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손드하임!

2010년, 웨스트엔드를 대변하는 핫키워드 중 하나는 스티븐 손드하임이다. 1930년 3월 22일 태어난 그는 올해로 80세가 되었고, 그의 ‘팔순잔치’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런던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모국인 미국에서도 올해를 기념하는 여러가지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손드하임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에 있어서 미국인들 못지않은 영국인들이 준비한 축하파티가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생존해 있는 뮤지컬 작가가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무척 이채로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작업들이 뮤지컬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갖가지 행사들이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20여 개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제시했던 뮤지컬의 방향성은 많은 동료, 후배 예술가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왔고, 그러한 노력의 증거물로 그는 지금까지 13개의 토니상과 드라마 부문의 퓰리처 상 이외에 그래미, 아카데미 상등 각종 문화 예술 관련 상을 석권할 수 있었다.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스티븐 손드하임이야말로 지난 반세기 동안 뮤지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앞서있는 예술가이다. 이제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린 손드하임. 자신은 ‘80’이라는 숫자가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올해의 각종 행사들을 바라보는 그의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오픈 에어 극장에서는 <인투 더 우즈, Into The Woods>가 


손드하임의 ‘팔순잔치’에 맞춰 런던에 선보여질 작품들 중 가장 큰 기대를 갖게 만드는 공연은 오픈 에어 극장(Open Air Theatre)에서 선보여질 <인투 더 우즈>이다. 8월 6일부터 약 한달간 리젠트 공원의 이 야외극장에서 선보여질 이번 뮤지컬은 정말 극장 자체의 모습과 환상 궁합이다. 여름 별밤아래 숲으로 둘러쌓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인투 더 우즈>의 모습은 정말 상상만해도 즐겁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이 극장의 뮤지컬 프로덕션이었던 <헬로 돌리!>가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올해의 올리비에 상을 휩쓸었기 때문에, 연출가이자 이 극장의 예술감독인 티모시 쉬더(Timothy Sheader)의 이번 손드하임 뮤지컬 연출에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라푼젤>, <잭과 콩나무>, <신데렐라>, <빨간 망토> 등의 그림 형제(the Brothers Grimm)의 동화들을 소재로 만든 이 뮤지컬은 소재로부터 오는 재미와 그 기저에 깔려있는 주제가 잘 어우러져 있어, 평소에 손드하임의 작품들을 낯설게 생각하는 뮤지컬 팬들에게도 한번쯤 경험해 보라고 적극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돈마 웨어하우스에선 <패션, Passion>이


작지만 질높은 공연으로 유명한 돈마 웨어하우스(Donmar Warehouse)에서도 올해 손드하임에 관한 많은 행사를 준비하였는데, 그동안 <어쌔신, Assassins>, <컴퍼니, Company> , <메릴리 위 롤 얼롱, Merrily We Roll Along>, <인투 더 우즈>, <퍼시픽 오버쳐스, Pacific Overtures> 등을 선보이며 손드하임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던 이 극장은 올 해 그의 또 다른 작품인 <패션>을 공연할 예정이다. 9월 10일부터 약 두달 반간 공연될 이 작품은 이미 티켓이 거의 다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제이미 로이드(Jamie Lloyd)의 연출로 제작될 이번 뮤지컬은 특히 전에 <피아프, Piaf>에서 런던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엘레나 로저(Elena Roger)가 주역으로 캐스팅되어 더욱 관심을 끈다.

더불어 돈마에서는 본공연인 <패션>이외에도 손드하임의 올해를 기념하기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였는데, 우선 9월 16일에는 돈마의 전 예술감독인 샘 멘데스(Sam Mendes)와 현 예술감독인 마이클 그랑디지(Michael Grandage)가 그동안 돈마에서 만들었던 손드하임의 작품들에 관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10월 11일에는 스티븐 손드하임을 직접 초대하여 그의 일생과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는데, 이 또한 손드하임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외에도 콘서트 버전의 <컴퍼니, Company>와 <메릴리 위 롤 어롱, Merrily We Roll Along>이 각각 10월 31일과 11월 7일 하루씩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어서 여러가지로 돈마의 풍성한 손드하임 행사들은 팬들을 즐겁게 한다.

BBC 프롬스(Proms)에서도 손드하임을


영국의 대표적인 클래시컬 콘서트 시리즈 ’BBC 프롬스’도 손드하임의 업적과 그의 80해 생일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 계획인데, 7월 31일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열릴 예정인 손드하임 프롬(The Sondheim prom) 콘서트는 데이비드 찰스 아벨(David Charles Abell)의 지휘로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오페라 가수 브린 터펠(Bryn Terfel)과 함께 웨스트 엔드의 정상급 배우들도 참여할 예정인데 마리아 프리드만(Maria Friedman), 사이먼 러셀 빌(Simon Russell Beale), 줄리언 오벤든(Julian Ovenden) 등의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이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스위니 토드>, <인투 더 우즈>, <컴퍼니>, <어 리틀 나잇 뮤직> 등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연주되는데 손드하임 자신도 이번 콘서트 소식에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언론을 통해 전해오기도 하였다.

이밖에도…



지난 3월 한달간 런던의 소극장인 저민 스트릿 극장(Jermyn Street Theatre)에서 공연되었던 뮤지컬 <애니원 캔 휘슬, Anyone Can Whistle>도 이러한 손드하임 축제의 연장선 상에 있다. 상업적으로는 1964년 브로드웨이 초연당시 9회의 공연만에 막을 내려야 했을 정도로 커다란 실패를 맛본 뮤지컬이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작품의 흔적을 찾으려는 관객들에게는 손드하임의 초기 작품 경향을 볼 수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 지난 4월 3일과 4일에는 각각 런던 카도간 홀(Cadogan Hall)과 노스햄턴의 로열 & 던게이트(Royal & Derngate)에서 손드하임 80회 생일 기념 콘서트가 열렸었는데, 손드하임 뮤지컬과 인연이 깊은 마리아 프리드만, 다니엘 에반스, 그레이엄 빅클리 등의 유명 배우들이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여러 작품들을 연주하여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었다.

각종 미디어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과 라디오, TV에서는 올해 들어 손드하임에 대한 업적을 다루는 기사나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는데, BBC 라디오 방송에서는 그의 인터뷰와 작품들을 감상하는 특집방송들을 몇 차례 선보였을 뿐 아니라, ITV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 <사우스 뱅크 쇼, South Bank Show>에서도 지난 3월 손드하임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하였다. 또 영국의 대표적인 공연관련 잡지 ‘왓츠 온 스테이지(What’s On Stage)’는 손드하임의 생일 당일 잡지의 인터넷 홈페이지 배경화면을 그의 생일 축하 메세지로 바꿔 공연 팬들을 즐겁게 하였다.

이밖에도 런던이외의 영국 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손드하임 관련 행사가 이미 벌여졌거나 계획되어 있어서 올 한해는 손드하임 팬들에게는 행복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이고, 손드하임을 잘 몰랐던 뮤지컬 팬들에게도 여러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해가 될 것 같다.

사진: 각 프로덕션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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