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품 될 것” <벤허> 박은태의 이유있는 자신감

  • like29
  • like29
  • share
박은태는 확신에 차 있었다. 창작 초연 뮤지컬 <벤허>에 유다 벤허 역으로 출연하는 그는 이 작품이 세계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늘 진중한 자세로 작품에 접근하고 세심한 연기를 보여줘 온 배우였기에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8월 24일 <벤허> 개막을 앞두고 ‘유다 벤허’에 푹 빠져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배우 박은태를 만나 작품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Q.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끝나고 쉴 틈 없이 <벤허>에 합류하셨어요. 함께하시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몇 해 전 “왕용범 연출(<벤허> 연출)은 배우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농담을 하신 적이 있잖아요. 이번에 각오가 남다를실 것 같은데요.
제가 예전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했었나요? 그런데 사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요(웃음). 뮤지컬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상황들을 만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로서 도전 의식도 강해지고요. 힘들 걸 알면서도 뮤지컬 <벤허>에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거예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그래도 우리나라 창작물 중에서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잖아요.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로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한단계 발전된 시도와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벤허>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드라마의 기적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죠.
 
Q. 그동안 여러 창작초연작들에 출연하셨고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셨잖아요. 그만큼 창작 초연 작품에 대한 감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벤허>의 느낌은 어떤가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요, 세계를 겨냥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단순히 투자를 많이 했다거나 스케일을 키웠다는 의미가 아니예요.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쇼적인 부분까지 적절히 버무린 작품이에요. 연습하면서 우리나라 뮤지컬 수준이 이만큼 올라왔음을 증명하는 요소들이나 전개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벤허>의 제작진은 일본에 판권이 팔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제작진이잖아요. 그런 경험도 무시할 수 없죠.
 
Q. 그동안 원작소설과 영화를 통해 구축된 유다 벤허라는 캐릭터는 꽤 입체적인 인물같아요. 유복한 청년이다가 억울하게 노예가 되면서 복수심에 불타다가도 또 마음이 변하니까요. 은태씨가 본 유다 벤허는 어떤 인물인가요?
어떤 배역은 배우의 해석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유다 벤허라는 역할은 반대의 경우에요. 배우의 해석보다는 대본대로 인물의 변화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게 관건이죠. 그 변화의 단계에 있어서 다른 해석의 여지가 별로 없더라고요. 예를 들면 친구에 대한 복수심을 연기한다면 배우별로 조금씩 느낌이 다를 순 있지만 복수라는 감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의 숙제는 이 드라마의 대본을 차근차근 잘 따라가는 것이에요. 벤허는 복수의 길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을 깨달아요. 벤허가 ‘내가 진짜 바라던 게 이런 삶이었나?’라고 생각이 전환될 때, 관객들이 공감해주면 저희는 성공한 거죠.
 
Q. 창작 초연이라 연습 과정에서 수정되는 부분도 많고 토론도 많이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연출님께 그런 얘기했어요. 창작이 이렇게 수월하게 가면 솔직히 겁이 난다고요. 창작 뮤지컬은 시행착오도 하고 내용을 뒤엎기도 하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이대로 공연 올려도 되나?’하면서 올렸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벤허>는 너무 순조로워요. 연출님은 창작뮤지컬 제작 과정에서 흔히 겪는 그 고통을 지난 3년 동안 혼자서 다 짊어지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몇 백 번씩 대본을 고치면서요. 배우들끼리는 이렇게 준비가 다 된 창작물을 한다는 데 대한 감사함이 있어요. 감사하면서도 어색한 그런 기분이랄까요. (웃음) 이미 다 다듬어진 채로 들여온 라이선스 작품보다 더 완성돼 있는 느낌이에요. 대사만 주고 받아도 캐릭터가 쉽게 파악될 정도니까요.
 
Q. 대본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네요. 그렇다면 넘버는 어떤가요?
연출님의 말을 빌리자면 ‘<프랑켄슈타인> 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넘버들이에요. 넘버 간의 연결성도 좋고 곡이 드라마에 잘 묻게 쓰여졌거든요. 그리고 여전히 배우를 힘들게 하는 엄청난 난이도의 노래들이죠(웃음). 그래도 너무 좋아요. 어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요. 음악감독님도, 저희 배우들도요.
 
Q. 그래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는데 액션신이 너무 많아서 다칠까봐 걱정돼요. 뮤지컬로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다 집어넣은 것 같아요. 검술, 전차 경주, 창술 등등 다양한 종류의 액션이 있어요. 메셀라와 검으로 싸우는 장면은 세 번이나 나와요. 연출님이 “더 리얼했으면 좋겠다. 싸우는 시늉이 아니라 진짜 싸움같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액션스쿨 출신 앙상블 친구들도 많이 도와줘서 합을 맞춰가며 연습하는데, 이제껏 했던 작품들에 비해 많이 다치고 있어요. 나무칼로 연습하는데도 이렇게 다치는데 진짜 칼과 창을 들고 합을 맞추는 무대에서는 얼마나 힘이 들지 내심 겁이 나기도 해요. 그래서 정말 더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메셀라 역을 맡은 배우 모두 연기도 잘하고 몸도 잘 쓰는 친구들이지만 다들 서로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고 격려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아침 11시부터 매일 무술 연습하고 동작을 반복하고 있어요. 검투사 경기신이 있는데 여태껏 그런 뮤지컬이 없었거든요. 검만 들고 싸우는게 아니라 방패까지 활용한 무술 장면은 이제껏 없었어요. 이게 생각보다 되게 살벌해요. 있는 힘껏 칼로 방패를 내려치면 제대로 방패로 막아도 그 충격이 엄청나요. 머리가 흔들리는 느낌까지 들거든요. 최대한 안전하게, 하지만 리얼한 합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쉬실 때 주로 프라모델 조립 같은 조용한 취미활동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어떤 취미를 하시나요?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런 취미활동을 하기 힘들더라고요(웃음) 조립 같은 걸 하고 싶어도 잠깐 눈 돌린 사이에 아이들이 다 망가뜨려 놓거든요. 집에 뭘 벌이지 않아요. 시간 나면 책 보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잘 안되고 있어요. 아빠로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책도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하고요. 구연동화하면서 발성 연습도 같이 하는데요, 연기를 넣어서 읽어주다 보면 목을 따로 풀 필요가 없더라고요.
 
Q. 벤허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  
작품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이 없다보니 많은 분들이 흔히 <벤허>하면 전차 경주 장면 정도 떠올리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고요. 대부분의 뮤지컬 팬 분들이나 일반 팬분들은 ‘벤허? 들어는 봤는데 재밌을까?’ 물음표를 떠올리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기존에 <벤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이미지와 2017년의 뮤지컬 <벤허>는 많이 다를 거에요. 진짜 재밌을 거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막 웃기다는 얘기가 아니라 ‘와, 재밌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될 겁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배경훈 (Mr.Hodol@Mr-Hodol.com)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