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오케스트라 향연, 내 맘에 쏙 드는 포인트 찾기!
작성일20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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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독일, 체코, 러시아, 미국. 세계의 클래식 사운드가 5월 한국에 모인다. 명 오케스트라로 순위를 가리기엔 저마다 다른 매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이들이라 언제 어느 콘서트홀로 찾아가 그들의 소리에 매료되어야 할 지 아리송하다. 클래식 공연의 정수들이 맞붙는 절호의 순간, 당신의 기대를 채울 오케스트라를 찾아나서자. 
균형, 조화, 완벽하고도 풍부한 사운드
풍성하고 현란한 현의 울림을 자랑하며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와 함께 미국 5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며 11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마에스트로 샤를르 뒤투아는 2008년부터 이곳의 상임지휘자로 서며 그만의 대단히 섬세하고 완벽한 짜임을 이끌어내고 있다. 탄탄하고 견고 있게 펼쳐지는 오케스트라의 정통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

5월 1일,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발레곡 ‘불새’와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 그 중 ‘불새’는 러시아 발레단의 디아길레프와 안무가 포킨의 제의로, 스트라빈스키가 27세 되던 해 러시아 민화를 소재로 한 발레 음악곡이다.
이반 짜레비치 왕자가 마법의 새인 불새의 도움으로 악한 마법사 카쉬체이에게 잡힌 공주를 구출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발레 ‘불새’의 공연 이후, 무명 작곡가였던 스트라빈스키의 이름이 순식간에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러시아 민요의 선율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특히 사를르 뒤투아가 사랑하는 이 곡은 그가 1989년 몬트리올 오케스트라와 내한해 국내에서 전곡 초연한데 이어 2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데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나체크 오케스트라 / 4월 30일-경기도문화의전당, 5월 1일-대구계명아트센터, 5월 3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야나체크는 1926년에 이 작은 교향곡을 작곡했다. 도입부의 테마는 원래 한 스포츠대회를 위한 팡파르로 만들어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1장에 등장하는 이 문구로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 야나체크와 그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소설 속에 등장했던 그의 대표곡 ‘신포니에타’는 빠졌지만, 야나체크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1954년 창단된 야나체크 오케스트라가 귀한 체코 대표 작곡가들의 선율과 함께 내한한다.
동유럽의 낭만과 라흐마니노프

작곡가이기 이전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라흐마니노프는 190cm의 키에 13도 음정을 한 손으로 거뜬히 짚을 수 있을 정도로 거구. 따라서 그가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은 서정적이고도 감미롭지만 선율 폭이 넓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연주하기 힘든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3악장에 걸쳐 엄숙한 도입과 중후하고도 강한 떨림, 그리고 호쾌함이 유연하게 흐르는 명곡을 서혜경의 협연으로 감상해 보자.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 5월 3,4일- 예술의전당 5월 6일-고양아람누리 지휘,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완소’
1945년 EMI 레이블의 명 프로듀서 월터 레그가 음반 녹음 전문 오케스트라로 창단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런던 심포니, 런던 필, 로열 필, BBC심포니와 함께 런던 5대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폰 카라얀과 정기적인 음반 녹음을 비롯, 창단 목적에 맞게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히 해석한 방대한 양의 음반을 출시해, 손꼽히는 ‘명반’들에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쉬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현재 온화하고 포용력 넘치는 균형과 조화의 지휘자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2006년 리즈 콩쿨 우승과 함께 클래식계 라이징 스타로 이견이 없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그리고 손가락 부상 후 5년 만에 연주 무대에 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 지휘자와 솔리스트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간 줄리어드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정경화가 일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연주자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5년 전 연주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사한다. “테크닉을 뛰어넘어 예술가로서 더욱 깊어진 모습”이라 말하며 고국의 무대를 준비중인 여제의 연주는 더욱 값지다.
슈투트가르트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 5월 6일 성남아트센터 이색적인 착석과 기악편성
1층 1열에 앉은 관객들은 놀라지 마시길.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하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 끝에까지 앉아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속에 섞여서 그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지휘자 로저 노링턴의 아이디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를 대표하는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945년 창단 이후 클래식의 대표 고전작품을 원전 그대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1998년부터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 로저 노링턴은, 새로운 착석배열과 기악 편성 등으로 전통적인 연주 관습에 현대적인 방식을 조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탄생되는 혁신적인 음악은 모두 작곡가가 의도한 소리를 찾는 과정으로 ‘슈투트가르트 사운드’라 불리고 있다.
BBC심포니 오케스트라 / 5월 14일 호암아트홀, 15일 올림픽공원 88마당 야외무대, 16일 예술의전당
PROMs in the Park, PROMs in Seoul
3일간의 내한 공연을 통해 정통 오케스트라 연주, 실내악, 그리고 야외 콘서트까지 각기 다른 스타일로 다양한 멋의 연주를 선사하는 BBC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러나 영국 공영방송 BBC에 소속된 교향악단인 BBC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야기 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매년 영국에서 열리는 클래식 축제 프롬즈(PROMS)다. BBC가 축제를 담당하고 BBC심포니가 상주 악단으로 활동하는 이 축제에는 매년 7월부터 8주간 100회가 넘는 다양한 클래식 연주가 펼쳐지는데, 예매 시작과 동시에 가장 빨리 티켓이 매진되는 것은, 하이드 파크를 비롯해 야외에서 열리는 ‘프롬 인 더 파크’ 콘서트이다.

5월 15일 열리는 올림픽공원 88마당 야외무대는 ‘프롬 인 더 파크’를 서울에서 재현하고자 한다. 스메타나 오페라 ‘팔려간 신부’ 서곡,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그리고 피아니스트 지용이 협연하는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16번 등 프로그램도 밝고 경쾌하며 5월의 푸르른 오후 한때와 잘 어울린다.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5월 20일-노원문화예술회관, 21-예술의전당, 23일-세종문화회관, 24일-경남문화예술회관 1951년 유스 오케스트라로 창단한 후 1953년 지금의 이름을 갖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수 많은 천재 클래식 음악가를 탄생시킨 러시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강한 애착과 향수로 미국 망명지에서도 러시아 옷을 입고 지냈다는 라흐마니노프를 비롯하여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등 자국 음악가의 명곡을 통해 ‘시계로 잰 듯 정확한 사운드’를 선사할 계획이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 5월 29일 예술의전당
독일 헤세 주 공영방송을 담당하는 헤센 방송국 산하의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고전과 낭만, 실험과 현대, 그리고 다양한 관객층을 겨냥한 기획 공연 등 폭 넓은 레퍼토리를 자랑으로 한다. 특히 1980년대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과 함께 녹음한 말러 교향곡 전곡은 말러의 서늘하고 날카로운 디테일과 표현이 일품으로 꼽히며 말러 팬들 사이에서 ‘must listen’ 앨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며 연주자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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