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5주년 특집②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5주년 기념에 앞서 원작의 영화와 뮤지컬 모두를 연출했던 스티븐 달드리(Stephen Daldry) 연출가(감독)을 작품의 제작사였던 워킹 타이틀 영화사에서 만나 현재 소감과, 2010년 8월 한국에서 공연될 <빌리 엘리어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편안함과 카리스마,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스티븐 달드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의 작품을 보는 것 만큼이나 커다란 재미였다.


올해 <빌리 엘리어트>가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데요, 공연 성공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요? 성공하게 된다면 이유는 어떤 점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스티븐: 모르지요. 당신들이 얘기해주세요!(웃음) 처음 런던에서 공연을 시작할 때도 성공할 지 몰랐고, 미국, 호주의 공연도 다른 문화권이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은 몰랐어요.

비디오로 본 한국 빌리들은 어땠나요?
스티븐: 환상적이죠. 첫 오디션부터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빌리 엘리어트>가 세계적으로 성공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스티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물론 이야기 구조, 엘튼 존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솔직하게 하나만 말하자면 아이러니인 것 같아요. 우리는 아이러니의 시대에 살고 있고, 여러 웨스트엔드 공연들이 어떤 이유에서 아이러니한 반면에, 이 작품은 전혀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관객들에게 감성적인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말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관객들이 그것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에 매달렸었죠.

작품을 영화에서 뮤지컬로 옮길 때 중점적으로 공들였던 부분과 어려웠던 부분은 뭘까요?


스티븐: 스케줄이 가장 어려웠어요.(웃음) 제 시간에 스케줄을 진행하는 것도 어렵고, 어떨 때는 7개의 리허설이 동시에 진행되기도 했죠. 마치 모든 것들이 정확히 작동되어야 하는 복잡한 기계와 같은 거죠. 특히 아이들은 학교도 다녀야 하고 공연을 위해 배워야 할 것들도 많았는데, 그들을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죠. 보통 한 주의 리허설 스케줄 계획을 세우는 데만 8~10시간이 소요되죠.

 기술적인 부분 말고 영화와 뮤지컬은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예술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스티븐: 영화를 처음 만들 때는 백지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 어떤 제약이 없었죠. 하지만 그 다음 뮤지컬로 옮길 때는 뮤지컬은 영화보다 더 잘 만들어져야 된다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잘 되었어요. 뮤지컬을 작업할 때 특별히 영화를 참고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영화는 완전 휴지통에 버려버렸죠.

빌리들에게는 기술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 많은데요, 한국 빌리들에게 충고해주고 싶은 말은요?
스티븐: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부분이 많아요. 어떤 아이도 처음부터 모든 부분을 갖추기는 어렵죠. 그리고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고 연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체력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빌리를 연기하는 것은 마라톤을 하며 동시에 햄릿을 연기하는 것과 같아요. 그들에겐 정말 커다란 도전이죠.

 <빌리 엘리어트> 5주년을 맞이하는 소감은 어떤가요?
스티븐: 정말로 놀라운 일이죠. 출연했던 아이들이 성장해서 다시 돌아와 함께 모인다는 생각을 하면 감동적이에요. 아이들이 커서 돌아오는 건 마치 대가족 결혼식의 느낌과 같은 것이죠.


혹시 지금 공연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스티븐: 지금까지 공연을 계속하면서, 런던, 호주, 뉴욕에 이어 지금 시카고에서 프리뷰가 시작되었는데요, 정말 좋은 점은 이렇게 공연을 다른 곳에서 시작하면서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시카고의 공연은 런던 공연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연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재확인하는 것이죠. 따라서 시카고와 한국의 공연이 지금은 최상의 <빌리 엘리어트>인 셈이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가장 최근에 우리가 공연을 확인하고 다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당신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나 <디 아워스>, <더 리더> 등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시대와 불화를 겪는 캐릭터들인데요, 시대와 불화하는 캐릭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요?
스티븐: 그렇게 일반화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어떤 특정한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진 않아요. 일반화시켜 공통점을 찾으려고 한다면 슬픔,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공통점일 것 같아요. 왜 이런 소재에 관심이 있냐구요? 이유는 잘 몰라요. 감독이 주제를 선택할 때도 있고, 주제가 감독을 선택할 때도 있어요.

다음 영화 계획은요?
스티븐: 영화는 만들어져서 나오기 전까지는 깨지기 쉬운 부분이 많아서 말하기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나요?
스티븐: 정원 가꾸기요. 어제도 했어요. 런던 외곽에 큰 정원이 있는데요, 요새 야채를 심기 좋은 계절이에요.


뮤지컬 작업은 몇 번이나 하셨나요?
스티븐: <빌리>뿐요. 사실 어릴 때 작은 지역 극장에서 뮤지컬을 연출해본 적은 있어요. 거쉰의 <레이디 비 굿(Lady Be Good)>이란 작품인데 오래 전 얘기죠.

앞으로도 뮤지컬 작업을 하실 건가요?
스티븐: 하고 싶어요. 작업이 어렵긴 해요. 영화 만드는 것보다 살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전에 영화를 비롯해 연극도 많이 작업 하셨지만 <빌리 엘리어트> 같은 대형 뮤지컬 프로젝트를 맡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스티븐: 처음에는 제 생각이 아니었어요. 엘튼 존이 영화를 보고 먼저 제안했죠. 엘튼이 계속 저를 설득했고 그래서 결국에는 설득 당했지만, 오래 걸렸죠. 자신감은 없었어요.

 엘튼 존의 음악이 이 뮤지컬에 끼친 영향을 어떻게 보시나요? 엘튼의 음악에 만족하나요?
스티븐: 너무나 크게 공헌했죠. 엘튼 존이 없었다면 뮤지컬은 탄생하지 않았어요. 다른 작곡가를 전혀 생각할 수 없어요. 엘튼의 음악에 매우 만족해요. 이 작품을 통해 엘튼 존은 매우 다양한 음악장르를 시도했어요. 보드빌, 발라드부터 로큰롤까지 여러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아울렀죠.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이 여러 음악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가졌어요.

사진제공: 메지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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