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소년과 뱀파이어의 사랑 이야기 <렛 더 라이트 원 인>
작성일2014.06.17
조회수12,818
오스카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는 것이 일상인 소년이다. 어느 날 오스카는 옆집으로 이사 온 약간은 이상한 소녀 일라이를 만나고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일라이가 문득 오스카에게 묻는다. “내가 여자 아이가 아니더라도 날 계속 좋아할거야?” 이미 일라이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 오스카는 네가 남자 아이라도 상관없다고 대답하지만, 사실 일라이는 여자 아이도 남자 아이도 아닌, 백 살이 넘은 뱀파이어다. 피를 며칠간 먹지 못해 배가 고파지면 몸에서 ‘감염된 붕대 냄새’가 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으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한편, 루빅스 큐브 정도는 간단히 맞출 수 있으며, 잠은 궤짝 안에 들어가서 잔다.
외로운 소년과 뱀파이어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다룬 연극 <렛 더 라이트 원 인(Let the Right One In)>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 원작의 소설과 영화를 모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8년 <렛 미 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어 호평을 받았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지난해 6월 던디 렙 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같은 해 런던의 로열코트 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폭발적 관심을 받으며 전회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웨스트엔드로 진출해 아폴로 극장에서 9월 말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렛 더 라이트 원 인>이 공연 중인 아폴로 극장
<렛 더 라이트 원 인>의 연출을 맡은 존 티파니(John Tiffany)는 2012년 뮤지컬 <원스(Once)>로 토니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의 스타 연출가다. 협력연출가인 스티븐 호겟(Steven Hoggett) 또한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과 <원스>등의 화제작에서 안무를 담당했던 바 있다.
연출가 존 티파니는 한국과도 나름 인연이 있는데, 존 티파니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시절 연출해 올리비에상을 받았던 <블랙워치(Black Watch)>가 2012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초청 받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적이 있고 지난 2월에는 올 연말 한국어로 초연될 뮤지컬 <원스>의 오디션을 위해 한국을 다시금 찾기도 했다.
<렛 더 라이트 원 인>을 관람하기 전 가장 기대가 됐던 부분은 영화 <렛 미 인>의 감동을 무대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였다. 특히 연극은 영화와 다르게 무대라는 한정된 물리적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궁금했는데, 크리스틴 존스(Christine Jones)의 무대 디자인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하지만 춥고 쓸쓸한 분위기의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간단한 소품만을 영리하게 사용해서 오스카의 집, 일라이와 오스카가 만남을 갖는 놀이터, 학교 탈의실, 수영장, 기차 등의 다양한 장면을 큰 무대 전환이 없이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일라이 역을 맡은 레베카 벤슨(Rebecca Benson)의 연기였다. 작은 체구를 가진 여린 소녀의 모습을 했다가도 일순간 온몸에 피를 묻힌 뱀파이어의 광적인 몸짓을 표현하는 그녀는, 뻔한 표현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또한 오스카 역의 마틴 퀸(Martin Quinn)의 경우 무대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함이 매력인 오스카의 캐릭터를 매우 잘 살려낸다. 커튼콜에서도 아직은 무대에 서 있는 것이 어색한 듯 얼굴에서 부끄러움이 살짝 읽혔는데, 그 모습이 소년 오스카의 느낌과 묘하게 겹쳐지기도 했다. 특히 마틴 퀸은오스카가 학교 수영장 물속에 갇혀 극도의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에서 1분 30초 가량 물속에서 숨을 참아내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는 이 장면을 위해 라이프 가드를 대동하여 훈련을 하고 스쿠버다이빙 레슨도 받아야 했다고 한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해리포터의 프리퀄 성격으로 제작되는 웨스트엔드 작품에 존 티파니가 J. K. 롤링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렛 더 라이트 원 인>의 대본을 맡았던 잭 손(Jack Thorne) 역시 연극판 해리포터의 극작가로서 물망에 올랐다고 하여 <렛 더 라이트 원 인>을 향한 관심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영화로서 이미 성공한 작품들을 거침없이 무대화 해 온 존 티파니가 만들어낼 해리포터는 어떤 작품이 될 지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외로운 소년과 뱀파이어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다룬 연극 <렛 더 라이트 원 인(Let the Right One In)>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 원작의 소설과 영화를 모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8년 <렛 미 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어 호평을 받았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지난해 6월 던디 렙 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같은 해 런던의 로열코트 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폭발적 관심을 받으며 전회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웨스트엔드로 진출해 아폴로 극장에서 9월 말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렛 더 라이트 원 인>이 공연 중인 아폴로 극장
<렛 더 라이트 원 인>의 연출을 맡은 존 티파니(John Tiffany)는 2012년 뮤지컬 <원스(Once)>로 토니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의 스타 연출가다. 협력연출가인 스티븐 호겟(Steven Hoggett) 또한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과 <원스>등의 화제작에서 안무를 담당했던 바 있다.
