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2011년, 유쾌상쾌통쾌한 희망 배달 공연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라 했던가. ‘잊지 않고는 도저히 못 살겠는’ 현실이 아니라 오늘의 고난과 장애도 잊게 만드는 내일에 대한 기대, 2011년 그대의 하루하루를 채울 희망 메시지의 증거들을 소개한다. 존재가 곧 행복이어라. 매일매일 시트콤처럼 ‘해피엔딩’인 인생을 위하여!

<오디션> 당신의 꿈에 빵빵한 엔진 장착하셨습니까?
비어가는 주머니에 반비례해 더욱 채워지는 음악에 대한 열정. 밴드 ‘복스팝’의 젊은 여섯 청춘들이 등장하는 <오디션>에는 내일을 향한 에너지 빵빵한 희망가가 흘러 넘친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함께 그들이 빚어내는 세상 속 좌충우돌은 꼭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고,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들은 이 작품의 자랑 중의 자랑이다.

낮 동안 좌절과 허무의 질척이는 걸음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혼자 맞는 새벽, 다시 내일의 희망과 웃음을 떠올릴 수 있도록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내일을 믿어요’, ‘회기동’을 추천하며, 웃다 울다, 그렇게 친구들과 어깨동무하는 유쾌한 하루하루가 최고라 외치는 이들에겐 ‘고기 예찬’을 권한다. 한 편의 콘서트 같은 커튼콜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방 뛰며 맘껏 소리지르는 것이 제대로 된 <오디션>의 감상법이다. 오는 3월 해병대 자원입대 예정인 클릭비의 멤버 오종혁이 주인공 박병태로 변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이기동 체육관> 가드 올리고! 죽기살기로 덤벼보는 거야!
챔피언의 영광과 복싱의 열정 모두를 과거 행 급행열차에 태워 보낸 이기동은 별볼일 없는 허름한 권투 체육관의 관장이다. 지난 날 아픈 기억에 발이 묶여 질척이는 삶을 살아가지만, 삐그덕거리는 체육관의 문을 열고 들어와 불 꺼진 링 위를 끊임없이 뛰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수강생들’의 ‘이유 있는 스파링’에 조금씩 내일의 기대가 열린다.

왕년의 챔피언 이기동을 갈망하는 소심한 동명이인 시간강사 이기동 역에 김수로가 나서고 있으며, 껌 좀 씹지만 속은 여린 왈가닥 여고생으로 변신한 가수 솔비도 만날 수 있다. 2009년 초연 무대 이후 공연을 위해 실제 배우들이 수 개월간 체육관 특훈을 받는 것은 이 작품의 경건한 전통이 되었다. 마지막 5분간 쉼 없이 계속되는 단체 줄넘기 장면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빌리 엘리어트> 빌리, 희망의 증거
빌리는 이제 꿈의 이름이 되었다. 가난한 탄광촌의 한 소년이 발레리노의 꿈을 품고 세상으로 향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빛난다. 어두운 사회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윌킨슨 선생, 아버지, 그리고 친구 마이클 등 빌리를 중심으로 따뜻하게 엮어지는 관계의 어깨동무는 감동, 그 자체다.

이야기, 음악, 안무, 무대 등 부족함 없는 웰 메이드 작품이나 무엇보다 공연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작은 소년 빌리 배우들의 모습에 넋을 놓게 된다. ‘내가 저 나이 땐 뭘 했나’. 가방 던져놓고 만화영화 봤을 거다. 일일 학습지 밀려서 엄마한테 맞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내 자식은 저렇게 키워봐야지’하는 부모 근성이 누구나 싹틀 수 있다. 희망은 그렇게도 꼼틀거리는 것이다.




<너와 함께라면> 나는요~ 일흔살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
금이야 옥이야 키운 꽃다운 내 딸이 일흔 살 노인을 남자친구라 소개한다면?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내 딸의 일흔 살 남친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가족 간에 속이고 또 속이는 당황스럽고도 황당한 전개가 배꼽을 뒤흔든다. <웃음의 대학>으로 이미 한국을 웃긴 미타니 코우키 작으로 말과 상황으로 쉼 없이 폭소를 쏟게 하는 재간이 기가 막히다.

‘사랑 밖에 난 몰라’ 딸과, 밀어 부치라는 여동생, 그리고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부인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속바지 차림으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압권이다.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과연 이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을까?




<내 이름은 김삼순> 뻑이 갑니다요, 뻑이 가~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가…’도, 받쳐주지 않는 악조건들에 둘러싸여 있다면 초울트라 명랑만화 캐릭터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경우의 수에서 훨씬 더 많이 실패 쪽에 기울게 될 것을. 여기, 대한민국 이 땅에서 ‘넉넉한 몸무게, 충실한 나이, 허전한 통장’ 쓰리 콤보에 ‘성격 더러운 노처녀’ 액션 파워 추가인 여자 김삼순이 해피하게 살기란 그리 해피 하지 않음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생긴 얼굴에 빵빵한 재력, 까칠한 성격까지’, 훈남 요소 모두 갖춘 어린 남자의 사랑을 쟁취했으니 이런 어매이징 한 일이!

나보다 나은 애가 잘 되면 배가 아프고, 나 보다 못한 애가 잘 되도 배가 아프나, 나랑 비슷한 애가 잘 되면 내게도 희망이 생긴다. 동명 드라마에서 신데렐라 느낌이 충만한 러브스토리를 ‘마치 내 뱃살과 내 설움’으로 리얼하게 풀어내 많은 처자들을 ‘뻑이 가게’ 만든 <내 이름은 김삼순>이 연극으로 탄생했다.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내 일과 내 사랑에 당당했던 삼순이의 모습은 이 시대 여자들의 진정한 로망 아니겠는가. 까짓, 삼순이도 성공했는데, 나라고 안 되라는 법 있는가.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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