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대 최고이자, 섹시한 일을 하고 있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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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는 당대 최고였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선정적이게 섹시한 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자 진지하게 고민한 첫 작가였다.” 지난 12일,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만난 마이클 리는 자신이 맡은 천재작가 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에드거 앨런 포는 미학적인 문장과 함께 추리소설의 시초를 연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의 기구한 인생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 역시 유명하다. 오는 6월 한국에서 초연 무대를 가질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포와 관련된 과장된 이야기를 덜어내고 그가 어린 시절 겪었던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과의 이별, 어린 아내의 죽음 등 실제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인 포를 포함해 포의 라이벌 그리스월드, 아내 버지니아, 첫사랑 엘마이라 등 등장인물 역시 실존인물이다.

특히 이 작품은 포가 남긴 시와 소설에 세계적인 작곡가 에릭 울프슨이 음악을 덧입혀 그의 삶을 소개해, 단순한 위인전이 아닌 에드거 앨런 포의 웅장한 문학전집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앞서 마이클 리가 언급한 것처럼 “당대 최고이자 선정적이게 섹시한, 그 시대의 록스타 같은 존재였던” 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 아닐까?
 

이날 <에드거 앨런 포> 연습실 공개에 참여한 배우들 역시 실제 인물을 다루는 만큼 배역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다. 먼저 가장 당당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포를 시연한 최재림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간다고 생각하던 유아독존의 예술가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에 실패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피폐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세상에게 사랑받고 싶은, 자신이 주는 사랑만큼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한 사람을 그리고 싶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포를 설명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짬짜면’이라고 정의한 김동완은 “왜 초연 작품이 쉽지 않은지 알게 되었다. 확신 없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습하고, 또다시 그려내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며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고충을 털어놓았고, “최재림은 광기 어린 모습, 마이클 리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모습이 두드러진다. 두 사람을 따라 하다 보니 나에겐 새로운 포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소개한 ‘포’의 모습처럼 미묘한 광기와 섬세한 애절함을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였다.
 

또 다른 포, 마이클 리의 경우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인지 세 명의 포 중에서 스킨십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여배우들의 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첫사랑 엘마이라 (김지우 분)의 격려로 실의에서 벗어나 삶의 의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고, 앞서 김동완이 소개한 것처럼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한껏 드러냈다. 세 명의 포가 자신의 생각하는 ‘포’라는 실존인물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을 선보인 셈이다.
 

앨런 포가 너무나 사랑했던 여인 버지니아가 자신의 애타는 감정을 토로하는 장면은 두 명의 버지니아가 각각 한 번씩 연기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영웅><주홍글씨> 등에서 활약한 오진영이 김동완과,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으로 분했던 장은아가 최재림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같은 장면을 연이어 시연한 덕에 각 배우가 연기하는 버지니아의 매력을 면밀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시연이 끝난 뒤, 김성수 음악 감독은 “원작보다 총 9곡이 늘어났고, 그중 5곡이 가사가 있는 곡”이라고 말하며, “작곡이나 편곡 과정에서 에릭 울프슨의 곡을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원작은 9명 정도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이번 한국 공연은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므로 좀 더 강하고, 시끄럽고,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영석 프로듀서, 노우성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이에 대해 박영석 프로듀서는 “음악이 가장 큰 강점이지만, 한국에 들여올 때 가장 약했던 것이 서사 구조였다. 하지만 서사를 채우기 위해 말이 많아지면 원작의 가치를 훼손할 것 같아 대사보다는 장면의 밀도를 높였다. 장면들의 밀도를 위해서는 새로운 음악이 필연적으로 필요했다.”고 밝혔다.

에릭 울프슨의 곡에 한국 공연만의 새로운 곡이 추가되어 에드거 앨런 포의 험난했던 삶을 밀도 있게 버무린 <에드거 앨런 포>는 오는 5월 26일부터 7월 2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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