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피서, 어디가 제일 시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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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심 속 최고의 피서지 1위는 ‘공연장’이었다. 더위도 잊게 만들 만큼 몰입감 있는 공연 내용도 한 몫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가동되는 공연장 냉방시설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에어컨을 세게 틀었다간 얇은 옷차림의 관객들이 금방 한기를 느끼기 마련. 여름철 공연장은 관객들에게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공연장 냉방 관리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무대 쪽이 더 시원해요”
시설마다 맞춤온도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서울 한남동의 공연장 블루스퀘어는 시설마다 실내온도를 다르게 관리하고 있다. 뮤지컬 전용관 삼성전자홀의 경우 객석은 23~24도, 무대는 조금 더 시원하게 22~23도를 유지한다. 배우들은 무거운 가발과 두꺼운 의상을 착용하고 무대조명이 내뿜는 열기를 고스란히 받으며 춤추고 노래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냉방이 필요하다.

콘서트가 자주 열리는 삼성카드홀의 경우 좌석 형태 따라 냉방의 세기를 결정한다. 객석이 설치된 지정석 콘서트의 경우 삼성전자홀과 비슷한 23도 선을 유지하지만, 스탠딩 공연이 열리면 에어컨 온도를 3도 정도 낮게 설정한다. 뛰고 노래하고 춤추며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이 내뿜는 열기는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최근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블루스퀘어는 북파크, 갤러리, 카페, 직영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들 문화공간은 정부 권고에 따라 26도 선을 유지하되 방문객들의 현실적인 체감온도를 고려해 에어컨을 좀 더 세게 틀기도 한다고. 덕분에 삼선전자홀 2, 3층 북파크에서는 쾌적한 공기를 즐기며 편안한 쇼파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관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공기관은 28도 준수 아닌가요?”
세종문화회관은 실내온도 제한 대상서 제외

지난 7월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에 따라 전국의 관공서, 공기업, 준정부기관은 실내온도를 28도 이하로 설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서울특별시가 설립한 공공예술기관 세종문화회관도 실내온도 28도를 유지하고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문화체육시설은 자체 적정 온도 기준을 정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은 다른 공연장과 비슷하게 객석 온도 23~24도를 유지하며 도심 속 피서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도 무대와 객석의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분리냉방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간혹 공연에 따라 무대 냉방을 아예 끄는 경우도 있다. 무대 효과로 포그 머신을 사용하는 경우 에어컨 바람이 안개 분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냉방을 중단하며, 성악가나 연주자가 냉기에 민감한 경우에도 에어컨을 끈다.
 
“가습까지 되니까 더 시원한 느낌인데요?”
객석 가습 시스템 두산아트센터

서울 종로구에 자리잡은 공연장 두산아트센터는 연강홀, 스페이스111 두 곳의 객석에 가습시설을 갖추고 있다. 천장에서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가 객석 구석구석을 채워 60~65%의 습도가 유지된다고. 가습 시스템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기자가 연강홀을 방문한 지난 22일 객석에서 가습시스템이 가동되자 일부 관객들은 “천장에서 나오는 저것(수증기) 때문에 왠지 더 시원해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극장 측은 가습시스템에 사용되는 물은 정기적인 수질검사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도는 더 낮은데 관객들이 자꾸 덥다고 해요”
무더위 쫓는 귀신의 집의 아이러니

 
여름은 공포물이 더 사랑받는 계절이다. 지난 1일 다시 개장한 대학로 공포체험관 <귀신의 집>에도 관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흔히 오싹한 공포를 느끼면 더위를 잊게 된다는데 그렇다면 <귀신의 집>은 에어컨을 안 틀어도 되지 않을까? 기자의 예상과 달리 <귀신의 집>은 다른 공연장보다 더 강력한 냉방이 필요했다. 우선 귀신 분장과 의상을 겹겹이 걸치고 있는 직원들은 가만히 서 있어도 덥다. 이들의 쾌적한 근무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에어컨 가동은 필수.
 
<귀신의 집>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관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이동하는 체험형 콘텐츠이다보니 단위면적당 관객 수가 적다. 그만큼 실내온도가 시원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관객 중에는 “너무 덥다”는 반응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니인터뷰 - 불 나고 연기나는 장면, 에어컨 더 트나요?  
자문 : 뮤지컬 <레베카> 배경석 기술감독 
 
Q. <레베카>는 화재 신이 있다. 냉방을 더 세게 해야 하지 않을까?
무대나 객석온도에 영향을 미칠 만큼 화재 장면이 길지 않다. 불꽃은 배우들의 동선과도 거리가 좀 있어서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은 없다. 공연장 시설관리자 분들이 환기, 실내 온도 관리를 알아서 잘 해주시지만 공연에 따라서 가끔 별도의 환기와 냉방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Q. 배우들은 어느 정도의 실내온도를 선호하나?
개인차는 있지만 찬 공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더운 공기로 호흡하면 더 건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습도도 체감온도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적정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Q. 무대효과 중 드라이아이스로 만든 안개는 시원하지 않을까?
무대용 포그(안개)는 용도에 따라 재료도 다르다. 공중에 띄우는 포그는 기름 성분이 쓰이곤 했는데 최근에는 수용성 재료로 바뀌는 추세다. 바닥에 낮게 깔리는 포그는 드라이아이스로 만드는데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성질이 있어 드물게는 객석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드라이아이스에서 나온안개인 만큼 조금은 시원할지도 모르지만 시야를 가릴 수 있어 포그 양 조절에 신경 쓰고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플레이디비, 세종문화회관,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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