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중의 축제, 에딘버러 페스티벌-(1) 프린지

영국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스코틀랜드(Scotland)의 수도 에딘버러(Edinburgh). 매년 8월이 되면 신데렐라의 누더기가 화려한 드레스로 변하듯, 이 도시는 아름다운 마법에 빠진다. 거리를 가득 메우는 사람들,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의 마음으로 광대 앞에선 웃음을 나누고 악사들에겐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공존하는 축제 안에서 또 하나의 축제를 찾을 수 있는 곳.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겐 에딘버러는 그야말로 천국일 것이다.

8월 한달 동안 진행되는 페스티벌만 해도, 세계 군악대들의 축제인 밀리터리 타투(Military Tattoo), 종합 예술 축제인 에딘버러 인터내셔널(International)과 프린지(Fringe), 도서, 재즈, 현대 미술전시, 그리고 평화 페스티벌이 있다. 이 밖에 4월 과학 페스티벌, 5월 아동극 페스티벌, 6월 영화 페스티벌, 9월 인도 문화 축제인 멜라(Mala), 새해를 여는 12월 31일 밤의 호그마니(Hogmanay)까지, 일년 간 공식적인 축제만 12개가 넘는다. 축제가 빠지면 너무 건조한 도시 에딘버러,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과 프린지 페스티벌을 소개 한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의 탄생
에딘버러 페스티벌은 1947년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전쟁이 남긴 상처와 어두운 그림자를 거두어 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문화를 통한 유럽 국가들의 재 화합이라는 의의 아래 영국 정부와 에딘버러 시의 후원을 받으며, 당시 글린데본 오페라(Glyndebourne Opera)단의 행정관이던 루돌프 빙(Rudolf Bing)이 예술 감독을 맡아, 유럽의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초청하여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을 주체한다.

그 때, 초청 받지 못한 6개의 스코틀랜드 극단과 2개의 잉글랜드의 작은 극단들은 주요 공연들이 올라가는 극장들 주변부에서 그들 나름대로 축제를 열기 시작한다. 카페, 교회, 학교 등을 공연장으로 이용했을 뿐 아니라, 길거리를 무대 삼아 공연을 하던 그들의 기발한 발상에 관객들뿐 아니라 신문과 방송까지 주목하게 된 이 축제는, 주변부(Fringe)에서 시작된 것이라 하여 프린지란 이름으로 불려지게 되고, 그 시작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터내셔널과 프린지, 두 페스티벌이 공존한 역사는 올해로 62년이 되어 환갑을 넘겼지만, 매년 그들은 더 젊어 지고 있다.

2008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 8월 3일부터 25일까지

미스터 빈의 로완 에킨슨(Rowan Aikinson), 영화 배우 휴 그란트(Hugh Grant)와 쥬드 로(Jude Law)도 이 축제를 통해 첫 무대에 섰다! 기네스 레코드 북(The Guinness Book of Records)에도 올라가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 에딘버러 프린지(Fringe). 자유 참가 양식을 지녔기 때문에, 참가비와 신청서만 준비한다면 세계 속의 무대를 꿈꾸는 누구에게나 축제는 열려있다.

매년 프린지 참가작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2008년에는 2,088개라는 엄청난 수의 작품들을 247개의 극장에서 선보인다. 여기서 극장이란, 에딘버러 대학부터, 교회, 레스토랑, 공원, 호텔, 나이트클럽 등 모두를 지칭하며, 에딘버러 도시 전역이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잠재적인 무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8월 3주 동안 무대 위로 올라가는 31,320번의 공연을 다 보기 위해선 자그마치 6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는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오스트리아(Austria)에서부터 짐바부에(Zimbabwe)까지, 46개국에서 참가하는 작품들의 수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 안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공연 포스터와 전단지로 길거리가 도배 되는 것은 물론, 무대 밖에서 벌어지는 홍보 공연들이 끊임없이 도시 곳곳을 채운다. 그러나 아무리 홍보가 잘 되어도 자신할 수 있는 공연과, 오랜 시간에 걸친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날카로운 관객들의 질책에서 벗어날 수 없고, 넘쳐나는 공연들 사이에서 묻혀지기가 십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공연을 골라 봐야 좋을 것인가? (여기서 어떤 답이 나오더라도 괜찮다. 의미 없는 경험이란 없으니까!)

일단 축제 사무국에서 무료로 발행하는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들고 어떤 공연들이 있나 천천히 살펴보자. 기발할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공연 포스터들이 곳곳에서 눈을 사로잡겠지만, 공연 고르기를 운에만 맡긴다면, 아마추어들의 공연을 만나기가 일쑤. 그 앞에서 받는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겠지만, 그 누구에게도 불평 할 수는 없다. 왜냐면, 여긴 프린지(fringe)니까!

짧은 기간 동안 좋은 공연들을 골라 보려면, 일간지, 주간지, 무료 일간지 그리고 에딘버러 페스티벌 전문 잡지 더 리스트(The List)까지 꼼꼼히 체크하자. 그들이 앞 다투어 써내는 공연 리뷰에서 별 5개에서 4개를 중심으로 공연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왕 중 왕을 가리는 하이라이트, 시상식 결과를 놓치지 말자. 축제가 진행 되는 동안. 영국 일간지 더 헤럴드(The Herald)에선, 매주 토요일, 엔젤스 어워즈(The Herard Angels Awards)을, 그리고 더 스콧츠맨(The Scotsman)에선 매주 금요일 프린지 퍼스트 어워즈(Fringe First Awards)을 개최해 예술 평론가들의 손에서 최고로 꼽힌 작품들을 가려낸다. 이 밖에도 공연 장르별로 다양한 시상식들이 있어, 축제의 맛을 더한다.

