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화 이어 뮤지컬로? 명작 <벤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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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벤허>가 8월 25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1880년 출간된 루 월러스의 소설이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50년간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사랑받았고, 1959년 개봉된 영화는 아카데미어워즈 11개 부문을 석권하며 미국영화협회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영화 100선’에 들었다. 국내에서도 1962년 이후 수차례 재개봉된 바 있다.
 
<벤허>가 이렇듯 명작의 반열에 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우정과 배신, 사랑과 용서, 구원을 아우르는 장중한 서사, 그리고 영화에서 선보였던 스펙타클한 해전 및 전차 경주 장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 <벤허>가 그 감동을 이어갈지 기대되는 가운데, 뮤지컬 개막에 앞서 작품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한다.

 
영화 <벤허> 장면

■ <벤허> 속 역사: 벤허가 하루 아침에 노예가 된 이유는?
주인공 벤허는 유대의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누명을 쓰고 하루 아침에 노예가 된다. 이후 그가 로마의 귀족이 돼 화려하게 귀향하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메셀라와 재회하기까지 굽이굽이 펼쳐지는 여정은 <벤허>의 스토리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귀족 벤허가 노예가 된 배경은 당시 유대와 로마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유대는 제정 로마의 지배 아래 있었다. 로마는 유대와 사마리아, 이도메아 지방에 총독을 임명해 높은 세율로 그들의 재산을 수탈했다. 실제로 <벤허>에는 당시 유대의 총독이었던 그라투스와 빌라도가 등장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아무리 유대의 귀족이라 해도 로마 지배계층의 미움을 사면 비천한 신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치권이 없는 유대인들은 끊임없이 로마에 저항했고, 이러한 움직임도 벤허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 <벤허>에 ‘예수’가 나온다고?
영화에서 예수의 등장 장면은 종교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장면이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도 또 다른 기대 포인트. 영화에선 뒷모습으로 짧게 등장했지만, 예수는 벤허가 보다 더 고귀한 곳에 이상을 두도록 변화시키는 중요한 존재다. 실존인물인 예수와 가공의 인물 벤허의 삶을 교차시켜 신과 구원에 대한 깊은 의미를 담아낸 것이 <벤허>가 널리 사랑받는 힘일 것이다. 뮤지컬 역시 로마의 지배 아래서 예수에게 희망을 걸었던 유대인들의 모습을 통해 기독교의 탄생 과정을 흥미롭게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예정.
 
■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벤허> 속 키워드
갤리선 노예가 된 벤허는 이후 사령관 퀸터스의 목숨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로마의 귀족이 되는데, 그 첫 번째 기회를 열어준 곳이 바로 갤리선이다.
갤리선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지중해 전투시 활용된 범선으로, 돛과 노가 주요 동력이다. 전투시에는 주로 돛을 내리고 노만으로 배를 조정했기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노를 젓는 노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고. 노수는 많은 체력을 요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벤허가 그곳에서 3년을 버티고 전장에서 공을 세운 것은 그의 남다른 체력과 용맹함, 지력을 말해준다. 물론 영화 속 해전 장면도 작품의 백미 중 하나.  
 
(위) 영화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
(아래) 뮤지컬 <벤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유준상, 박은태, 카이
 
검투 경기 – 벤허가 노예 신분을 벗게 된 두 번째 기회는 바로 검투 경기다. 영화 <글라디에이터>로도 잘 알려진 로마 시대의 검투 경기는 당시 매우 인기 있는 대중 스포츠였다. 오늘날까지 그 웅장함을 자랑하는 콜로세움도 검투 전용 경기장으로, 최대 5만명의 관객을 수용했다고 알려진다. 초반 경기는 검투사들의 일대일 대결로 치러졌으나, 차차 맹수 사냥, 다자간 대결 등으로 형태가 다양해졌다. 워낙 대중적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경기에서 활약을 거둔 노예와 자유민들은 큰 부와 명성을 얻었다. 제17대 황제 코모두스는 직접 검투사가 되어 경기에 참여하기도. 검투 경기는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후 차츰 쇠퇴했다.
 
전차 경주영화 속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은 해전 장면과 더불어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전차 경주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나올 만큼 역사가 오래된 경기이자, 검투 못지 않게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였다. 기원전 7세기 무렵에는 올림픽 종목으로도 채택됐다. 경주에 참여하려면 말과 기수, 전차 등이 필수였기 때문에, 검투와는 달리 재력을 가진 왕과 귀족들이 주로 참가했다.  
검투 경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전차 경주에서도 말과 기수가 죽고 다치는 일이 흔했다. 당시 기수들은 전차가 뒤집힐 경우 말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줄을 끊을 작은 칼을 반드시 소지했다고.
 
카타콤 <벤허>에는 ‘카타콤’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다. 구덩이 또는 동굴의 옆이라는 ‘카타쿰바스’에서 유래된 카타콤(Catacombe)은 땅 위에 가족들의 묘지를 마련할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만든 지하 무덤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모진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몰래 모임을 가졌다. <벤허>에서도 유대인들이 이 곳에 몰래 모여 기도를 올리는데,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벤허는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 카타콤에 성전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영화, 소설에 이어 또 한번 웅장한 서사를 담아낼 뮤지컬 <벤허>는 오는 8월 25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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