연출가 존 티파니는 한국과도 나름 인연이 있는데, 존 티파니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시절 연출해 올리비에상을 받았던 <블랙워치(Black Watch)>가 2012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초청 받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적이 있고 지난 2월에는 올 연말 한국어로 초연될 뮤지컬 <원스>의 오디션을 위해 한국을 다시금 찾기도 했다.
<렛 더 라이트 원 인>을 관람하기 전 가장 기대가 됐던 부분은 영화 <렛 미 인>의 감동을 무대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였다. 특히 연극은 영화와 다르게 무대라는 한정된 물리적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궁금했는데, 크리스틴 존스(Christine Jones)의 무대 디자인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하지만 춥고 쓸쓸한 분위기의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간단한 소품만을 영리하게 사용해서 오스카의 집, 일라이와 오스카가 만남을 갖는 놀이터, 학교 탈의실, 수영장, 기차 등의 다양한 장면을 큰 무대 전환이 없이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일라이 역을 맡은 레베카 벤슨(Rebecca Benson)의 연기였다. 작은 체구를 가진 여린 소녀의 모습을 했다가도 일순간 온몸에 피를 묻힌 뱀파이어의 광적인 몸짓을 표현하는 그녀는, 뻔한 표현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또한 오스카 역의 마틴 퀸(Martin Quinn)의 경우 무대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함이 매력인 오스카의 캐릭터를 매우 잘 살려낸다. 커튼콜에서도 아직은 무대에 서 있는 것이 어색한 듯 얼굴에서 부끄러움이 살짝 읽혔는데, 그 모습이 소년 오스카의 느낌과 묘하게 겹쳐지기도 했다. 특히 마틴 퀸은오스카가 학교 수영장 물속에 갇혀 극도의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에서 1분 30초 가량 물속에서 숨을 참아내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는 이 장면을 위해 라이프 가드를 대동하여 훈련을 하고 스쿠버다이빙 레슨도 받아야 했다고 한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해리포터의 프리퀄 성격으로 제작되는 웨스트엔드 작품에 존 티파니가 J. K. 롤링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렛 더 라이트 원 인>의 대본을 맡았던 잭 손(Jack Thorne) 역시 연극판 해리포터의 극작가로서 물망에 올랐다고 하여 <렛 더 라이트 원 인>을 향한 관심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영화로서 이미 성공한 작품들을 거침없이 무대화 해 온 존 티파니가 만들어낼 해리포터는 어떤 작품이 될 지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공연과 함께 - 아폴로 극장 주변 맛집 '보카 디 루포'
Bocca di Lupo (12 Archer Street, London, W1D 7BB) boccadilupo.com
아폴로 극장이 위치한 소호는 맛집이 즐비한 런던의 중심가이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각 지방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보카 디 루포 (Bocca di Lupo)'는 재철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메뉴가 매일 바뀌는 것이 특징. 타파스 크기인 ‘스몰’로도 주문할 수 있어서, 이것저것 골고루 맛보며 와인 한 잔 하기에 제격이다.
Bocca di Lupo (12 Archer Street, London, W1D 7BB) boccadilupo.com
아폴로 극장이 위치한 소호는 맛집이 즐비한 런던의 중심가이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각 지방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보카 디 루포 (Bocca di Lupo)'는 재철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메뉴가 매일 바뀌는 것이 특징. 타파스 크기인 ‘스몰’로도 주문할 수 있어서, 이것저것 골고루 맛보며 와인 한 잔 하기에 제격이다.
글/사진: 김나영
런던 거주 5년차인 공연 마니아 & 맛집 내비게이터.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예술경영(MA)을 전공했다.
런던 거주 5년차인 공연 마니아 & 맛집 내비게이터.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예술경영(MA)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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