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처럼 볼수록 더 많은 의미 보일 것” 막 올린 <에드거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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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연을 통해 에드거 앨런 포의 시와 삶이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지난달 26일 국내 첫 무대의 막을 올린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노우성 연출의 바람이다.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미국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그린 이 뮤지컬은 <겜블러><댄싱 섀도우>의 작곡가 에릭 울프슨의 유작으로, 김성수 음악감독의 편곡과 작곡을 거쳐 국내 무대에 올랐다.
 

‘천재 예술가와 라이벌’이라는 익숙한 스토리,
< 에드거 앨런 포>만의 차별성은?

<에드거 앨런 포>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으나 동시대인들에게 이해 받지 못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삶과 그를 시기했던 그리스월드와의 관계를 그린다. 비운의 천재 예술가와 그를 시기하는 또 다른 예술가의 이야기는 <살리에르> 등의 뮤지컬에서 이미 여러 차례 다뤄진 스토리다.   
 
그러나 <에드거 앨런 포>의 제작진은 포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함으로써 차별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작곡가 에릭 울프슨은 포의 작품에 선율을 입혀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애너벨리’ ‘함정과 진자’ 등의 넘버를 작곡했다. 이 곡들은 포가 그려냈던 기이한 상상의 세계와 아름다운 시상을 표현한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포의 고통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이다.
 
배우들도 이번 뮤지컬이 앞서 공연된 작품들과 갖는 차이점들을 설명했다. <살리에르>에 출연했던 그리스월드 역 최수형은 “살리에르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서 모차르트를 질투했던 인물이다. 반면 그리스월드는 목사로서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포를 가만히 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포의 천재성을 인정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최수형, 정상윤과 함께 그리스월드 역을 맡은 윤형렬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레미제라블>을 예로 들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예수와 유다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사랑하지만 신념이 달라서 갈등하는 관계였다. 그리스월드 역시 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같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자베르는 자신의 신념이 무너졌을 때 자살을 선택하고, 그리스월드는 포를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포 역을 맡은 배우들도 나름의 캐릭터 해석을 덧붙였다. 김동완은 “포는 사랑과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해서 주위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고, 마이클리는 “포는 예술가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많은 공연인들도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나 역시 (미국에 있었을 때) 동양계 미국인으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포에 대한 공감을 표했다. 
 

무대에 담긴 의미도 주목…”영화 <곡성>같은 작품 될 것”

음악과 드라마, 캐릭터 외에 <에드거 앨런 포>에서 또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무대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를 대신해 설명에 나선 노우성 연출은 “포의 작품 내용 중 그리스월드 때문에 왜곡돼서 전달된 것들이 많다. 액자가 서로 엇갈려 있거나 비뚤게 설치된 무대는 왜곡된 포의 진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는 날개 모양의 구조물이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는 날카롭고 차가운 형태로, 마지막 장면에서는 온전한 날개의 형태로 완성되는 이 구조물은 포우의 예술세계를 상징한다. 날카로운 형태로 작가 자신을 찌르듯 하던 그의 예술세계가 마지막에 이르러 스스로와 화해하는 것이다.  
 

지난 31일 진행된 <에드거 앨런 포> 프레스콜에서는 약 두 시간에 걸쳐 주요장면 시연과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우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라 국내로 들여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던 박영석 프로듀서는 영화 <곡성>을 언급하며 이날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공연 전에 전 스텝들에게 <곡성>을 보러 오라고 말했다. 스토리가 매우 탄탄해서 인상 깊게 봤는데, 관객들의 평가를 보니 호불호가 갈리더라. 우리 작품도 그럴 것 같다. 처음에는 좀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여러 번 볼수록 디테일에 담긴 의미들이 더 잘 보이는 작품이 될 것이다.”
 

<에드거 엘런 포>는 7월 2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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