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시니어벤져스’ 모였다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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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인생 총 422년, 평균 나이 68.2세. 오는 7월 12일 무대에 오르는 연극 <햄릿>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설명하는 숫자다. 권성덕을 필두로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등 아홉 명의 연극계 대표 배우들이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한 무대에 모인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마이 디어 프렌즈>가 김혜자, 신구, 나문희, 고두심 등 ‘시니어벤져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면, <햄릿>에는 연극계 ‘시니어벤져스’가 총출동한 셈이다.
 
이해랑 탄생 100주년…”진솔한 연기 하라는 선생 뜻 기억”  
이번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故이해랑과 연극을 했던, 이해랑 연극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배우들이다. 한국 연극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해랑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박명성 프로듀서,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등 쟁쟁한 스텝들도 뜻을 모았고,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이 함께 제작에 나섰다.
 
1962년부터 故이해랑으로부터 ‘걷는 법과 말하는 법’을 배우며 배우로서 새로 태어났다는 전무송은 “선생께서는 생전 배우들에게 ‘느껴서 해라’ ‘내면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진솔하게 느껴서 연기하라는 것이 선생님 말씀의 근본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고,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이해랑 선생은 우리 국립극장의 역사를 함께 하신 분”이라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되새겼다.
 
처음 연극하는 기분…나이는 고정관념일 뿐”  
<햄릿>의 배우들은 이번 공연에서 단일 캐스팅으로 27회의 무대를 책임진다. 박정자가 오필리어의 아버지 플로니어스를, 김성녀가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를 맡는 등 성별을 초월해 역할을 맡았고, 이외에도 단역과 앙상블을 병행하며 1인 다역으로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오랜 연기경력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연극하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호레이쇼 역 김성녀는 “이성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연습실에서는 늘 감상에 젖어있다. 평생 무대를 지켜온 선배들이 진지하게 리딩하는 모습을 볼 때 눈물이 찔끔찔끔 나면서 묘한 전우애를 느낀다. 이런 작업은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특별한 감회를 밝혔고, 박정자는 “(홍보물에 쓰인) ‘연극계의 거장’이라는 표현이 많이 짐스럽다.”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필리어 역 윤석화는 “처음엔 선배님들 앞에서 실수라도 하면 너무 부끄럽고 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배우들 중 막내 뻘인 그는 “다들 너무 열심이라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진다 싶으면 앞에 나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며 뜨거운 연습실 분위기를 전했다.
 
평균나이 68.2세의 배우들이 햄릿, 오필리어 등의 유명한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낼지도 주목된다. “지금 나이에 이런 역할을 맡아도 되나 싶어 부담스러웠다.”는 햄릿 역의 유인촌은 “나이는 일단 다 잊어버리기로 했다. 마치 연극을 처음하듯 정열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고, 햄릿의 어머니 거투루드로 분하는 손숙은 “나이는 고정관념 같다. 외국을 봐도 배불뚝이 오셀로, 머리가 다 까진 햄릿이 있다. 고정관념은 버리고 보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예술’ 그대로 보여주는 무대…무대 위 600석의 객석 제작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모인 만큼, 연출과 무대도 이들의 연기에 초점을 맞춘다. 손진책 연출은 “연기만 갖고 승부를 해도 될 것 같아 가능한 부속적인 것을 제거했다.”고 전했고,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역시 “이번 무대의 컨셉은 ‘연기’다. 연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무대 위에 600석의 객석을 만들고, 무대를 삼면으로 둘러싸게 했다. 배경은 평면화되는 반면 공간과 배우는 입체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덴마크의 왕이자 햄릿의 삼촌 클로디어스로 분하는 정동환은 “이번 연극은 우리 나라에서 이제까지 셰익스피어를 접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셰익스피어를 접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햄릿>은 오는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단 27회 만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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