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타가 한 곳에! 로이드 웨버 생일 콘서트
현재 세계 뮤지컬계를 주도하는 두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미국의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과 영국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를 말하는데 주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뮤지컬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진정한 공연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다른 한 사람은 뮤지컬 공연 예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아직 생존해 있고 그들의 신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두 사람에겐 뮤지컬에 대한 열정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태어난 날이 같다는 것이다. 손드하임은 1930년 3월 22일 뉴욕에서 태어났고, 로이드 웨버는 1948년 같은 날에 런던에서 태어났다. 비록 두 거장이 나이 차가 나고, 뮤지컬 작품들에 대한 접근 방식 또한 다르지만 이들이 보여준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우정은 언제나 경외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2008년은 로이드 웨버가 60세가 되는 해로, 9월 14일 일요일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비록 6개월이나 늦었지만 그의 생일과 더불어 지금까지 그가 이루어 낸 성공들을 축하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앤드류
9월의 런던은 계속되는 비와 바람으로 궂은 날씨의 연속으로, 변변치 못한 올해의 여름을 보낸 런더너들에게 길고 어두운 영국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음을 실감케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콘서트가 있었던 14일 당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도 맑고 선선한 흔치 않은 가을 날씨가 펼쳐져 하이드 파크 야외 무대로 모인 수천 여명의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이 날을 즐기기 위한 모든 것들은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푸른 녹음 안에서 콘서트를 즐기러 온 친구, 가족, 연인들은 각자 가져온 와인과 먹을 거리들을 잔디 위 담요에 펼쳐놓고 둘러앉아 로이드 웨버의 주옥 같은 뮤지컬 넘버들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야외 공연만의 매력은 관객들에게 자유로움과 함께 편안한 휴식과 위로의 의미로도 다가왔으리라.

사실 그의 50세 생일 때에도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대형 콘서트를 한 적이 있었다. 공연 실황이 DVD로 발매되었는데, 그 때의 콘서트가 조금 더 각 뮤지컬들의 주요 장면들에 집중했다면, 이번 야외 콘서트는 로이드 웨버의 작품들에 출연한 배우들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6시 공연에 앞서 4시 30분이 관객 입장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전부터 입구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수 백 여명의 뮤지컬 팬들로 북적거렸다. 반돔형의 커다란 무대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출연 배우들의 리허설 소리는 콘서트가 시작하기도 전에 입구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많은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이크 딕슨(Mike Dixon)의 지휘 아래 70여 명으로 구성된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100여 명의 캐피털 보이시즈(Capital Voices), 크라우치 엔드 페스티벌 코러스(Crouch End Festival Chorus)를 든든한 배경으로, 깊어가는 가을 밤의 초대형 콘서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서곡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번 무대는 한마디로 기존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들을 통해 명성을 얻은 베테랑 배우들과 최근 몇 년간 새롭게 등장한 후계자들의 신구 조화가 빛을 발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븐 발사모, 제이슨 도노번, 존 배로우먼, 드니스 반 오우튼, 마리아 프리드먼, 루띠 헨셸, 일레인 페이지 등의 배우들이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는 사실과 함께 최근의 TV 탤런트 프로그램 "THE X Factor"와 로이드 웨버가 관여했던 "조셉", "올리버!"등의 캐스팅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신예 배우들의 신선함이 잘 어우러진 무대였다.
가을 밤, 주옥같은 '오페라의 유령'
가을 밤 환한 달빛 아래 오케스트라의 서곡과 함께 시작한 주옥 같은 <오페라의 유령> 곡들은 단연 이날 콘서트의 압권 중 하나였다. 코러스의 '마스커레이드, Masquerade'로 분위기를 몰아간 후 등장한 현 런던 <팬텀>의 크리스틴과 팬텀 역의 지나 벡(Gina Beck)과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의 듀엣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마지막 곡으로 'The Music of the Night'을 부른 신예 리디안(Rhydian)이었다. 작년의 ITV 탤런트 쇼 "The X Factor"에서 아쉽게 준우승한 25세의 떠오르는 스타는 이번 콘서트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존재감으로 팬텀의 모습을 완벽히 재연했다는 평가다. 사실 전부터 리디안은 현재 로이드 웨버가 작업중인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속편에서 팬텀 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현한 바 있었고, 로이드 웨버도 그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새로 공개될 팬텀 역으로 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는 분위기였다. 아직 신예인 그가 현재 로이드 웨버와 관련된 중요 이슈 중 하나인 <팬텀> 속편에 합류하게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로이드 웨버의 생일 콘서트에 초대되어 팬텀의 모습을 팬들에게 멋지게 각인시켜 준 사실만으로도 뮤지컬 팬들에게 여러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 같다.

