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편견 깨는 게 우리의 목표” <햄릿> 서은광, 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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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뮤지컬 캐스팅 소식에는 언제나 우려 섞인 댓글이 뒤따른다. 바쁜 스케줄에 시달리는 아이돌이 무대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 뮤지컬 <햄릿>에 출연 중인 아이돌 출신 배우 서은광과 신우는 관객들의 이러한 편견과 부단히 맞서 싸우는 듯했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수많은 작품을 분석하고,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연습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하며 뮤지컬 작품 속 일원이 되기 위해 힘썼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노력만이 답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이들의 모습에선 뮤지컬 배우로서의 진지함이 느껴졌다.


Q. 햄릿이란 캐릭터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아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캐릭터잖아요.
신우 :
<햄릿>은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제안을 받으니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나더라고요.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한편으론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작품이잖아요. 하늘에 계신 셰익스피어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습에 임했던 것 같아요.

은광 : 처음에는 <햄릿> 출연을 제안받았을 땐 오랜만에 서는 뮤지컬 무대라 기쁜 마음이 컸어요. 그동안 비투비 그룹 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에 뮤지컬 무대에 설 기회가 많이 없었거든요. <몬테크리스토>에서 같이 공연을 했던 이정화 누나한테 연락했더니 축하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진짜 잘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정말 부담이 됐죠. 공연 준비하는 내내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어요.

Q. 캐릭터를 잘 소화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들었어요.
은광 :
일단 노출하는 장면을 위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기자 : SNS 상에서 상반신 탈의 사진이 많은 화제를 모았어요) 그러려고 올린 건 아니었는데 참 부끄럽더라고요. 또한 무엇보다 햄릿이란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이전에 나왔던 <햄릿> 작품들을 보면서 많이 공부했죠.

신우 : 맞아요. 저 같은 경우도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하려고 했었어요. 영화, 소설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뤘던 <햄릿>을 하나하나 다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같은 장면이지만 배우마다 연기하는 게 다 다르더라고요. 정답이 없는 숙제인 만큼 열심히 분석하고 제 나름대로 햄릿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했어요.
 
▲ 뮤지컬 <햄릿>에 출연중인 BTOB의 서은광과 B1A4의 신우(왼쪽부터)

Q. 그럼 두 분이 해석한 햄릿은 어떤 인물이에요?
은광 : 햄릿을 보면서 사춘기 시절의 제 모습이 많이 겹쳐졌어요. 부모님께 대들었던 사춘기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연기하려고 했죠. 또한 햄릿은 불안정한 모습 속에 보호 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많이 살리려고 했어요.

신우 : 햄릿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연민인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 나잖아요. 비유하자면 거친 대지에 핀 한 떨기 꽃 같은 느낌이랄까요? 너무 아름답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존재요. 햄릿 안에서는 특히 보여줘야 할 감정들이 너무 많다 보니 연습하면서 멘탈관리 하기가 힘들었어요.

은광 : 저도요. 원래 성격은 활발하고 긍정적인 편인데, 햄릿 연습하는 기간에는 우울감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Q. <햄릿>은 그래도 송스루 뮤지컬(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보니 다른 작품들보다는 익숙하게 연기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은광 : 처음에는 너무 좋았어요. 오랜만에 뮤지컬을 하다 보니 데뷔작처럼 긴장이 됐거든요. 아무래도 노래로 연기하는 게 저한테는 조금 더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노래를 받고 보니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신우 : 맞아요. 솔직히 연습 들어가기 전에는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런쓰루로 연습을 하고 나면 엄청 힘들더라고요. 노래가 워낙 높기도 하고요.

Q.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도움이 됐던 점도 있었어요?
은광 :
‘오늘 밤을 위해’라는 극중 넘버가 있는데요. 신우가 그 장면을 카리스마 있게 소화해내는 걸 보면서 극을 이끌고 가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몇몇 제스처들은 참고하기도 했답니다.

신우 : 평소에 은광이 형의 밝은 모습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무대에서의 모습이 정말 놀라웠어요. 이 형이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발견하게 됐고요. 특히 형이 한 씬 한 씬, 온 힘을 다해서 연기하는 걸 보니 자극이 되더라고요. ‘나도 형처럼 최선을 다해서 배역에 몰입해야지’ 이런 다짐을 하게 되죠.

Q. 서로 친분은 있었어요? 아무래도 같은 아이돌이다 보니 서로 의지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신우 :
은광이 형은 이번 작품 하면서 친해지게 됐어요. 저랑 다른 모습을 갖고 있어서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요.

은광 : <햄릿> 캐스팅 소식을 듣고 인사만 하다가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같이 연습하면서 매우 친해졌죠. 서로 의지가 많이 돼요. 공감대도 많고요.
 
