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창작 초연 <샌드백>에 숨겨진 반전
- 2017.07.12
- 김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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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는 박호철. 그를 찾아온 옛 친구 계만도는 다짜고짜 호철의 동생 박준수의 행방을 묻는다. 사채업자가 된 만도는 준수가 호철의 수술비로 8천만원을 빌려갔다며 대신 갚을 것을 종용한다.
연극 <샌드백>은 형제의 비뚤어진 우애와 친구 간의 잘못된 배려, 오해에 대한 이야기다. 한 때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사이가 틀어져버린 호철과 만도, 그리고 형을 잘 따르던 동생 준수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이 작품의 연출은 연극 <취미의 방>,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김재한 연출이 맡았다. 그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작품이 인간의 양면성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내면에 천사와 악마가 있다. 선이 이기면 좋은 결론이겠지만, 선한 의도가 악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때도 있다. 이런 일이 일상에서 생각보다 흔하게 벌어지는 것 같다.”
<샌드백>은 단편영화 시나리오로 출발해 희곡으로 다듬어진 작품이다. 극을 쓴 서진원 작가는 “김재한 연출의 제안을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면서 “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인지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어서 열린 결말을 준비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갈등의 축에 선 인물 ‘박호철’은 <여신님이 보고계셔>, <빨래>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실력을 드러낸 이준혁과, <트루웨스트>, <제주일기>의 김주일이 맡았다. 이준혁은 호철이란 인물이 가진 잘못된 사랑 방식이 갈등의 원인이라며 배역에 대해 소개했다. “비극적인 인물이다. 동생을 본인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려 하는데 방식이 잘못됐다. 트라우마 때문에 길러진 어긋난 방식이다. 나도 자식이 있어서 호철의 심정이 이해된다. 내가 내 자녀를 혼내는 건 괜찮지만 남이 쓴소리를 하는 건 참을 수 없다. 호철이 나빠 보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인물이다.”
연극 <샌드백>의 결말에는 반전이 배치돼 있다. 김주일은 마지막 장면이 특히 연기하기 어려웠다며 반전에 대해 언급했다. “마지막 대사를 내뱉기가 힘들었다. 동생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잘못된 가치관과 방식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너무 혼란스러워서 이 대사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샌드백>은 권투가 주요 소재인 만큼 배우들의 연습 과정도 남달랐다. <난쟁이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줘 온 최호중은 이번 작품에서 맡은 ‘계만도’ 역을 위해 “매일 3시간 동안 복싱 훈련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 엄지손가락이 심하게 아픈 상태다. 다른 배우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밝혀 그간의 노력을 짐작케 했다.
공연제작사 내유외강컴퍼니가 선보이는 첫 작품인 연극 <샌드백>은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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