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민뮤지컬은? 뮤지컬 <크리스티나>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 팝 그룹 아바(ABBA)의 멤버였던 베니 앤더슨(Benny Andersson)과 비욘 울베이어스(Bjorn Ulvaeus)가 히트 뮤지컬 <맘마미아>를 제작하기 전, <체스, Chess>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었던 뮤지컬 <크리스티나, Kristina>의 콘서트가 지난 해 뉴욕에 이어 올 해 4월 14일 런던의 유서 깊은 공연장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단 하루의 특별한 공연을 가졌다.

뮤지컬 <크리스티나>는 원래 <두베몰라에서 온 크리스티나, Kristina fran Duvemala>라는 이름으로 1995년 스웨덴에서 초연된 이래 스웨덴 평단과 대중들에게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받으며 자국에서만 거의 4년간 공연이 지속되었던 스웨덴의 국민 뮤지컬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베니와 비욘 콤비의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작품의 소재나 예술성에 있어서 스웨덴 고유의 느낌을 잘 간직한 이 에픽 뮤지컬(Epic Musical)은 그래서 여러 가지로 특별하다.


뮤지컬 <크리스티나>는?

스웨덴 작가인 빌헬름 모버그(Vilhelm Moberg)의 4부작 소설 중의 하나인 <이민자들, The Emigrants>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뮤지컬은 베니와 비욘 콤비가 뮤지컬 작사, 작곡자로서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준 기념비적 작품이다. 실제로 19세기 미국으로 이주해야만 했던 많은 스웨덴 이민자들의 슬픈 역사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스웨덴 국민들에겐 더욱 의미 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1850년대 스웨덴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한 마을의 농부인 칼 오스카와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가 기근으로 인해 삶이 궁핍해 지면서 기회의 땅이자 미지의 땅인 미국으로 이주를 결심하고, 생경한 미국 미네소타에 정착하면서 겪는 역경과 고난의 삶을 잔잔하고도 애절하게 그린 뮤지컬이다.

특히 다른 뮤지컬 작품들과는 다르게 <크리스티나>에는 서정성과 서사성이 진하게 묻어있다. 이러한 서정성과 서사성의 느낌을 전달하는 가장 큰 도구로 베니 앤더슨의 음악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는데, 1,2막에 걸쳐 사용된 하나 하나의 곡들이 모두 쉽게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스칸디나비아 전통의 느낌을 충분히 담고 있어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이러한 작품의 명성 때문에 아직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에 정식 공연을 선보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 동안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유서 깊은 공연장- 로열 알버트 홀 콘서트


콘서트 당일 5000석 규모의 공연장 분위기는 시작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작품의 당사자들인 베니와 비욘 두 작사, 작곡가가 공연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모든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들의 등장과, 그들이 만들어 낸 성과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의미를 담은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을 환영하는 관객들의 박수가 잦아들지 않고 계속되자 비욘은 약간은 멋쩍어 하며 손짓으로 그만 앉아달라고 부탁하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공연은 ‘서곡(Overture)’이 흐르면서 차분해졌고, 무대 뒤의 스크린에는 시대 상황을 설명하는 이미지들과 함께 간간히 부가 설명들이 보여지며 공연의 진행을 도왔다.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음악감독 폴 제미냐니(Paul Gemignani)의 지휘아래 50여명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30여명의 조연 배우들이 함께 한 이번 콘서트는 특히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네 명의 주연 배우들에 의해 더욱 작품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웨덴 공연의 원조 크리스티나였던 헬렌 쇼홈(Helen Sjoholm)은 이번 콘서트에서도 다시 주역을 맡아 크리스티나로서 보여주어야 할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는데, 특히 그녀가 죽어가면서 신에게 부르는 곡 ‘당신은 거기 있어야 해요(You Have To Be There)’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편 칼 오스카 역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유명한 영국 출신의 테너 러셀 왓슨(Russell Watson)이 맡아 관객들에게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선보여 주었는데 크리스티나를 걱정하는 남편의 애절한 발라드 ‘짙은 어둠 속에서(In the Dead of Darkness)’나 크리스티나와의 듀엣 곡 등 여러 노래들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크리스티나의 친구인 울리카(Ulrika)역의 루이스 피트르(Louise Pitre) 역시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등의 다양한 브로드웨이 공연을 경험한 베테랑답게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로서 관록을 보여주었고, 칼 오스카의 동생인 로버트 역할의 케빈 오데커크(Kevin Odekirk) 또한 강렬하면서도 개성 있는 음색으로 많은 갈채를 받았다. 특히 그가 부른 ‘금은 모래로 변하고(Gold Can Turn to Sand)’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한편,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선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노래 ‘이(Lice)’나 미국인 남편이 자신의 남편들과는 다르다는 내용의 노래 ‘미국 남자(American Man)’의 장면 등은 코믹한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콘서트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끝이 나고 배우며, 오케스트라, 작가들 관계없이 모두가 무대로 올라와 관객들과 함께 축하하는 모습으로 이 날의 멋진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비록 콘서트 형식이라 배우들의 동선이나 연기가 보여질 수는 없었지만, 작품이 노래를 통해 극을 진행하는 뮤지컬(Sung-through Musical) 형식이기에 관객들은 공연의 본 모습을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뮤지컬 <크리스티나>의 앞날은?

이렇게 서정성과 서사성을 갖춘 독특한 스웨덴의 국민 뮤지컬은 이제 브로드웨이에 정식 공연을 올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연 이 작품은 제 2의 <레미제라블>이 될 수 있을까?

이 뮤지컬이 스웨덴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작품의 스토리가 스웨덴 자국민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 뮤지컬 <명성황후>가 후한 점수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냉소적인 의미에서 스웨덴에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관객들이라면 이 슬픈 스웨덴 역사의 회상으로부터 그다지 커다란 공명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다가 작품의 밋밋한 이야기 구조는 공감대를 갖지 못하는 관객들을 더욱 무관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크리스티나와 그녀의 남편 칼 오스카 중심으로 짜여진 단순한 스토리 구조에 중심 인물들 사이에 커다란 반목과 갈등이 보이지 않는 모습은 조금은 심심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는 이 스웨덴 뮤지컬의 영미권에서의 미래는 안개 속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특히나 이번 뉴욕 및 런던 콘서트 공연 후 현지 평론가들의 반응은 스웨덴에서 만큼의 후한 평가는 아니었다. 작품의 드라마 자체가 가진 취약성 때문에 공연 흥행의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도 이 뮤지컬이 자국 밖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일반 관객들에게도 사랑 받을 만한 보편적 주제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할 듯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크리스티나>는 뮤지컬 역사에 있어서 쉽게 간과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공연의 흥행성이 작품성과 꼭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뮤지컬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술적인 영역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 보여주는 이러한 에픽 뮤지컬의 존재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로덕션 사진 Chris Christodoul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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