올해 프린지는 코미디가 강세
올해의 프로그램은 코미디 32%, 연극 29% 음악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뮤지컬, 댄스와 신체극, 아동극 그리고 전시와 이벤트 등으로 구성되었다. 프린지 축제가 종합 예술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장르보다 코미디가 강세이다. 영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 한다는 스탠드 업 코미디(Stand-Up Comedy)는, 한 명의 코미디언이 무대 위에서 재치와 입담으로 꾸미는 공연을 말하는데, 지미 카(Jimmy Carr), 클라이브 재임스(Clive James), 마이클 베리모어(Michael Barrymore), 로이 워커(Roy Walker), 조안 리버(Joan Liver) 말고도 십여 명이 넘는 TV 유명 스타들이 객석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프린지에는 어셈블리(Assembly), 프래상스(Pleasance), 언더벨리(Underbelly) 그리고 길디드 발룬(Gilded balloon) 등 규모가 큰 극장들이 있는데, 이들은 공연장을 여러 곳에 두고 있어, 소위 문어발 극장이라고도 불린다. 축제기간 동안 한 곳에서만 백 여 개 이상의 공연을 올려 조금은 상업적이라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안에서 볼만한 공연들을 찾기가 쉽다.

프린지, 이 작품을 주목하라!
올해 프린지 주목작으로 파란 스판 내복을 입고 벌써부터 에딘버러를 활보하고 다니는 댄스 듀오, 뉴 아트 클럽(New Art Club)이 눈에 띈다. 한국이 내복과 친숙하다는 걸 이들은 알까?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터지지는 이들 듀오가 선사하는 <낫그래커(The not cracker)>가 기대 된다.

또 한번의 뮤지컬 제리 스프링어 쇼가 에딘버러에서 만들어 질 수 있을까?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의 총 집합인 데스퍼레이트 하우스와이프(Desperate Housewives)와 싸우스 파크(South Park)가 만났다. 코믹한 뮤지컬 <더 그레이트 어메리칸 트레일러 파크(The Great American Trailer Park Musical)>.

작품성과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에딘버러의 정식 공연장 트라벌스(Traverse)는 1963년 부터신작들을 중심으로 젊은 공연들을 수 없이 올려왔다. 축제 기간 동안은 프린지 축제에 속해 있지만, 유독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면모를 가져, 매년 축제를 떠들썩하게 하는 공연들로 이 극장 앞에선 표를 구하기 위한 관객들의 장사진을 볼 수 있다. 올해 역시 이 극장에 올려지는 공연들을 눈 여겨 봐야 한다. 미국 극단 TEAM이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몸으로 그려내는 공연 Architecting, 미국 극작가 아담 랩(Adam Rapp)의 작품으로 런던 알메이다(Almeida) 극단이 선보이는 <Nocturne>는 실수로 어린 여동생을 죽인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작년 프린지 펄스트 수상자 인다 월쉬(Enda Walsh)가 세 여자가 말하는 사랑이야기로 돌아 온, <New Electric Ballroom>.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의 극작가 싸이몬 스테판(Simon Stephens)이 무대로 올리는 <Pornography>(사진)는 2005년 7월, 2012 올림픽 개최국으로 지명되어 한없이 들떠있던 영국이 G8과 7/7 테러를 통해 혼란 상태로 빠졌던 한 주를 그리고 있다. 트라벌스가 자신있게 선보이는 이 작품들에 평론가들은 축제 시작 전부터 관심을 쏟고 있다.

프린지에서 예술성이 높은 실험극, 신체극들을 주로 선보였던 작은 극장, 오로라 노바(Aurora Nova)는 극장의 특별한 매력으로 인해 언제나 단골 관객들이 끊이지 않았고, 매년 이 극장의 대다수 작품들이 평론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극장은 몇 해 전부터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올해 페스티벌에 참가를 하지 않는 다는 발표를 했다. 프린지가 가진던 큰 재산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의 소리가 에딘버러에 가득하다.

프린지 공연들의 티켓 가격은 10파운드(2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350개나 되는 무료 입장 공연들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길거리 홍보 공연들로, 에딘버러에 도착하는 즉시 공연 관람 시작이 가능하다. 또한, 매년 에딘버러 시민 그리고 모두를 위한 프린지 선데이(Fringe Sunday) 행사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더 메도우(The Meadows) 공원에서 진행되는데, 이름처럼 ‘큰 잔디밭’ 위에 프린지의 모든 것을 펼쳐낸다. 8월 10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축제 참가 작들의 하이라이트를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기회 또한 놓치지 말자.

8월 한 달 동안에만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에딘버러 시민들에겐 문화적, 교육적 그리고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축제 프린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연 예술과 교육, 그리고 토론의 장으로 모든 이들의 인정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공식 웹사이트: www.edfringe.com


글: 이보람
(스코틀랜드 Stirling University International Accounting and Finance 석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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