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좇던 12살 소년 빌리, '진짜 무용수' 되어 한국 찾는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리암 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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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애호가들 사이에서 '빌리 앓이' 열풍을 일으켰던 최초 주자. 완벽한 댄스 테크닉, 감미로운 미성과 혼을 쏙 빼놓는 순수한 연기 등 모든 것이 '1대 빌리'로서 완벽했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세계 첫 빌리, 리암 모어(Liam Mower)가 열 두 살 소년에서 스물 다섯 살 어엿한 청년 무용가가 되어 한국을 찾는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매튜 본의 발레단 '뉴 어드벤쳐스'의 단원으로 인기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6.22~7.3 LG아트센터)와 함께다.
 
근육질 남성 백조가 힘차게 무대 위를 나르는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호두까기 인형> <가위손> 등 무용계 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에 큰 충격과 영감을 일으키는 작품을 선사해 온 천재 안무가 매튜 본이 이번에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나쁜 요정의 마법에 걸려 잠자던 공주가 100년이 지난 후 깨어나는 때를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더해져 새롭게 각색된 이 작품은 2012년 영국 초연 당시 7주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작품에서 선한 요정 라일락과 나쁜 요정 카라독 등 주요 캐릭터로 분할 리암 모우어를 플레이디비가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첫 한국 방문을 앞둔 설렘과 작품에 대한 만족감이 여지 없이 드러나는 그의 이야기다.

Q 한국 공연은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
그렇다. 한국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이번 방문이 더욱 기대되고, 한국 관객들을 위한 공연 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접해볼 생각에 많이 흥분되기도 한다.
 
Q 곧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다양한 역을 맡았다.
세 가지 역을 할 예정인데, 첫 번째는 요정들의 왕인 '라일락 백작'이다. 요정의 대부로서 오로라 공주에게 도움을 주는 선한 요정이다.
 
두 번째는 카라보스/카라독 역이다. (카라보스: 아이를 소망했던 왕과 왕비에게 딸 오로라를 안겨준 어둠의 요정. 그러나 분노로 오로라에게 저주를 내린다. 카라독: 카라보스의 아들. 어머니를 위한 복수로 오로라를 유혹한다.) 한 사람이 각기 다른 성(性)을 지닌 두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데, 왕과 왕비 뿐 아니라 오로라의 삶까지 파괴하려는 아주 어둡고 위협적인 악당이다. 세 번째로 맡은 '턴트럼' 역은 아주 괴팍한 요정이다.

Q 스스로 생각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매력은 무엇인가?
특히 내게는 '음악'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맞춰 매일 밤 춤을 춘다는 건 정말이지 최고다! 레즈 브로더스턴(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로 토니상을 수상하기도 함)의 무대 디자인도 정말 놀랍고 섬세하다. 매튜 본은 클래식 동화를 비틀어 매우 어두운, 고딕적인 색체가 강한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더욱 흥미진진한 무대가 된 것이 틀림없다. 관객들은 이야기와 춤이 얼마나 정교히 연결되어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이번 무대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튜 본의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리암 모어

Q 매튜 본 발레의 특징은 '고전'에 '혁신적인 해석'을 더한다는 것에 있다. 단원으로서 느끼는 '뉴 어드벤쳐스' 무용단과 '매튜 본'의 매력은 무엇인가?
매튜 본은 저마다 다른 장르의 춤과 영화에서 영감을 받고, 그 영감의 결과들이 춤에 담겨 있다. 단원들이 각기 다른 배경에서 댄스 트레이닝을 받아왔기 때문에 댄서들은 저마다 개성이 넘치고, 그 점이 매튜 본의 작품을 더욱 독특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Q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언제 가장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가?
내가 즐기면서 춤을 추는 모든 시간 동안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그 점이 스스로에게도 가장 만족스럽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도! 무용단은 무척 행복한 곳이고 그건 컴퍼니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뉴 어드벤쳐스'는 마치 가족과 같다.
 
Q 지금까지 맡았던 다양한 캐릭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나 작품을 꼽는다면?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을 맡았던 건 내 생애 중 가장 놀라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가위손>도 믿기 힘들 만큼 인상적이었다. '가위손'은 너무나 유명한 캐릭터라 이를 표현해야 하는 것에 부담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뿌듯한 공연이기도 하다.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 역을 맡았던 것도 꿈이 이뤄졌던 것이라 빼놓을 수 없겠다.

Q 함께 자란 세 친형제들은 럭비를 좋아했지만, 리암 모어 혼자 춤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왜 춤이 좋았나? 어떻게 어린 나이(9살)에 춤을 배우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네 형제들 모두 스포츠를 좋아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나 역시 럭비, 축구, 야구, 가라데 등을 조금 해 보긴 했다. 그런데 첫 뮤지컬 수업에서 내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었다. 그건 나를 위한 것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댄스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2005년 <빌리 엘리어트> 출연 중이던 12살(좌), 10년 후인 2014년 특별 무대에 섰던(우) 리암 모어
 
Q 최초의 '빌리'로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았다. 당시 기분은 어땠는가? 어린 나이에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절대 싫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정말 내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경험이었고, '빌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12살 아이 뿐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새겨들을 만한, 당시 사람들이 내게 해 주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빌리'로 인해 수많은 문들이 내게 열렸다.
 
Q 2014년 9월 28일 다시 한 번 '성인 빌리'로 <빌리 엘리어트> 특별 무대에 섰다.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이런 프로덕션에 줄곧 서왔지 않냐고 말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으니까. 그런데 동시에 너무나 그 순간을 사랑하기도 했다. 빅토리아 극장 무대에 다시 선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Q 한국의 1대 빌리들도 자신들의 키가 안 컸거나 변성기가 오지 않았다면 다시 '빌리'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동감하는가?
정말로! '빌리'는 내가 맡았던 역들 중 가장 힘든 역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동시에 정말로 뿌듯했던 역이기도 하다. 그 역할이 무척 특별한 이유는, 그 역이 전형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빌리를 하기 위해 배우가 어떤 특정한 머리카락 색이나 목소리를 갖지 않아도 된다. 빌리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하기 위한 투쟁과 열정이다. 세계 각국에서 연기하는 저마다 다른 빌리들에게서 그들만의 차이,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모두 다른 연기를 한다. 그렇지만 이들 전부에게서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Q 20대 무용수인 리암 모어,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춤, 공연에 충분히 빠져 있기 때문에 이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여행은 언제나 나의 버킷리스트에 들어가 있어서 여행을 하는 동시에 공연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번 첫 한국 방문도 무척 고대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리암 모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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