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공연계 '포인트'로 되짚어보기!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 열 두 달. 365일을 깨알같이 보냈던 대한민국 공연의 2010년이 저물고 있다. 전문가평, 티켓판매 수치, 공연기자의 사심 어린 시선 등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플레이디비 ‘2010 공연 한눈에 다시보기’를 만나보자.



2010 스테이지 #1. 키워드

2009년 주춤했던 공연시장이 양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반면,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과 라이선스, 내한 공연은 오히려 줄어든 한 해였다. 그만큼 흥행이 검증된 공연의 재공연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중소극장의 작품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연이 소개되었다. 2010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살펴본다.

* 아이돌 전성시대
2010년 역시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은 줄을 이었다. 그 중 가장 큰 화력을 뿜은 가수는 JYJ의 시아준수. 그는 <모차르트!>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해 3000석 세종문화회관 전 회를 매진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 밖에 슈퍼주니어의 예성, 온유, 소녀시대의 제시카, 태연, 동방신기 유노윤호 등이 잇달아 뮤지컬에 아이돌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1년 키워드에서도 빠지지 않을 단어.

* 장기공연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의 장기공연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라이언킹> 이후 <오페라의 유령>이 서울에서 1년 동안 공연을 했고, 2010년에는 미스사이공이 서울에서만 8개월, <빌리 엘리어트>가 2011년 초까지 약 6개월, <지킬앤하이드>가 약 4개월 이상 공연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많은 양질의 작품이 장기공연에 나설 수 있는 힘은 단단한 관객층인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 말라버린 창작 뮤지컬
2009년 공연시장 불황의 여파가 2010년 창작 뮤지컬 초연 기근으로 나타난 듯 하다. <선덕여왕> <태양의 노래> <궁> <서편제> 등 작품 수도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흥행 면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1년에는 <천국의 눈물>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선보이니 기대해볼 만 하다.

* 엄마
2009년에 이어, ‘엄마’는 역시 올해에도 공연계를 휩쓸었다. 연말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친정엄마>를 비롯해 연극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3일> <엄마를 부탁해> 등이 잇달아 소개되며 관객들의 눈물을 훔쳤다. 2011년에는 <엄마를 부탁해>가 뮤지컬로도 만들어 진다고 하니, 내년에도 엄마 열풍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폰
트위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공연을 홍보했다. 배우들은 연습실 모습을 수시로 공개해 개막 전부터 기대감을 높였다. 스마트 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전방위 홍보도 이제 공연계에서 빠지지 않는 수단이 됐다.

*박칼린
올해 가장 사랑 받은 공연계 인물은 역시 박칼린 감독이다. 국내 1호 음악감독으로 공연계에서 기념비적인 인물이었던 그녀는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며 장르를 초월하며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녀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남자의 자격’ 이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됐으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섭외가 쇄도 했고, 광고에도 출연했다. 2011년에도 그녀의 활약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2010 스테이지 #2. 초연작 결산 ‘빛났던 새 얼굴’은 누구?

2010년 무대에 오른 뮤지컬, 연극, 콘서트, 클래식, 무용 등의 공연작품이 7천여 편이 넘었다. (인터파크 판매 7261편) 타 장르보다 대중성이 높은 뮤지컬, 연극의 경우, 흥행성이 검증된 대형 작품의 앵콜 공연과 꾸준히 사랑 받는 스테디 무대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따라서 국내 첫 선을 보인 초연작의 시도와 가치에 더욱 주목이 되던 2010년. 한 해 동안 공연한 초연작 중에서 플레이디비 전문가 20자평단과 관객들이 각각 선정한 다섯 편의 작품을 살펴본다.

