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된 차지연 복귀작 <마타하리> “러브스토리에 수긍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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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이 돌아왔다. 엄마 뱃속에서 <위키드> 무대를 함께 누비던 아들은 지난해 11월 건강하게 태어났고 엄마가 된 차지연은 뮤지컬 <마타하리>로 오는 6월 무대에 복귀한다. 낮에는 뮤지컬 연습, 밤에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하루 4시간도 제대로 못 잘 만큼 바쁜 그녀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육아에도 작품준비에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 해 임하고 있다는 그녀가 한층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흔치 않은 여성 원톱 뮤지컬 <마타하리>를 복귀작으로 선택하셨어요. 타이틀롤을 맡은 소감이 어떠세요?
정말 영광이죠. 요즘 여자배우들이 무대에서 큰 비중의 역할로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역할을 맡겨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마타하리> 포스터와 티저영상에서 출산 전과 전혀 다름없는 완벽한 모습이어서 놀랐어요. 운동 열심히 하셨나봐요.
마법 같은 후반 작업 덕분 아닐까요?(웃음) 사실 운동은 하나도 못했어요. 아이 낳고 골반이랑 허리가 많이 안 좋아져서 운동을 하면 안 되는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계속 교정만 받고 병원 다니면서 지냈어요. 그래도 살이 빨리 빠진 건 모유수유 덕분이에요. 주변 어르신들과 의사선생님들이 모유수유 하면 출산 후 회복이 빨라진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 이유보다도 정말 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고 싶어서 모유수유를 택했어요. 그렇게 힘든 육아, 집안일을 병행하다 보니 움직임이 많아서인지 먹어도 잘 안 찌더라고요. 
 
<마타하리>에 캐스팅 된 계기가 있나요?
<몬테크리스토>나 <카르멘>으로 연을 맺었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저를 인상깊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프랭크와 아이반 멘첼(작가)이 제가 출연했던 뮤지컬 <서편제>를 보러 오셨었는데 공연 끝나고 분장실로 찾아와 “너무 잘 봤다. 언젠가 함께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두 분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 덕분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타하리는 불행한 과거를 지닌 스타이자 이중스파이고, 그러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순수한 여자예요. 굉장히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돼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성장환경, 그 안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혼자서 버텨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이 이해가 됐어요. 제가 마타하리만큼 드라마틱한 삶은 아니었지만 결코 평탄하게 살지는 않았기에 더 안쓰럽고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그만큼 더 잘 표현해내고 싶었고요. 마타하리는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외롭고 연약한 사람이에요.
 
“확 달라진 러브스토리 기대할 것”
“고음도 중요하지만 진심 어린 연기가 목표”


마타하리와 아르망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의 개연성을 보완하기 위해 스토리가 꽤 수정됐다고 들었어요.  배우 입장에서도 마타하리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가 마타하리와 아르망이 금방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연출님과 작가님은 계속 ‘아직 눈 마주치지 마. 사랑에 빠질 순간이 아니야’라고 연습 중에 배우들에게 말씀하세요. 1막이 끝났을 때도 관객들이 ‘뭐야, 둘이 지금 사랑하긴 하는 거야?”라고 궁금증을 품게 만들고 싶으시대요. 그래서 1막 마지막 넘버도 가사가 많이 수정됐고요. 조금은 천천히 1, 2막 내내 켜켜이 감정을 쌓아 나가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감정을 뻥 터뜨리게 돼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얘기하기 조심스러운데 막판에 느껴지는 감정이 굉장히 강렬하거든요. 전 연출님 의도에 백 퍼센트 공감해요.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았을 때 고음에 대한 부담감을 얘기한 적 있으시죠. 이번 작품의 넘버들도 음역대가 만만치 않은데 어렵지 않나요?
고음보다도 드라마를 잘 살리고 싶어요. 저만의 색깔을 가진 또 다른 마타하리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한번 믿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모든 배우들은 성대, 폐의 생김새, 횡격막의 크기 등 모든 게 다르잖아요. 저는 중저음대의 소리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이고 탁성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고음을 잘 내기 위해 연기 내내 긴장하고 부담을 느낀다면 그 음을 성공적으로 낸다 해도 드라마를 잘 전달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스태프분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음역대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죽을힘을 다 해 연습해 올게요. 하지만 제가 연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음을 살짝 조절해서 불렀을 때 공감되고 이해된다면 믿고 맡겨봐주세요.”
 
