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을 즐기며” '디바' 꿈꾸는 <이블데드> 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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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헤롯 역에 조권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궁금증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조권의 첫 뮤지컬 출연인데다가, 당시 ‘깝권’으로 불리던 그의 이미지가 작품의 묵직한 주제와 어울릴지 의아스러웠던 것. 그러나 조권은 광기 어린 헤롯 왕을 강렬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표현해내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그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무대였다.
 
이후 <프리실라>(2014), <체스>(2015) 등을 거쳐 조권은 올해 또 한번 변신을 꾀했다. ‘코믹 호러 뮤지컬’이라는 부제를 단 <이블데드>에 출연한 것이다. 무대와 객석에 온통 피가 흩뿌려지고, 황당한 개그가 난무하고, 조악한 소품조차 예상치 못한 웃음의 소재가 되는 이 독특한 뮤지컬에서 조권은 또 다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무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지난 6일, 뮤지컬이 여전히 즐겁고 설렌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대학로에서의 공연도 처음이고, 중극장 규모의 공연에 출연하시는 것도 처음이잖아요. 여러모로 <이블데드>가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아요.
제가 대학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어요. 대극장 공연도 해봤고 올림픽홀(<별이 빛나는 밤에>)에서도 짧게 공연을 해봤는데 대학로에선 안 했잖아요. 배우 친구들이나 누나, 형들이 공연하는 걸 보면 대학로만의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배우들의 열정, 사그라지지 않는 에너지 같은 것. 그래서 언젠가 여기서 공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어요. 처음 <이블데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사전답사도 하러 왔어요. 그땐 여기(유니플렉스 1관)에서 <드립걸즈>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김영희 누나와 친분이 있어서 공연도 보고, 공연장도 구경하고, 대기실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미리 봐뒀죠.
 
또 제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때는 최연소 헤롯이었고, <프리실라>도 파격적인 컨셉이었고, <체스>에선 정극적인 인물에 도전했고요. <별이 빛나는 밤에>는 창작뮤지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서 도전했던 작품이거든요. <이블데도>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공연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이블데드> 공연 장면
 
Q 작품의 내용이나 캐릭터에 있어선 어떤 점이 좋았어요?
원래 좀비물이나 공포물, B급 영화를 좋아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으면 다 보거든요. <이블데드>는 사실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일단 좀비물이고, 거기에 ‘병맛’ 코드가 있다고 해서 원작 영화와 초연 공연(영상)을 봤는데 그 병맛 코드가 뭔지 감이 오더라고요. ‘여기선 그냥 놀자’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이블데드>가 큰 교훈을 주는 작품은 아니잖아요. 여름과 어울리는 좀비물, 스트레스 해소, 단순함, 병맛, 재미, 웃고 가는 작품, 그런 키워드로 쉽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부담이 덜 됐죠. 근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보니 어마무시한 작품이더라고요(웃음).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많이 힘들었죠.
 
Q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우선 연출님도 나름의 욕심이 있으셨던 것 같고, 또 이 공연이 9년 전 워낙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관객 분들의 기대치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두 달 동안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빽빽이 연습했어요. 엠티만 하루 다녀오고 초반부터 텐투텐(오전 10시부터 밤 10까지)으로 연습했어요. 모두가 ‘이런 연습은 처음 본다’라고 했을 정도에요. 덕분에 배우들과 사이가 돈독해졌죠(웃음). 연습 끝나고 편의점에서 ‘편맥’ 한잔씩 하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어요.
 
모든 작품,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지만, 스캇이라는 인물을 만들고 변화시키는 과정도 힘들었어요. 스캇을 ‘조권화’할까, 아니면 더 남성적으로 표현할까, ‘깝권’을 넣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동료 배우들이 ‘그냥 너답게 하는 게 제일 웃기고 자연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스캇과 조권을 잘 섞어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했죠.
 
Q 연습하면서 배우들이 만든 애드립도 많을 것 같아요.
배우와 연출이 함께 만드는 공연 같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물론 연출님이 대본을 다 수정,각색해오셨지만, 배우들의 아이디어도 굉장히 많이 반영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드라마 <도깨비> 패러디 같은 걸 넣기도 했죠. 나중에 관객 반응이 궁금해서 봤더니 (웃음이) 빵빵 터지더라고요.
 
