 처음 소개돼 ‘작품 좋다’라는 입소문만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저력 있는 뮤지컬이다. 가난한 밴드의 여섯 청춘이 꿈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탄탄하게 펼쳐진다. 흔한 스타마케팅 없이 속시원한 노래와 배우들의 열연만이 무대를 가득채운다.

싱글즈(8.21~오픈런/PMC대학로자유극장)  29살, 세상사람들이 ‘이제 넌 노처녀’라 보기 시작하는 20대 끝자락에서 나난과 친구들 고민과 상황에 고개를 끄덕여진다. 영화와 소설로도 소개돼 인기를 끌었으며 뮤지컬로 태어나며 달콤함을 더해 여성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연말? 이 작품이 빠지면 섭섭하다

호두까기인형  크리스마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발레는 역시 <호두까기 인형>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발레단에서 연말이면 동시에 올리는 인기 레퍼토리가 된 지 오래. 올해에도 유니버설발레단(12.22~31/유니버설아트센터)과 노보시비리스크 국립발레단(12.22~26/성남아트센터), 국립발레단(12.25~27/고양아람누리극장) 등에서 공연된다.

오즈의 마법사(12.16~28/세종문화회관)  가족 뮤지컬로 가장 주목 받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동화가 플라잉 기술과 특수효과로 아기자기하게, 때론 화려하게 구현된다. 주인공 도로시는 <마이페어레이디> <지킬앤하이드>의 히로인 임혜영이 맡았다. 무엇보다 3~5만원 선으로 책정된 티켓값이 반가운 작품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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