그렇게 준비한 연기와 노래를 들은 스태프들은 흔쾌히 “오케이, 너는 너만의 장점과 색깔이 있으니 존중하겠다”고 해주셨어요. 사실 전 노래도 중요하지만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몇 옥타브 위의 고음보다는 진실된 감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연기, 그게 제 목표예요.  
 
프랭크 와일드 혼 “차지연 안에는 흑인 소울이 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은 참 디바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프랭크와의 호흡은 어떠세요?
프랭크는 제 음색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네 목소리엔 영혼이 담겨 있어. 드라마가 있어. 네가 노래하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행복해” 이런 얘길 해주셨어요. 2막에 생사가 불분명한 아르망을 생각하면서 간절하게 부르는 넘버가 있어요. ‘신이여 제 기도가 들리나요~’로 노래를 시작했는데   프랭크가 ‘가슴 안에 흑인이 있는 것 같아. 블랙엔진이야’ 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하죠. 곡을 너무 잘 써주신 덕분이죠.
 
쟁쟁한 남자배우들과 삼각관계를 연기하잖아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때요?
일단 굉장히 화기애애해요. 아이돌분들과는 처음 작업해보는데 엄청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빅스의 정택운씨는 본인의 연습날이 아닌데도 다른 스케쥴이 일찍 끝나면 꼭 연습실로 달려와요. 슬옹씨도 엄청 성실하게 매일매일 연습하시고요. (엄)기준 오빠는 7~8년째 뵙고 있는데 워낙 두말할 필요없이 훌륭하시니까요.
 
엄마 차지연의 인생 2막
“육아 너무 힘들지만 아이 덕분에 힘이 나요”

 
태어난 지 돌도 채 안된 아들이 있어요. 육아와 뮤지컬 병행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힘들어요. 겪어본 적이 없는 생활패턴이라서요. 아침에 나와서 연습하고 저녁에 들어가면 아이에게 이유식 먹이고 놀아주고 잠들 때까지 노래 불러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뒤척이면 이불도 다시 덮어줘야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이유식 준비하고 청소하고 세심하게 챙길 부분이 너무 많아요.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있다고 해도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출산 이후론 4시간조차 연속으로 자 본 적이 없어요. 계속 쪽잠이죠. 아이를 낳기 전에 피곤하다 힘들다 얘기했던 게 돌아보면 다 핑계로 느껴질 정도예요.(웃음)
 
그래도 아이 때문에 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엄마는 강하다고 하잖아요. 연습실에서는 집중해서 울고 불고 연기하다가 집에 가면 다시 머리 질끈 묶고 아이를 보죠. 정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한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기도로 버티고 있어요.
 
만일 아들이 자라서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질문을 듣자마자 장난스럽게 ‘그것만은 안돼!’라고 외쳤다) 본인이 행복한 길이 정말 정말 이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기도로 응원해줄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제 아들이라고 해서 연출님이나 기획사 대표들에게 따로 케어를 부탁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에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뚫고 나가게 할 겁니다. 아이의 앞길을 엄마의 힘으로 열어주려 한다면 아이에게도 행복하거나 값진 기억으로 남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남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인터뷰에서 종종 얘기하셨던 것 같아요. 어디가 그렇게 좋으세요?(웃음)
남편은 부부사이에서 걱정 끼칠 만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온다거나 연락이 안된다거나 하는 일을 불안한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아요.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해주는 게 정말 고마워요. 그게 되게 큰 부분이잖아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좀 더 성숙해지셨을 것 같아요. 이런 변화가 무대위에선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전 그게 너무 기대돼요. 저를 계속 지켜봐 와주신 관객 분들은 무대 위의 저를 보면서 미묘한 변화를 느끼실테니까요.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제 마음은 똑같고 목소리나 외모도 변함없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달라진 제 마음은 자연스럽게 연기에 배어 나올 테니까요.
 
글 :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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