* 2010년 국내 초연 창작, 라이선스 작 대상
* 전문가 20자평단 3인 이상 평가작 기준
* 관객들의 선택은 서울공연 인터파크 판매금액 기준

 
전문가 20자평단의 선택(10점 만점)
관객들의 선택
1위
빌리 엘리어트 (8.2점)
빌리 엘리어트
2위
왕세자 실종사건 (7.8점)
모차르트!
3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7.7점)
몬테크리스토
4위
스팸어랏 (7.6점)
락 오브 에이지
5위
서편제, 컨택트 (7.5점)
스팸어랏

* 빌리, 관객과 평단에게 모두 1위
공연장의 크기와 공연 횟수가 흥행부문 산출에 영향을 미치겠으나, 전문가들과 관객들의 선택에서 <빌리 엘리어트>가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런던 초연 후 현재까지 오픈 런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빌리 엘리어트>는 호주, 미국 등의 영어권 공연에 이어 한국이 첫 비언어권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더욱이 타이틀롤을 맡은 아역과 1년 반이 넘는 트레이닝 시스템 등은 앞으로 국내 공연 흐름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알찬 개성작 선호
전문가단들이 뽑은 작품에는 소위 말하는 브로드웨이식 쇼 뮤지컬이 없는 대신,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작품들로 채워진 것이 특징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시대적 배경에 맞물리는 가족애와 희망을 담은 따뜻한 이야기에 발레, 아크로바틱 등의 구성이 특징이라면 <왕세자 실종사건>은 궁궐을 배경으로 미니멀 한 무대, 독특한 동작과 전개가 화제가 되었다. 잔잔하게 두 남자의 우정이 동화처럼 펼쳐지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코미디극 <스팸어랏>, 그리고 판소리라는 전통의 소재를 모던한 무대 위에 펼쳐 또 다른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드러낸 <서편제>, 대사 없이 춤으로만 소통하는 <컨택트> 등이 최종 5편에 선정되었다.

* 배우들의 티켓 파워, 중요한 변수
관객들의 선택엔 장엄한 스케일과 출연 배우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인기작 2위를 기록한 <모차르트!>는 김준수의 티켓 파워로 세종문화회관 전석 매진과 공연 전 티켓 소지 여부에 따른 로비 입장 제한이라는 기현상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락 오브 에이지>에서는 온유, 안재욱 등 인기 아이돌과 아시아팬이 따르는 배우들의 출연이 관객들의 작품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 20자평단의 선택(10점 만점)
관객들의 선택
1위
샤우뷔네 극단 - 햄릿 (8.7점)
엄마를 부탁해
2위
너와 함께라면 (8.4점)
옥탑방 고양이
3위
11 그리고 12 (8.3점)
너와 함께라면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8.3점)
풀 포 러브
소설가 구보씨의 1일 (8.3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검증된 작가의 검증된 작품
베를린 샤우뷔네 극단의 <햄릿>은 2시간 30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3일 공연 전석 매진에 기립박수가 쏟아졌던 작품이다. 모래가 뒤덮인 무대 위에서 빠른 전개와 현대적인 오브제들의 사용으로 강렬함을 발산, 수만 번 해석되고 공연되었을 고전을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에 큰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20자평단과 관객들의 선택을 모두 받은 유일한 작품으로 <너와 함께라면>이 꼽혔다. <웃음의 대학>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타니 코우키의 작품으로 42살의 나이차를 극복한 커플의 등장과 함께 펼쳐지는 한판 소동극이 유쾌한 코미디로 전개된다. 또한 조용한 연극 시리즈를 선보여 온 작가 히라타 오리자는 이번에도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를 통해 자신의 작품 특징 속에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사회 문제를 절묘하게 풀어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 연극 연출의 거장 피터 브룩의 내한 및 연출, 연기로 화제를 모은 <11 그리고 12>와 소설을 무대로 올린 참신한 창작극, 성기웅 연출의 <소설가 구보씨의 1일>도 전문가들이 뽑은 5편에 들었다.

* 익숙해진 이야기를 따라간 무대
신경숙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엄마를 부탁해>,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옥탑방 고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이미 익숙해진 이야기가 있는 무대에 관객들은 더 큰 호감을 보였다. 책과 드라마로 접한 감동과 재미를 눈 앞에서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심리의 작용이겠다.



