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작품” <나폴레옹> 한지상, 박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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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하지 못할 높은 산과 같았다” 배우 한지상과 박혜나는 하나같이 출연 중인 뮤지컬 <나폴레옹>에 대해 정말 힘든 작품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연습 과정 중 연출가가 교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배우들은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두 배우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관객들을 위해 멋진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기 때문. 결국 두 사람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제작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사히 첫 공연을 올리면서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나폴레옹의 명언을 떠올렸다는 한지상과 박혜나. 어느덧 공연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Q. <나폴레옹> 프레스콜 당시 한지상은 “매일같이 땀과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너무 어렵고 힘든 작품”이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준비하면서 어떤 점들이 그렇게 힘들었나.
한지상(이하 한) :
연습 과정 중에 연출가가 교체되면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다. 갑자기 이른 시간 안에 퍼즐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받은 느낌이랄까. 결국 모든 배우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했다. 해야 할 역할들이 많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부담감이 컸었다.

박혜나(이하 박) : 하지만 지나고 보니 좋은 경험인 것 같다.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속상하기도 했었지만, 그 덕분에 동료들 간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리고 지상 씨가 말한 주인의식 때문에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첫 공연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보람을 느낀다.

Q. 힘든 터널을 지난 끝에 만들어진 <나폴레옹>은 어떤 작품인가.
한 :
우리가 잘 아는 역사 속 인물,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과 권력, 크게 두 덩어리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 사이를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외국의 역사이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갈 만한 스토리다. 욕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성취하기도 하고, 그걸 다 잃어 보기도 하고. 살면서 누구나 겪는 경험 아닌가.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기도 하고.

박 : 맞다. 특히 보시는 분들은 눈과 귀가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화려했던 나폴레옹의 황제 시절부터 쓸쓸한 노년의 모습까지 보다 보면 나폴레옹이 활동했던 그 시기, 그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는 말이 흥미롭다. 지난 제작발표회 때도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닿은 점이 많다고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
인간이라면 누구나 권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투표를 통해 그 권력을 쥐여주고. 그렇다 보니 권력을 가진 자, 리더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다. 얼마 전까지 벌어졌던 사회적 이슈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권력에 대한 야망이 있었던 나폴레옹이 리더가 되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겠더라. 어떤 점은 본보기로 삼고 싶다가도, 어떤 점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보고 나면 관객들이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Q. 작품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어제 작품을 다시 보니 개막 직후 공연과 조금 달라진 점들이 있더라. 사라진 씬도 있고.
한 :
배우로서 어떻게 100% 만족할 수 있겠나. 초연이다 보니 물론 아쉬운 점이 조금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개막 후 일부 장면들을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발전 가능성이 더 큰 작품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객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나가겠다.

Q. 두 사람 다 정말 이 작품을 사랑하는 것 같다.
박 :
재연이 올라온다면 더 완벽한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더 애착이 가는 느낌이다.

한 :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나폴레옹의 이 한 마디가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큰 설렘과 굳센 의지를 만들어줬던 한 마디인 것 같다. 계속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힘인 것도 같고.
 
Q. 나폴레옹이란 복잡한 인물을 연기할 때 처음에 어떻게 해석했나. 영웅이기도 하지면 독재자로 평가받기도 하지 않나.
한 :
누구나 인생엔 굴곡이 있지만, 나폴레옹은 굴곡이 유난히 심한 인물 같다. 시골 출신에서 황제가 되기까지의 여정에서 나폴레옹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우선 잘 살펴봤다. 권력이란 게 무엇이고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말이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개연성 있게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특히 나폴레옹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을 인간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도 상대에 따라, 자기의 역할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듯이 나폴레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국 나폴레옹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Q. 나폴레옹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먼저 드나?
한 :
참 피곤하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나폴레옹은 자기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는 성격이다. 역사책을 보면 잠을 그렇게 안 잤다고 하더라. 그도 그럴 것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보통 일이 아니지 않나. 그리고 불도저 같은 성격 임에도 참 꼼꼼하고 세심한 것 같다. 그가 가진 양면성에 조세핀도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Q. 나폴레옹 성격 못지않게 한지상도 캐릭터를 살린 디테일 연기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나폴레옹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신경 쓴 디테일이 있다면?
한 :
우선 나폴레옹은 시골 출신인지라 콤플렉스 덩어리다. 콤플렉스가 나폴레옹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 귀족들을 많이 따라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귀족들이 왈츠 추는 모습이라든지, 부채질하는 모습 등을 연기할 때 나폴레옹이 어깨 넘어 귀족들의 모습을 배우려고 하는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다. 탈레랑을 자주 응시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에 하나다. 일종의 멘티-멘토의 관계이기 때문에 (물론 나중에는 원수가 되지만) 보면서 배우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탈레랑과 아이컨택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묘한 감정이 생길 때가 있다.