Q 평소에도 공연을 많이 보신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좋았던 작품을 꼽으면 뭐가 있나요?
큼직한 대형 뮤지컬은 당연히 보고, 창작뮤지컬도 보고, 대학로의 작은 작품들도 찾아서 보고, 정말 많이 봐요. 주변에서 보러 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정말 보고 싶어서 가는 경우도 많아요. 대학로에서 본 공연 중에는 <우리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시간’을 주제로 인간의 전 인생을 보여주는 연극인데, 너무 감명 깊게 봤어요. (김)호영 형이 했던 <거미여인의 키스>나 (안)시하 누나가 했던 <밑바닥에서>도 봤고요.
 
대극장은 대극장만의 웅장한 매력이 있고, 또 지금 공연하고 있는 대학로 극장에선 관객 분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다 보이고 관객과의 소통이 더 밀접해진다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여기(대학로)만이 가진 매력도 분명 있고요.
 
Q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지 이제 5년째에요. 뮤지컬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어서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나요?
전 똑같은 것 같아요. 그 전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고, 공연 보는 것도 워낙 좋아했고, 언제 도전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라는 좋은 작품을 하게 됐잖아요. 그 때 관객 분들이 좋게 평가해 주셔서 자신감을 정말 크게 얻었어요. 가수 활동과 별개로 내 안에 뮤지컬에 대한 사랑, 뮤지컬의 피가 흐른다는 걸 느꼈죠(웃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때는 헤롯 분량이 적은데다 뮤지컬이 처음이라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같이 했었는데, 뮤지컬을 할 때는 절대 다른 활동을 같이 하면 안되겠더라고요. 아무래도 집중도가 분산되고, 저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그래서 회사에 뮤지컬을 할 때는 뮤지컬만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이후엔 <프리실라>를 하든 <체스>를 하든 거기에만 집중했어요. 그래서 처음 뮤지컬을 할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연습할 때 빠지지 않고, 배우 분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예나 지금이나 뮤지컬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어요.
 
Q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그 과정이 늘 쉽지만은 않잖아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물론 그렇죠. 근데 내가 억지로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뮤지컬이든 가수 활동이든 사실 힘든 건 똑같거든요. 의상, 헤어, 메이크업을 해야 하고 처음 보는 스텝들과 친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가사를 쓰거나 대사를 수정해야 하고…다 비슷해요. 근데 내가 정말 원해서 즐기면서 하느냐, 아니면 하고 싶지 않은데 회사에서 시켜서 억지로 하느냐에 따라 천지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엔 다행히 뮤지컬도 다 원해서 한 작품이었고, 앨범도 마찬가지였어요. 회사에서 앨범을 내준다는데 싫어할 가수가 어디 있겠어요. 예전 ‘깝권’으로 활동했을 때는 그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었어요. 큰 인기와 영예를 얻었지만, 너무 바빠서 내가 행복한 건지 돌아볼 틈이 없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면 졸면서 메이크업 받고, 눈 뜨면 차에서 자고 있고, 집에 가면 화장 지우고 바로 자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제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부터는 뭘 하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아요. 사실 불평하려고 하면 불평할 것들이 있죠. 오늘도 이렇게 공연 전에 인터뷰를 세 번이나 해야 하고(웃음). 근데 너무 감사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다 지나갈 시간들인데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나에게 남는 것이 없을 테니까. 매 순간 마음 편히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Q 뮤지션이자 배우, 넓게는 아티스트로서 ‘조권다움’을 정의한다면 어떤 말들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음…제 좌우명이 ‘Keep going’ 이거든요. 그래도 그냥 계속 가라.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가 ‘Born this way’에요. 레이디 가가의 노래이기도 한데, 제가 레이디 가가를 되게 좋아하고 많은 영감을 받거든요. ‘그냥 넌 그렇게 태어난 거다’라는 뜻인데, 살다 보면 많은 편견도 있고 남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시선이 있잖아요. 굳이 그래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 지인들을 응원하고 싶을 때 ‘넌 원래 그렇게 태어난 거니까 항상 힘냈으면 좋겠어’라고 해요.
 
아티스트로서는 그냥 ‘디바’가 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조권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해?’하고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어렸을 때 보아, 량현량하 선배님들이 일찍 데뷔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 자극을 받았거든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자극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에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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