미국에서 날아온 이디나 멘젤(Idina Menzel)도 그녀 특유의 개성으로 영국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렌트>, <위키드> 등으로 영국에도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멋진 이브닝 드레스와 함께 자신있게 등장하여 그녀 특유의 섹시하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에비타>의 'Don't Cry For Me Argentina', [Tell Me on a Sunday]의 'Unexpected Song'을 불러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3인방
- 일레인 페이지, 마리아 프리드먼, 루띠 헨셸
이제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낯익은 배우들의 모습도 여럿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영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일레인 페이지(Elaine Paige), 마리아 프리드먼(Maria Friedman) 그리고 루띠 헨셸(Ruthie Henshall)의 노래들은 하나하나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했으며, 아직도 저력있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젊은 배우들이 가지지 못하는 원숙미를 보여주었다.
<캣츠>,<에비타>,<선셋 블러바드>의 주인공으로 명성을 다진 일레인 페이지(Elaine Paige)는 그녀의 대표곡 <캣츠>의 ‘메모리, Memory’를 불렀는데 현재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우아한 모습과 정제된 목소리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힘들 정도였다. 마리아 프리드먼의 경우 전보다 살이 붙은 모습이었지만 <선셋 블러바드>의 'As If We Never Said Goodbye'를 멋지게 소화하며 그녀의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일레인 페이지, 마리아 프리드먼, 루띠 헨셸

떠오르는 샛별들도 한자리 - 조디 프렝거와 제시 버클리
<지저스>를 대표하는 곡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을 부른 제시 버클리(Jessie Buckley)도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말 공연될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올리버!>를 위한 BBC의 TV 공개 오디션 "I’d do Anything" 마지막 결승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친 그녀였지만 그녀의 스타성에 의심을 가지지 않았던 로이드 웨버와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였다. (당시 패널 판정에서는 로이드 웨버와 매킨토시 모두 우승자 조디 프렝거보다 제시 버클리를 선택했었다.) 한층 성숙한 모습과 안정된 목소리로 관객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은 그녀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미래는 라이자 미넬리의 어릴 적 모습을 연상시켰다.
올 해 ITV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 Britain’s Got Talent"에서 모든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13세의 소년 앤드류 존스턴(Andrew Johnston)이 무대에 서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은 것도 가슴 벅찬 장면이었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소심하고 기죽은 어린 소년이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목소리로 <레퀴엠, Requiem>의 ‘피에 예수, Pie Jesu’를 불렀을 때의 반전을 팬들은 잊을 수 없기에 이번 무대에서 그의 한층 더 자신있는 모습이 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밖에도 로이드 웨버의 동생인 첼리스트 줄리안 로이드 웨버(Julian Lloyd Webber), 제이슨 도노번(Jason Donovan), 조스 스톤(Joss Stone), 던컨 제임스(Duncan James), 딘 콜린슨(Dean Collinson)등이 <베리에이션스, Variations>, <휘슬 다운 더 윈드, Whistle Down the Wind>, <캣츠, Cats>, <스타라잇 익스프레스, Starlight Express>, <더 워먼 인 화이트, The Woman in White>, <에스펙츠 오브 러브, Aspects of Love>등의 뮤지컬 넘버들을 선사했고, 특히 오리지널 팬텀 역의 마이클 크로포드(Michael Crawford)는 미국에서 영상편지로 로이드 웨버의 생일을 축하하며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고 다음에 배역을 주길 부탁하는 재치있는 농담을 곁들여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한편 기대와는 달리 로이드 웨버가 발굴해낸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코니 피셔는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오페라의 유령> 후속편, 제목은 "Love Never Dies"
콘서트의 마지막은 예상대로 로이드 웨버 자신이 직접 등장하여 사회자 존 배로우먼이 건네준 꽃다발과 함께 관객들의 뜨거운 축하에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는 자리가 되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관객들과 행사를 주최한 BBC의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감사하며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만큼 뮤지컬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내년에 공개될 <오페라의 유령> 후속편에 대한 소식을 전했는데 작품의 제목이 [Love Never Dies]가 될 것임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작품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팬들에게 약속했다.
모든 공식 순서가 끝나자 무대 뒤로 솟아오르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참여했던 배우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관객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특별했던 이날 공연의 피날레를 아쉬워했는데,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송 메들리가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듯 했다.
현재 로이드 웨버가 작업중인 <오페라의 유령> 속편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그의 건강한 모습에서 그의 뮤지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진행형이고, 이 날의 그가 보여준 모습을 통해서 그가 현세기 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해 나가고 있는 중심에 서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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