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춤만 있다면! 뮤지컬의 새 바람 ‘댄스컬’

뮤지컬 ‘판타스틱스’의 작가 톰 존스(Tom Jones)가 쓴 책 ‘Making Musicals’에서는 뮤지컬에 대한 8가지 정의 중 하나로 “많은 노래와 춤이 있어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춤과 노래가 모두 있어야만 뮤지컬이 될 수 있다는 오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보다 연출, 안무, 무대장치 등 시각적 요소가 강조되면서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점차 뮤지컬로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가 아닌 몸을 통해 더욱 다양한 형태로 신선하게 장면을 채우고 있는 춤은 최근 ‘댄스 뮤지컬’ 또는 ‘댄스 시어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세우며 공연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상상하지 못한 그 무언가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색다른 경험, 댄스컬 바람의 주역들은 과연 누구일까?


다양한 댄스 총망라 <컨택트>

‘노래가 없는데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가’. 댄스 뮤지컬로서 가장 핵심적인 논란을 일으켰던 <컨택트>는 댄스컬 존재의 새로운 증거가 되며 1999년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이듬해 3월 브로드웨이 링컨 센터로 자리를 옮겨 장장 3년간의 장기 공연을 이어간 작품이다.

2000년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 안무상, 남우/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 역시 인정받은 <컨택트>의 특징은 무엇보다 재즈, 현대무용, 발레, 자이브, 스윙 등 다양한 춤이 한 자리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전문 무용수들의 역동적이며 매혹적인 몸짓은 각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온도를 ‘핫’하게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이 연출한 이 몸짓들은 비제에서부터 비치 보이즈에 이르기 까지 시대와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음악을 타고 ‘노래가 없이 음악과 춤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뮤지컬의 이름을 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정통 아이리쉬 댄스다! <리버댄스>

아일랜드가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신비롭게, 오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잦은 외압을 받아온 공통된 역사를 통해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민족성과 바다가 둘러싸고 있는 광활하고 푸르른 대지, 자연스럽게 청명함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환경 때문일 것이다.

수 많은 전설을 품고 있는 아일랜드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리쉬 댄스’이다. 상체는 고정한 채 현란한 하체 동작을 선보이는 아이리쉬 탭 댄스와 아일랜드 전통 민속음악이 어우러진 아이리쉬 댄스는 열과 행을 맞춰 선보이는 웅장한 스케일이 특징이다.

‘강의 일생’을 이야기 하는 <리버댄스>는 비가 내려서 강으로 흘러 바다로 이어지는 자연의 흐름을 라이브 음악에 맞춰 50여 명의 댄서가 아이랜드 전통 탭댄스와 플라멩코, 민속 무용 등으로 표현한다.


특히 1997년 TV로 방영되는 유럽 최대 음악 경연 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중간 휴식시간 7분간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 이후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리버 댄스>는 이듬해 2월 더블린에서 본공연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300여 개 이상의 공연장에서 220만 관객 동원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버댄스>의 주역 무용수 마이클 플래틀리가 만든 <로드 오브 더 댄스, Lord of the Dance>를 비롯 <스피릿 오브 더 댄스, Spirit of the Dance>, <댄스 오브 디자이어, Dance of Desire> 등 그 밖의 많은 아이리쉬 댄스 시어터를 잉태하게 한 것 역시 <리버댄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선입관을 깬 백조들의 반란 <백조의 호수>

22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했으나 현재 영국을 비롯해 유럽 공연계의 가장 뛰어난 안무가 및 연출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대표작은 단연 <백조의 호수>이다.

이야기가 먼저 만들어 진 후 차이코프스키에게 음악을 의뢰해 탄생한 19세기 발레극 ‘백조의 호수’는 기품 있는 왕자와, 마법에 빠진 가냘픈 여성을 상징하는 백조의 슬픈 사랑이 전형적인 고전 발레 양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1995년 매튜 본은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뒤집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재창조한다. 배경은 현대 영국 왕실로 옮겨 왔고,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원작의 스토리는 변모한다.

특히 여성의 상징이었던 백조는 왕자를 한 없이 보호하는, 왕자의 이상향으로 바뀌어 힘이 넘치는 강인한 모습의 남성 무용수들이 맡는다. 탄탄한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낸 남성 무용수들의 관능적이며 역동적인 군무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장면이 될 것이다.


다소 대중들에게 난해하게 다가올 발레 움직임이 현대 무용을 비롯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하고 파격적인 방식의 몸짓으로 풀어내는 이 작품은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고 안무가상과 연출가상을 수상하며 영미 대륙을 평정하며 무용계 및 뮤지컬계의 반감과 논란을 일순간에 잠재웠다. 2003년 국내 무대 첫 내한 공연을 펼쳤으며 오는 5월 네 번째 한국 무대에 설 <백조의 호수>는 탄탄한 극적 긴장감과 에너지 넘치는 자유로움으로 또 한번 공연 팬들을 설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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