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꽉 찬 블랙코미디, <대학살의 신>

  • like5
  • like5
  • share
놀이터에서 놀던 두 소년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한 소년의 앞니 두개가 부러진다. 아이들 사이에선 곧잘 벌어지는 싸움이지만, 이 작은 소동의 여파가 어른들 사이로 퍼져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지난 24일 개막한 연극 <대학살의 신>의 이야기다.
 
2011년에 이어 6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연극 <대학살의 신>은 앞서 탄탄한 실력파 배우들의 출연 소식으로 화제에 오른바 있다.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각각 원캐스팅으로 작품에 출연한다. 지난 27일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이들의 노련한 연기는 물론, 작품 전체에 걸쳐 쉼 없이 이어지는 블랙 코미디가 시종일관 웃음을 이끌어냈다.
 
극은 싸움을 벌인 두 소년의 부모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만나면서 시작된다. 변호사, 작가, 가정용품 도매상, 주부 겸 투자자 라는 직업을 가진 양쪽 집안의 부모들은 교양과 이성, 톨레랑스와 같은 단어를 꺼내들며 우아하게 대화를 시작하지만, 점잖은 척 가식적인 말들을 주고받으며 은근히 서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모습이 벌써부터 실소를 자아낸다.
 
곧이어 “우리 브리노한테 페르디낭이 사과를 하는 게 어떨까요?” 라는 말로 이들 사이의 얄팍한 평화조차 깨지고 만다. 어떻게든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싶은 쪽과 적당히 이 사태를 넘어가고 싶은 쪽은 슬슬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고, 급기야 언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못 이겨 구토를 하고, 누군가는 가방을 집어 던지고, 누군가는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린다. 한없이 유치찬란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후반부로 극이 흘러갈수록 객석에선 더 자주 웃음이 터져 나온다. 교양 있는 중산층을 자처하던 주인공들이 속마음을 드러내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90분간 알찬 블랙코미디를 선보이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7월 23일까지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