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 뭐! 우리를 위한 공연도 없으면서..
- 2016.05.19
- 김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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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이 뭐! 우리를 위한 공연도 없으면서..
돌아온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가 소중하고 반가운 이유
인터파크를 통해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판매된 공연편수가 무려 11000개가 넘는다. 그 중에 상당수가 어린이 가족 뮤지컬이다. 그렇다면 10대 중학생 고등학생을 위한 공연은 몇 편이나 될까. 답은? 한편도 없다.
10대는 애매하다. 동화 원작이나 EBS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건 모두 미취학 아동 대상이다. 물론 19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인공연을 보면 된다. 맘마미아나 대학로 연극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이야기를 하는,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공연은 거의 없다. 청소년 극을 이야기 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것은 우리 대한민국을 사는 10대들의 현실이다. 10대는 너무나 바쁘다. 학원스케줄만도 엄청나다. (90년대를 통과한 나 때와는 다르다)
90년대의 10대와 2016년이 10대가 살아가는 현실은 다르겠지만, 청소년기를 걸어나가는 터널 속에서 극심하게 겪는 성장통은 저마다 통증의 경도는 달라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예민하고 섬세한 순간, 청소년기다. 청소년이 공연에 참여하건, 청소년이 관객으로 참여하건 청소년을 위한 공연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2013년부터 청소년극의 연극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탐색과 도전의 일환으로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가 지난 2015년을 한해 쉬고 올해 연극 <고등어>와 <죽고 싶지 않아>로 돌아온 것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우리 살아있는 고등어 보러 갈래?"
15세 두 소녀의 진짜 세상을 탐험하는 여행기 <고등어>
평범한 지호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경주, 서로 너무 다른 두 소녀는 어느 날 친구가 된다. 하지만 경주를 둘러싸고 학교에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떠다니고, 수많은 말들, 시선으로부터 두 소녀는 뛰쳐나간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죽은 고등어들을 보던 소녀들은 진짜 살아있는 고등어를 보기 위해 통영으로 가 배를 타고 진짜 세상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고등어처럼 팔딱팔딱 튀어 오르는 여중생들의 치열한 생존투쟁과 절실한 소통의 몸부림은 통통 튀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다채로운 의성어와 의태어로 이루어진 대사들로 생동감 있게 객석에 그대로 전해진다.
고독 끝에 누군가를 만나는 이야기를 주로 그려온 <고등어>의 이래은 연출은 고독 속에 있는 여자아이 둘이 만나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다는 건 멀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래은 연출은 이어 “살아있음에도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할 때 있지 않나. 요즘 청소년도 그렇지 않을까, 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담았다”고 전했다.
연습 과정에서는 연출진과 배우들이 중학교 앞에서 ‘죽 때리며’ 학교와 편의점 등에서 하루 종일 청소년들을 관찰하며 함께 했다. “어느 순간 그들(청소년)이 되는 듯 했다. 아프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청소년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는 것, 오만이라고 느꼈다. 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우리가 어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간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래은 연출의 말처럼 연극 <고등어>는 15세 소녀의 이야기지만 과거 15세 였던 어른이 된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연극 <고등어>는 5월 19일부터 29일까지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진행되며 티켓은 전석 3만원,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할 수 있다.
글: 김선경 (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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