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흥행불패의 신화 <위키드>가 온다!

5월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뮤지컬 ‘위키드’의 월드투어 팀 내한공연은 여러모로 관심거리다. 2003년 초연 이후 9년째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흥행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히트작의 국내 상륙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즐길 수 있는 대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2000억 원 규모에서 정체되어 있는 국내 뮤지컬 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뮤지컬로 꼽히는 탓이다. 국내 뮤지컬은 20, 30대 여성 관객이 이끌어 온 시장이지만 이번 뮤지컬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2월 7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그랜드시어터에서 이번 내한공연을 할 호주 투어 팀의 공연을 먼저 만나봤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내 팬들이 선호하는 화려한 볼거리, 화려한 무대다. 이 뮤지컬 넘버 중 ‘원더풀’이라는 노래의 제목 한마디로 ‘원더풀’하다. 무대 세트의 다양한 운용이 스펙터클 뮤지컬의 대명사인 ‘오페라의 유령’을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2시간 45분(쉬는 시간 15분)의 공연 동안 무대 세트는 무려 62차례나 바뀐다. 조명 변화까지 포함하면 594회. 15초에 한 번씩 무대에 변화를 주는 셈이다. 2003년 토니상을 포함해 2004년 외부비평가상, 2009년 호주 펠프먼상에서 무대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공연 시작 전 무대 위 쪽 벽면에 번쩍거리는 금속 재질의 용이 아가리를 벌린 채 용트림을 토해 내며 단박에 시선을 붙잡았다. 1막 끝에 주인공인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공중으로 치솟을 때 빛줄기가 수십 개로 갈라지며 퍼지는 모습도 장관이다. 34명의 출연 배우가 한 작품에서 사용하는 의상이 350벌. 극 중 8번이나 옷을 바꿔 입는 배우도 있다.


공연이 끝난 뒤 백스테이지 투어를 하면서 이 뮤지컬 제작진이 디테일에 얼마나 많은 공을 쏟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개성 강한 디자인의 의상들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똑같은 녹색을 사용했는데도 명도나 채도에 변화를 줘 수 십 가지의 녹색 계열의 의상을 만들었다. 극 중 등장하는 두 개의 침대는 침대 주인의 캐릭터에 맞춰 이불의 디자인을 달리했다. 허영심 많고 ‘공주병 환자’인 글린다의 이불은 분홍색, 중성적이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앨파바의 이불은 수수한 색으로 변화를 줬다. ‘서쪽 마녀’인 엘파바가 사용하는 빗자루도 모양이 비슷하지만 디테일이 다른 4가지의 버전이 존재했다.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몸에 고정시킬 수 있도록 클립이 달린 것, 빗자루를 휘두르는 장면에 사용할 수 있도록 무게를 가볍게 한 것, 빗자루에 구멍을 뚫어 세트에 걸수 있도록 한 것, 끝에 벨크로(찍찍이)를 부착해 세트에 붙였다 띄었다 할 수 있게 한 것 네 가지다.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마법사가 등장하는 영화 ‘해리 포터’ 류의 판타지 물에 여성 두 명을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 국내 공연 시장에선 남자배우의 매력이 흥행 여부를 좌지우지했다. 젊은 여성 관객이 주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 두 명의 우정을 주요 주제로 다룬 이 뮤지컬에 여성 뮤지컬 마니아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자못 궁금하다. 물론 남자 배우들도 나오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다. 이 두 여자 주인공의 매력은 남성 관객에게도 충분히 통할만했다. 특히 호주 배우인 수지 매더스가 연기하는 글린다의 뛰어난 가창력, 앙증맞은 ‘공주병 환자’ 연기는 중년 남성 관객에게 시종 미소를 자아낼 것이 분명하다. 매더스의 가창력은 디테일이 굉장히 섬세한 아기자기하면서도 한편으로 선 굵은 것이라면 제마 릭스가 연기하는 앨파바의 가창력은 가수 셀린 디온만큼 파워풀하다. 전체 21곡으로 구성된 스티븐 슈워츠 작사 작곡의 뮤지컬 넘버는 매력적이다. 일관적인 톤이 있으면서도 다양하고 멜로디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자꾸 흥얼거리게 만들만큼 중독성이 있다. 위키드의 앨범은 2005년 미국 그래미상 베스트 앨범상을 받았고 세계에서 200만 장 이상 팔렸다.


국내 공연에서 다소 걱정되는 부분은 ‘건국신화가 없는 미국의 건국신화’로까지 불리는 소설이자 동명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을 잘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세심한 관람의 재미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진 ‘오즈의 마법사’는 캔자스 주 농장에 살던 도로시라는 소녀가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오즈’라는 환상의 공간에 떨어지고 허수아비, 깡통 인간, 겁쟁이 사자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이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 ‘위키드’는 이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을 뒤집거나 비튼다. 허수아비와 깡통 인간, 겁쟁이 사자의 정체, 도로시가 신게 되는 빨간 구두의 사연도 이 뮤지컬을 통해 밝혀진다. 극 막판 오즈의 마법사(버트 뉴턴)의 숨은 사연이 드러날 때 객석에선 폭소가 터졌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을 전혀 모를 때는 웃음의 포인트를 잃기 쉬울 것 같다. 실제로 브로드웨이 공연과 이번 싱가포르 공연을 모두 관람한 한 공연 기자는 싱가포르에선 ‘오즈의 마법사’ 내용을 잘 모르는 관객이 많은 탓인지 브로드웨이 공연 때보다 웃음을 터뜨리는 횟수가 더 적었다고 말했다. 그러니 좀 더 이 대단한 뮤지컬을 더 즐기고 싶으면 먼저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한번 보라고 조언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어쨌든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와는 별개로 공연하는 어떤 지역에서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다.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에서도 대성공이었다. 멜버른 공연 때는 시 전체 인구 250만 명의 5분의 1인 50만 명이 관람했다. 브로드웨이 거슈윈 극장은 매주 170만 달러(약 20억 원)를 벌어들인다. 세계적으로 3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25억 달러(약 3조 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이번 내한 공연이 일체의 로열티 계약 없이 제작사와 수입사가 티켓 수입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흥행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이런 방식은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을 포함해 처음이다.

글 / 동아일보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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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kisswe** 2012.03.14

    무대연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