Q.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는데,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그런 부분들이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은광 :
그런 분들의 선입견을 깨는 게 저희의 목표인 것 같아요. 모든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친 것처럼, 저희도 아이돌에 대해 갖는 선입견들을 차곡차곡 극복해 나가야겠죠. 오랫동안 뮤지컬 분야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인정받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죠.

신우 : 저도 관객들이 갖는 선입견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억울하다기보단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되고, 다음 작품을 못할 수밖에 없으니깐요.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Q. 뮤지컬 무대가 정말 좋은가 봐요. 방송 무대랑은 아주 달라요?
은광 :
완전 다르죠. 방송 무대는 몇 달간 준비한 퍼포먼스를 오차 없이 보여주지만, 뮤지컬 무대는 현장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지거든요. 확실히 그런 점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몸은 너무 힘들지만, 할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니깐요.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신우 : 뮤지컬 공연은 할 때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가수활동이랑은 완전 달라요. 그러다 보니 연습부터 공연하는 중간까지는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계속 뮤지컬 무대에 서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Q. 그럼 언젠가 뮤지컬 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배역 같은 것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은광 :
저는 박은태 선배님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노래하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 인터넷으로 많이 찾아봐요. (기자 : 박은태 씨랑 은근히 외모도 닮았어요) 저야 영광이죠. 그렇게 되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인지 박은태 선배님이 하셨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 역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물론 가창력도 많이 필요하고 정말 최고의 캐릭터이다 보니 당장은 힘들겠지만요.

신우 : 저는 영웅의 안중근 역할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거든요. 워낙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안중근이란 인물은 연기하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난 뒤에 꼭 그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Q.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요즘 두 분은 어떤 고민을 가장 많이 해요?
은광 : 사실 저 같은 경우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단순하게 눈앞에 해결해야 할 것들만 하는 스타일이에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뮤지컬 배우로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기자 : 뮤지컬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큰가 봐요?) 개인적으론 확실히 인정받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일단은 <햄릿>에 집중해야죠(웃음)

신우 : 전 너무 많은데…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저는 평생 아이돌일 거라는 거에요. 아이돌그룹 멤버라는 게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잖아요. 그래서 팬분들에게 노래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신우 씨는 뮤지컬 배우 이외에도 뮤지션으로서의 욕심도 있나 봐요, 작곡도 하시고요.
신우 :
저는 저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인정해주고 안 해주고를 떠나서요. 예술적인 생각을 펼쳐내는 거면 뭐든 하고 싶어요. 작곡이 됐든, 연기가 됐든, 노래를 하든, 저의 영감들을 모든 경로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Q. 아무래도 다른 멤버들보다 개인 활동이 적은 편이었다 보니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가 돼요. ‘복면가왕’이 그 신호탄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신우 :
‘복면가왕’에서도 얘기했지만, 예전에는 다른 멤버들이 훨씬 잘 하다 보니 전 섭외가 들어와도 안 한다고 했었거든요. 예능 같은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는 안 나가도 괜찮은데, 가족들은 또 아쉬워하시더라고요. 팬들도 재미있는 모습을 보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 이제라도 조금씩 다양한 분야에서 만나 뵙고 싶어요.
 
Q. 비투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승승장구하는 그룹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난해엔 데뷔 4년 만에 1등을 하고, 올해 낸 미니앨범도 좋은 성과를 거뒀고요. 그 중심엔 리더 은광 씨의 역할도 컸던 것 같은데요.
은광 : 사실 제가 리더를 할 성격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동생들이 다 착해요. 그 덕분에 리더십이 있다는 얘기도 듣는 것 같고요. 다 같이 열심히 하려고 많이 노력하죠.

Q. 그럼 비투비가 가진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은광 :
가장 큰 목표는 오랫동안 함께 하는 거예요. 무언가를 정할 때도 일단 저희 멤버들과 함께 뭉쳐서 이야기하고요. 그 부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악적으로는 항상 도전하고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는 그룹이 되자는 뜻을 모으고 있죠. 1등도 좋지만,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을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두 분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많은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요.
은광 :
일단 비투비는 앨범을 준비 중이고요. 올해 안에 앨범 활동을 한 번 더 하는 게 목표예요. 현재 각자 곡을 열심히 작업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어떤 뮤지컬로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신우 : 저희 비원에이포도 사실 올해 앨범 2장 이상을 내는 게 목표였는데 쉽지 않네요. 남은 기간 꼭 앨범을 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써 놓은 곡들이 많아서 솔로 앨범도 내고 싶고, 뮤지컬 무대에서 관객들도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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