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센 언니 이혜영, <갈매기>를 만나다
- 2016.05.27
- 조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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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작에 이은 서양 근대작의 재발견
국립극단이 이번 작품으로 <갈매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윤철 예술감독은 ‘주제의식 등 여러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톤 체호프를 “세계적으로 거론되며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는, 현시대 작가보다 더 현대적인 작가”라고 소개하며 “이 작품은 예술가의 재능, 예술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야말로 예술을 하는 우리가 되새겨야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태생적으로 아르까지나에 어울리는’ 이혜영 배우와 ‘시적이고 심리적인 무대를 그리는데 탁월한’ 펠릭스 알렉사를 들었다.
지난 해 연극 <리차드 2세>로 국립극단과 인연을 맺은 펠릭스 알렉사는 6개월 여간 <갈매기>의 연출을 고사했다. 그는 “이 작품을 하게 된 의미 있는 계기가 있다. 작년에 체호프 워크샵을 위해 국립극단을 찾았을 때 명동예술극장을 처음 방문했다. 극장과 무대 자체가 너무 아름다웠고, 그 덕분에 이번 <갈매기>에 대한 구상이 시작됐다. 관객석에 앉아 무대 전체를 살펴보며 작품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가 극장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1막에서 펼쳐지는 뜨레쁠례프의 공연은 배튼(batten: 조명, 현수막 등을 거는 장비)과 리프트 등 실제 명동예술극장 무대장치를 극중극의 소품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2012년, <헤다 가블러>로 1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던 이혜영은 이지적이고 섬세한 ‘헤다’ 역을 맡았고, 대한민국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에서 상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연극배우로서 위력을 알렸다. 이후 4년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그녀가 2016년 <갈매기>의 아르까지나 역을 맡았다. 오랜 배우 생활 동안 무려 4번이나 고사했던 역할이다.
이혜영은 “니나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절했었다. 아르까지나는 왠지 지루할 것 같은, 너무 많이 낡아버린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94년 김광림 선생님의 <집>에 출연할 때 극중극으로 처음 접했던 니나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아르까지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배우들은 연습, 노력을 통해 등장 인물과 닮아간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원래 인물과 극 중 인물이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이혜영과 아르까지나라는 역할이 그랬다.”고 말하며 그 자연스러움 덕분에 4년이라는 공백마저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펠릭스 알렉사 연출은 “김윤철 예술감독의 말에 동의하지만, 어쩌면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다. 가끔 배우가 캐릭터와 너무 잘 맞으면 다른 사람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내 해석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녀가 아르까지나와 매우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지만, 배역을 잘 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며 배우의 연습과 노력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 <갈매기>는 성공한 여배우 아르까지나(이혜영 분), 그녀의 연인이자 유명 소설가 뜨리고린(이명행 분),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주장하는 아들 뜨레쁠례프(김기수 분) 그리고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은 니나(강주희 분)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어지럽게 얽히며 인간관계와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대사와 장면 사이의 세밀한 의도와 뜻에 중점을 맞춘 이번 공연은 현대적인 리듬감과 연극성을 더해 오는 6월 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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