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가 전하는 싱가포르 <위키드> 생생현장

글/사진 : 정선아

지난 몇 년간 정말 쉴새 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계획한 여행!

곧 한국에 <위키드>가 공연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쾌재를 불렀던 나는 이 급한 성격에, 쉬는 동안 싱가포르로 날아가서 먼저 공연을 보기로 했다. 더욱이 공연도 보고, 제작사의 도움으로 배우와 스텝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 더욱 기대되고 긴장되었다.

<위키드>는 모든 여배우가 가장 선망하는 최고의 작품일 것이다. 나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작품! 몇 년 전 뉴욕에서 한번 본 후 두 마녀의 열성 팬이 되었다.

4월 11일. 처음 방문하는 싱가포르 공항. 장대 같은 비가 쏟아져 기상이 좋지 않음 어쩌나 걱정하며 공항을 나섰는데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게 갠 하늘은 깨끗하다. 소문만 들었던 도시를 더욱 반짝거리게 했다. ‘스콜’이란 거란다. 우기가 아닌데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온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가 신기할 따름이다. 빗속을 뚫고 야자수가 잘 정리된 도로를 감상하며 20분 정도 달리니 거대한 빌딩숲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세계적인 명소로 손꼽히는 마리나베이 샌즈는 그저 뜨아~ 탄성만 나오게 했다. "저기에 머물면서 공연도 보고 배우들도 만나보고 한단 말이지."

호텔에 도착하니 건너편 벽면을 둘러싼 엄청난 사이즈의 <위키드>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호텔 앞에 대기 중인 택시도 모두 <위키드> 그림으로 꾸며져 있었고 호텔 로비 역시 <위키드> 관련 진열대가 가득했다. 한 도시 전체를 <위키드>가 삼켜 버린 듯 했다.

공연장에 가서 또 한번 놀랐다. 공연장에 정말 많은 인종,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온 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지가 되어 더 그런 걸까? 아니면 <위키드>의 힘일까? 우리나라도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극장을 찾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키드> 공연을 위해 그린색의 의상을 준비해 왔었다. 사실 드레스 의상이 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생각이었다. <위키드> 공연의 인기인지,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은 마치 이브닝 파티에 오듯 잘 차려 입고 왔다. 그 중 형광 그린색의 스타킹에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은 한 여성 관객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린색 보타이를 하고 왔다.)

공연시작을 알리고 익숙한 인트로 음악에서부터 공연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평소에 <위키드> 음악을 너무나도 즐겨 듣고 뉴욕에서도 공연을 보고 와서 그런지 더욱더 음악과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화려한 세트, 의상과 색감은 말할 것도 없고 엘파바의 디테일 한 감정표현과 폭발적인 가창력, 글린다의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의 사랑스런 캐릭터 연기는 공연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여배우 서로가 주고받는 에너지와 호흡이 너무 좋았다. 그 쌓아온 서로의 호흡은 공연의 막바지 ‘For Good’이란 곡으로 정점을 찍으며 관객에게 폭풍감동을 몰아친다. 이렇게 2시간 40분은 훌쩍 지나가고 커튼콜. 벌떡 일어나 한참을 박수 쳤다.

만약 내가 이 공연을 하게 된다면 어떤 역을 할까? 그리고 누구와 하게 될까? 그런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했다.

공연 관람 후 두 주연 배우를 만났다. 글린다 역의 수지는 실제로도 사랑스러운 외모와 말투, 애교 넘치는 공주 그 자체였다. 실제로도 가발보다 더 빛나는 금발을 가졌고 분장실 가득 핑크색으로 꾸며져 있다. 선물로 준비한 초콜릿 케익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무대 위의 캐릭터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한국공연을 위해 한국어 읽고 쓰기 공부 중이라고 해서 한마디 부탁했더니 “꼴(콜)라 주세요”. 하루 빨리 이 사랑스런 글린다의 모습을 한국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녹색피부의 신비로운 엘파바. 실제로 만나본 엘파바 역의 젬마는 너무나 예뻤다. “분장을 왜 하지?”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쌩얼의 포스가 브룩쉴즈를 연상케 할 만큼 너무 아름다웠다.

실제로 만났을 때 그녀의 손은 연한 그린 빛을 그대로 띄고 있었다. 엘파바 역만 4년 가까이. 아무리 깨끗이 지운다 해도 남아있는 엘파바의 흔적은 이 역할에 쏟은 열정을 말해주는 훈장과 같다고 해야 하나. 매 공연마다 이런 분장을 하고 지우고, 보통의 열정과 프로정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엘파바의 피부색이 그저 단순한 그린이 아닌 찬란한 에메랄드 빛으로 느껴지는 이유일수도.
장기 공연은 배우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만나본 두 배우는 <위키드>에 대한 무한 애정과 열정으로 한 회, 한 회.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매일 새로운 관객을 맞을 준비에 설레고 최고의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져, 같은 배우로서 나도 모를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처음 방문한 싱가포르는 깨끗하고, 나를 맞이해준 <위키드> 배우들과 스텝들은 가족 같은 따뜻한 느낌이었다. 곧 한국에 온다고 하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이번 투어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고급스러움이 있었다. 너무 좋았다. <위키드>를 하고 싶었지만 이번 만남 후 더욱 하고 싶어졌다. 무대 뒤에서 만난 배우와 스텝들의 열정과 따뜻한 기운이 한국의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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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5

  • anddonio** 2012.04.28

    와~ 정말 기대 됩니다 ㅎㅎ 멋진 모습 보여 주세요~^^

  • dbtjs28** 2012.04.26

    어제 쇼케이스 다녀왔는데요, 멋졌습니다,

  • kara1** 2012.04.24

    정선아 배우가 위키드 분장을 하는 모습을 보니 언젠가~ 초록마녀로 변신^^ 한 모습이 상상됩니다. 정말 위키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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