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소극장 뮤지컬 시대


3월 말과 4월 초, 불과 며칠을 사이에 두고 <풍월주>와 <블랙메리포핀스> 두 편의 뮤지컬이 나란히 예매랭킹 1위에 올랐다. 각각 신라시대 남자기생, 심리추리스릴러라는 독특한 컨셉트로 티켓오픈 전부터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오던 터였지만 두 작품이 소극장 창작뮤지컬인데다, 아이돌이나 대중스타 캐스팅도 없음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선전이라 할만하다.  두 작품뿐만 아니다. 참신한 기획과 컨셉트로 앵콜 공연에 돌입하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줄을 잇고 있다. 작품성과 흥행성, 입소문이 더해져 강한 화력을 발휘하는 작지만 매운 무대들.  바야흐로 2012년 봄은 소극장 대전(大戰)이다.


흥행가도 달리는 초연작
<풍월주> <블랙메리포핀스>

신라시대 남자기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뮤지컬 <풍월주>는 지난해 3월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공연과 갈라콘서트를 통해 일찍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이다. 오는 5월 작품개발을 거쳐 정식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 공연은 티켓오픈 5분만에 프리뷰 공연 2400장이 매진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신라시대 남자기생들이 기거하는 ‘운루’라는 가상공간에서 펼치는 성을 뛰어넘는 사랑과 우정, 갈등을 그리는 창작뮤지컬로 정민아 작가, 이재준 연출, 박기헌 작곡가가 뭉쳤다. 성두섭, 이율, 김재범, 신성민, 최유하, 김대종 등 대학로의 신뢰도 높은 배우들이 캐스팅된데다, 지난 1월 리딩공연에서의 입소문 덕분에 개막전 기대감은 연일 높아져가기만 한다.

 

행복한 비명을 지른 또 하나의 뮤지컬은 <블랙메리포핀스>다. 이 작품 역시 지난 4일 티켓 오픈을 하자 1차 오픈 전석 매진을 시키며 주목 받았다. 1926년 대저택 화재로 생긴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에 얽힌 네 형제와 보모 이야기를 그린 심리추리스릴러로 정상윤, 전성우, 강하늘 등이 출연한다. 최근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을 선보이며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김수로와 연극 <밀당의 탄생>을 히트시킨 서윤미가 작/연출을 맡아 기대감을 높인다.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
<셜록홈즈> <모비딕>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는 탐정의 대명사 홈즈라는 친숙한 캐릭터와 정통추리극이라는 접근으로 큰 호응을 얻은 창작 뮤지컬. ‘왓슨’을 여성으로 설정해 코믹하게 튀는 캐릭터 홈즈를 달래고 어우르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시즌제로 선보인다는 제작사의 계획은 1편의 성공으로 확실하게 실행 가능해졌다. 올해 셜록홈즈 그 두번째 이야기가 첫 선을 보일 예정. 현재는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서울공연에 이어 지방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배우가 직접 연주하는 뮤지컬 <모비딕>도 공연장을 넓히고 스토리라인을 좀 더 정비해 앵콜 공연 중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 등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하고 연기하며, 배우들 역시 연기 뿐아니라 연주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지난해 첫 선을 보이며 신선한 무대로 주목을 받아왔다. 팝피아니스트 윤한, 배우 지현준 등이 합류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사랑만 있나요? 우정도 있어요
<식구를 찾아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단골소재인 사랑 대신 우정을 택해 훈훈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도 있다. 외로운 두 할머니들과 마당 앞 동물들이 식구가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식구를 찾아서>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오른다. 각자 기구한 사연을 품은 박복녀, 지화자 할머니와 몽(개) 냥(고양이) 꼬(닭)가 혈연이 아닌 정으로 만나는 모습이 때론 웃음을, 때론 진한 감동을 선사해 지난해 입소문이 퍼진 공연이다.

 

남자들의 우정과 인생을 이야기 하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역시 순항 중. 베스트셀러작가 토마스와 고향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앨빈의 우정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특히 두 배우가 100분간 퇴장 없이 무대를 채우는 열연과 끈끈한 남자의 우정이라는 컨셉트로 마니아층이 두터운 공연이기도 하다. 이석준, 고영빈, 정동화, 조강현, 이창용이 앨빈와 토마스의 진한 우정을 연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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