2010 스테이지 #3. 별별 돋보기

1. 뮤지컬, "엔화벌이 했쓰무니다!"_ 아무로 나미에상을 사로잡다  
<잭더리퍼><락오브에이지>_연타홈런 ‘욱사마’, 안재욱

2010년 공연장 로비에서는 ‘일본팬입니다’, ‘대만에서 왔습니다’라는 문구를 단 화환들이 늘어선 이색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연극 <나는 너다>를 통해 안중근으로 변신한 송일국은 일본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안중근의 한(恨)을 풀어줬고, 대한민국 군인 이준기는 <생명의 항해>에서 ‘이마부상 투혼’을 통해 군인정신을 보여줬다. <모차르트!> 김준수와 <궁> 유노윤호는 출연 회차 분 전석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한류, 아이돌 스타 티켓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불혹을 앞두고 있는 안재욱은 <잭더리퍼><락오브에이지>등 연달아 두 편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흥행에 성공, 원조 한류스타 ‘욱사마’의 위력을 보여줬다. 

2.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해도 좋았다!
<오페라의 유령>_팬텀과 라울 사이, 홍광호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작품에서, 누구나 탐내는 역할로 활약한 홍광호의 ‘캐릭터 득템’도 눈에 띈다. '미친 가창력의 소유자'로 불리는 홍광호는 2009년 9월부터 <오페라의 유령>  라울로 무대에 올랐다가, 2010년 3월부터는 팬텀으로 무대에 서며 <오페라의 유령> ‘세계 최연소 팬텀’ 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3. '카푸치노 키스'보다 아찔하네!
강렬하거나, 달콤하거나  <쓰릴미><삼총사> 김무열

최재웅과 함께 <쓰릴미> ‘스타페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무열은 12월부터는 <삼총사> 달타냥으로 2010년 레이스를 이어갔다.  <쓰릴미>에서는 최재웅과의 화끈한 키스로, <삼총사>에서는 콘스탄스(감아선, 다나)와의 달콤한 키스를 선보여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키스 실력으로 무대 위 ‘아찔한 키스 본좌’로 떠올랐다. 빌리가 마이클에게 전하는 <빌리엘리어트> 엔딩 인 ‘볼뽀뽀’ 장면은 ‘최고 깜찍키스’로,  <태양의 노래> 여주인공 카오루(태연)와 코지(고준식, 정선영)의 키스는 남성팬들의 뜨거운 야유가 쏟아졌던 키스로, <모차르트!>속 모차르트(김준수)와 아내 콘스탄체(정선아)의 침대(?)장면은 여성 팬들의 따가운 레이저 눈빛이 쏟아졌던 무대로 기억됐다.

4. 인연인가, 악연인가
<모차르트!><천국의 눈물> 김준수, 조성모

지난 1월 초연한 <모차르트!>와 11월 제작발표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천국의 눈물>을 눈 여겨본 관객이라면,  '김준수와 조성모'의 별난 인연을  놓치지 않았을 것 같다. 당초, <모차르트!>의 주인공이었던 조성모는 갑작스런 다리 부상으로 인해 하차 소식을 밝혔고, 그 아쉬움은 김준수의 전격 합류로 채워졌다. 이 작품을 통해 김준수는 각종 뮤지컬 시상식의 신인상을 석권, '뮤지컬 티켓파워배우'로 자리매김하며 '뮤지컬 캐스팅 0순위'로 손꼽히게 됐다. 김준수의 뮤지컬 차기작으로 발표된 <천국의 눈물>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아시나요'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조성모와 김준수의 별난 인연이 화제를 모았다. 오는 2011년 2월 개막하는 <천국의 눈물>은 <오페라의 유령> 설도윤 프로듀서의 야심한 창작뮤지컬 프로젝트로 김준수, 브레드리틀, 정상윤, 윤공주 등이 출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song@interpark.com)
     황선아 기자(suna1@interpark.com)
     강윤희 기자(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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