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런던은 ‘셰익스피어 폭우’ 중

2016년이 시작되면서부터 런던 어디에서든 줄을 잇는 셰익스피어의 이름과 그의 연극,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2016년 4월 23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서거 400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1616년은 셰익스피어 서거 뿐만 아니라, 연극계에서 또 달리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된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로즈 극장의 경영자였던 필립 헨슬로우(Philip Henslowe),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활약했던 프란시스 보몬트(Francis Beaumont), ‘중국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극작가 탕셴주(Tang Xianzu)의 죽음 또한 같은 해에 있었다.

하지만 단연 그 중 셰익스피어, 특히 ‘영국에서의 셰익스피어’는 영국민들의 생활에도 깊게 녹아 들어가 있는 어마어마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 대중교통 카드인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는 셰익스피어 작,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속 대사인 ‘The world is your oyster(‘세상은 다 네 거야’라는 의미로 진주가 조개 굴 안에 발견될 수 있듯, 세상은 그런 횡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을 내포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셰익스피어 400주기 기념 전서, 행사 봇물

올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00주기를 기념한 ‘셰익스피어400(SHAKESPEARE400)’을 메인 주제로 하여, 셰익스피어의 생가인 스트랫포드-어폰-에이본(Stratford-upon-avon)을 비롯해 영국 각 전역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 컨퍼런스, 전시, 워크숍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를 공연했던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에서는 4월 18일부터 '셰익스피어의 극과 우리의 삶과의 관련성' 및 '내셔널 씨어터에서의 셰익스피어 연극'에 대한 강좌가 일주일간 진행된다. 내셔널 씨어터서 초연한 셰익스피어 작품의 역사도 웹사이트에서 디지털 전시로 만날 수 있다.


더 컴플릿트 워크 안내 지도

템즈 강가에 있는 런던 문화 예술의 랜드마크, 서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는 지난 2월 3일부터 5월 29일까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생애, 그리고 그의 유언 및 글로브 극장의 탄생에 대한 전시가 계속된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는 ‘SHAKESPEARE400’ 프로젝트로 문화상호적인 영향을 받아 여러 나라에서 다르게 공연되었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학술 토론이 4월 22일에 진행된다. 또한 4월 23일, 24일 이틀 동안은 셰익스피어의 37개 작품을 각 10분 짜리의 영상으로 만들어 템즈강을 잇는 웨스트민스터 브릿지(Westminster Bridge)에서 타워 브릿지(Tower Bridge)까지의 길에 전시하여 누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생애에 대해 기릴 수 있도록 하는 ‘더 컴플릿트 워크(The Complete Walk)’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인 2014년 4월 26일부터 서거 400년인 올해까지, 2년 간 이어지고 있는 ’글로브 투 글로브 햄릿(Globe to Globe Hamlet)’ 프로젝트가 다시 글로브 극장으로 돌아오면서 2016년 4월 23일에 그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지난해 8월 한국의 대학로에서도 진행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196개의 나라에서 <햄릿> 투어를 진행했고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며 그 막을 내린다. 마지막 공연인 만큼 티켓은 이미 매진이지만, 공연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로터리 티켓도 제공하고 있다. 글로브 극장의 여름 시즌 티켓인 원더 시즌(Wonder Season)은 4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기간 내 줄을 이어 공연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디 덴치 등 유명인사 빠지지 않아

브리티쉬 뮤지엄(British Museum)에서는 '셰익스피어 인 텐 액츠(Shakespeare in TEN ACTS)'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4월 19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된다. 셰익스피어의 사인이 담긴 햄릿 초본부터, 셰익스피어 극에서 시작된 첫 번째 여자 배우, 첫 흑인 배우의 등장 등의 획기적인 시도 및 현재에 이르기까지 셰익스피어 연극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에 살펴볼 수 있다.


2015년 내셔널 씨어터 <햄릿>의 주역으로 등장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읽을 책이 없는 사람, 또는 독서와 거리가 먼 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리며 도서 기부를 펼치는 브리티쉬 뮤지엄의 연례 행사 '월드 북 나잇(World Book Night)'은 올해 4월 23일, 셰익스피어의 탄생과 죽음을 모두 기념하는 파티를 연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명장면을 유명인사들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생방송도 놓치기 아깝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는 BBC Two 채널과 합작해 셰익스피어의 서거일인 4월 23일 영국 전역의 극장에서 ‘셰익스피어 라이브!(Shakespeare Live!)’를 방영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연극과 함께 그 영향을 받은 음악, 춤, 오페라, 뮤지컬 등 각기 다른 영역의 문화예술과 유명인사를 만날 수 있다. 주디 덴치(Judi Dench), 이안 맥캘런(Ian Mckellen),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를 비롯하여 로열 발레(The Royal Ballet),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glish National Opera),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에 이르기까지 초호화 캐스트들이 셰익스피어의 극 중 장면 및 음악과 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4월 이후로도 5월 바비칸 씨어터에서는 <한 여름 밤의 꿈>이, 6월 리젠트 파크에서는 <헨리 5세>가 공연될 예정이며, 2016년 한 해 동안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 및 전시, 강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지속된다. '셰익스피어'라는 폭우가 도시 전역에 쏟아지고 있는 런던에 올해 들를 예정이라면, 기꺼이 그 홍수 속에 몸을 던져보길 바란다.

글: 신지은
언론정보학, 공연영상학을 전공하고 뮤지컬/연극실기석사를 마친 후 공연계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런던으로 향한 공연 여행자. 워킹홀리데이로 런던에 갔지만 한량으로 살면서 공연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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