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페스티벌을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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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페스티벌을 찾아줘 - 페스티벌 초입자를 위한 애매한 가이드

5월 페스티벌의 계절이다.

아니 아니지. 사실 몇 년 전만해도 페스티벌은 7-8월 여름에 몰려있었다. 언제부턴가 꽃들이 만개하고 초록이 여무는 봄기운이 만연한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뷰티풀민트페스티벌(이하 뷰민라), 홀가분 페스티벌 등 다양한 페스티벌이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5월은 페스티벌의 계절이 되어버렸다. 

제목은 저렇지만, 사실 내게 맞는 공연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은 어느새 페스티벌의 계절이 되었으므로, 다양한 컨셉의 페스티벌과 라인업, 장소, 티켓가격 고려할 사항도 많아졌으므로, (물론 페스티벌을 좋아한다면 모두 다 가면 좋겠지만 우리 지갑은 그리 두둑하지도, 그렇다고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니) 이 좋은 계절에 어떤 페스티벌에 가서 좋은 추억을 남길지 고민과 선택에 작은 팁을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스티벌 하루만이라도 짜증나는 팀장의 업무독촉, 결혼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얼마 전에 상여금으로 새 차를 바꿨다며 타던 차 싸게 주겠다는 자랑도 배려도 아닌 친구의 이상한 제안 등 일상의 스트레스를 툴툴 털고 오롯이 자연인으로 몸과 마음을 음악에 던져보자.
 

아무리 페스티벌 컨셉이 자연친화적이고 플리마켓도 열리고 부수적인 볼거리가 많아도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없다면, 흥이란 없다. 우선 좋아하는 뮤지션이 어디 나오는지 확인한다. 아주 좋아하는 뮤지션이 단 한 팀, 한 사람만 나온대도 우린 그곳에 간다. 그게 아니라 적당히 좋아하는 팀이 여기도 한두팀, 저기도 한두팀이라면 좋아하는 팀이 가장 많은 페스티벌을 선택한다.

 

올해 10년째를 맞이하는(벌써!)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얼굴은 누가 모래도 팻 매스니가 아닌가 싶다. 누가 그랬던가, 그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영광입니다~ 형님!) 이번 무대에서는 4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 유럽 재즈 음악계의 신성, 피아니스트 그윌림 심콕과 뉴욕 재즈신에서 각광받고 있는 베이시스트 린다 오가 함께 한다.
 

그린플러그드에는 첫째 날 김창완밴드, 이승환, 김윤아, 크라잉넛, 장미여관, 3호선 버터플라이.. 내로라하는 인디, 모던락 밴드들이 총출동한다. 복면가왕 8연승 기록의 음악대장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국카스텐의 하현우도 그린플러그드에서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팀은 김창완 밴드다. 얼마 전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완전히 변신한 포근한 인상의 김창완 아저씨(은근히 악역이 어울리신다)의 뮤지션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페스티벌 이름처럼 예쁘고 귀여운 분위기의 뷰민라의 라인업은 좀 더 서정적이고 모던하고 편안한 음악의 뮤지션들로 짜여져 있다. 이름만 들어도 풀냄새가 날 것 같은 노리플라이, 로이킴, 브로콜리너마저, 빌리어코스티, 10cm, 데이 브레이크, 스탠딩 에그, 옥상달빛, 페퍼톤스 등이다. 세련된 신디 음악을 하는 글렌체크도 있으니 몸을 가볍게 흔들기도 좋다. 
 

홀가분 페스티벌은 다른 페스티벌에 비하면 라인업이 단출하다. 이문세, 이적, 박정현, 데이브레이크 총 4팀으로 이름만으로 오라가 풍기는 뮤지션들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뮤지션이 이문세 말고 또 있을까, 감성적인 보이스와 시적인 가사로 다양한 청춘의 추억에 흔적을 남기는 가수 이적, 파워풀한 가창력의 디바 박정현, 데이브레이크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음악적 취향은 모두가 다르지만, 음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당신이 딱히 누군가를 선호하지 않더라도 딱히 누군가를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페스티벌은 당신을 향해 열려있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만사 오케이!
 

첫번째는 음악, 두번째는 분위기다. 같은 뮤지션이 나와도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컨셉과 메시지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또는 많이) 다르다. 출연 뮤지션들의 전반적인 라인업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흐름과 분위기도 있겠지만, 음악을 향유하는 관객들의 취향과 분위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현장은 완전히 달라지는 듯 하다. 그린플러그드, 서울재즈페스티벌, 홀가분페스티벌, 뷰티풀민트페스티벌은 모두 도심형 페스티벌 이므로 넓은 풀밭에서 돋자리를 깔고 좋아하는 뮤지션이 나오는 무대를 즐기다 잠시 친구들과 스파클링 와인과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다시 무대를 즐기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무위도식하는 기분을 만끽해보자.
 

서울재즈페스티벌과 뷰티풀민트페스티벌은 모두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Sparkling Dome(체조경기장), Pink Avenue(핸드볼경기장), May Forest(88잔디마당), Spring Garden(수변무대) 총 4개의 실내, 야외 무대에서 펼쳐진다. 타임테이블을 들고 공연장과 야외 무대를 어떻게 건너다닐지 동선을 짜는 재미도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이라면 좋은 자리 사수를 위해 앞선 무대를 포기하고라도 미리 와서 한 시간쯤은 거뜬히 기다리는 팬들도 적지 않다. 한편 뷰민라는 88잔디마당과 88호수 수변무대, 체조경기장 게이트 앞 카페 블로섬 하우스 등 모두 야외 무대에서 펼쳐지는 만큼 봄기운을 완연히 느끼며 무방비하게 조금 느릿느릿 무대를 옮겨다녀도 좋겠다.  
 

그린플러그드는 난지공원에서 열려서 한강을 바라보며 (당연히) 강바람도 느낄 수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착한 생각과 작은 실천’을 모토로 하는 그린플러그드는 그린커뮤니티존이 따로 있어 서울환경연합, 그린피스, 환경산업기술원,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 등 환경 단체들의 부스들도 마련되어 있다.
 


글: 김선경 (uncanny@interpark.com)
구성: 조경은 (kejo@interpark.com)
축제 현장 사진: 그린플러그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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