또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나폴레옹이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끼는 점을 손을 통해 표현했다. 손은 힘과 권력을 상징하지 않나. 나폴레옹을 연기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자꾸 손을 쳐다보면서 ‘나의 힘은 몇 점쯤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아직 내가 힘이 없으니깐 조세핀을 좋아하지조차 못하게 하는구나!’ 이런 감정도 느끼게 되고. 의도하지 않지만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는 것 같다.

Q. 나폴레옹이 진정으로 원했던 가치는 뭐였을까.
한 :
처음에 나 역시도 헷갈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결국 나폴레옹은 ‘원하는 것은 쟁취한다’라는 신념을 자신의 가치로 내세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다 보니 그걸 다 이루기 위해 더 집착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이 때로는 사랑이 되기도, 권력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Q. 박혜나는 조세핀이 어떤 인물이라고 느꼈나?
박 :
생명력이 강한 인물인 것 같다.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강하고,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사람이랄까?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 충분히 될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화류계에서 꽃이 되고, 황제의 아내가 되기까지 버텼던 그녀에겐 뭔가 다른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바로 생명력 아닐까.

Q.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귀족 출신도 아닌 나폴레옹을 택했을까?
박 :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촉? 힘이지 않았을까. 누가 강자가 될지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동물적인 감각으로 나폴레옹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처음에 나폴레옹을 마주하는 장면에선 ‘아무도 못 알아보는 위대한 골동품을 혼자 발견한 느낌’으로 연기하려 한다. 잘 될 사람인 걸 나만 알아본다는 느낌으로.

Q. 조세핀은 끝까지 나폴레옹을 사랑했을까.
박 :
역사책에선 조세핀이 나폴레옹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그가 아주 힘들었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조세핀은 사실 사랑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 같다. 그래서 나폴레옹이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더욱 갈구했던 것 같고. 오히려 자기애가 강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한 : 영화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가 상류층들과 달리 침 뱉는 방법을 알려주는 색다른 모습에 케이트 윈슬렛이 반했던 것처럼 조세핀도 마찬가지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모습에 신선한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Q. 박혜나 하면 섹시함 보다는 우아함이라는 수식어가 더 먼저 떠오른다. 팜므파탈 캐릭터 조세핀을 연기하는 건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박 :
그런 이유에서 조세핀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억지로 섹시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진 않으려 했다. 그녀는 그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 살아나갈 방법 중의 하나로 그런 모습을 택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연기를 하다 보면 해보지 않은 역할에 대한 두려움은 생긴다. 하지만 그 부분에 집착하다 보면 해야 할 것들을 못할 수도 있으니, 내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은 무대에서 ‘내가 조세핀이다’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
 
Q.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
박 : 한지상이란 배우랑 할 때는 너무 섬세하게 다 챙겨주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몫이 없을 정도다. 무대 위에서 흐르는 에너지를 거의 이 친구가 다 메워준다. 그래서 정말 너무 편해서 맡기는 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 친구에게 챙겨줄 건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 : 혜나 씨와의 호흡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신뢰감인 것 같다. 원래 무대 밖에서도 친한 친구기 때문에 그 호흡을 무대로 이어가면 된다. 매력적이고 신뢰감이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 역시 그냥 맡기고 가면 된다.

Q. 10년 넘게 활동하는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박 :
감사하게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좋은 인간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부족한 점을 깨닫고 끊임없이 연습하면서 평생 배우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무대에 서고 싶다. 관객들에게는 한 무대, 한 무대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역할을 떠나 내가 맡은 역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

한 : 계속 증명해내는 게 목표다. 내 안에 모든 걸 다 끄집어낼 수 있을 때까지 나란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무대를 통해 증명하고 싶다. 그걸 앞으로도 계속하지 않을까. (기자 : 그 증명의 끝은 어딜까?) 그 끝은 나도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아주 길게 하고 싶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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