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 "솔직한 음악 만드는 작곡가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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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상영관임에도 화제를 모았던 영화 <위플래시>, 각종 패러디까지 양산하며 350만 명을 돌파한 화제작 <라라랜드>의 중심에는 감독 데이미언 셔젤과 또 다른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다.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감성을 툭툭 건드리는 재즈 음악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의 시상식에서 각종 음악상을 휩쓴 그는 오는 10월 내한해 처음으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바로 내달 7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음악축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을 통해서다. 이번 축제에서 그는 <라라랜드> OST에 직접 참여했던 재즈 밴드를 지휘하며 영화 속 감동적인 음악을 생생하게 라이브 연주로 들려줄 예정이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내한을 앞둔 저스틴 허위츠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라라랜드 OST에 참여했던 밴드와 함께 라이브 무대를 펼치는 건 이번 한국 공연이 세계 최초라고 알고 있다. 혹시 관객들이 귀 기울이고 들어줬으면 하는 곡이 있다면?
몇몇 재즈 멤버들과 공연을 했던 적은 있었지만, <라라랜드> OST에 참여했던 풀 밴드가 공연을 펼치는 건 처음이다. 영화 속이 아닌 현장에서 멤버들과 함께 풀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게 되어 나 역시 설렌다. 모든 곡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주인공들이 감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티 오브 스타스’나 ‘오디션’ 같은 곡들이 더 애정이 간다.

Q.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위플래시>, <라라랜드> 두 영화 모두 한국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한국을 방문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또한 낯선 장르의 음악임에도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관객들이 보내준 관심과 사랑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올린 멋진 <라라랜드> 커버 영상도 많이 봤다. 정말 많은 감동을 했다. 아마 한국 관객들이 우리가 중요시했던 영화의 드라마와 음악의 감정적 시너지를 잘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정말 놀라운 일이라 생각한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기대된다. 미국에서 한국 음식점을 찾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그 외에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멋진 곳들을 방문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갔으면 좋겠다.
 
Q. 저스틴 허위츠에게 음악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같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예술가 집안의 영향을 받은 건가. (저스틴 허위츠의 아버지는 작가, 어머니는 발레리나 출신이다.)
아마 여섯 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시작한 것 같다. 어린 마음에 하다가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를테면 스포츠 같은?) 그건 오히려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피아노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만두지 않은 게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음악학도였던 걸로 아는데, 재즈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혹시 재즈가 아닌 다른 장르 가운데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
하버드 재학 당시에는 주로 클래식 현악 4중주 등을 작곡했었다. 그러다 영화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즈를 공부하게 됐다. 보스턴의 멋진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 레코딩을 하다 보니 재즈의 매력은 정말 대단하더라. 상상도 못 했던 즉흥연주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그때부터 재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 됐다. 즉흥적이고,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을 때 탄생하는 마법 같은 재즈 특유의 느낌이 정말 좋다.

물론 재즈가 아닌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많아 가리지 않고 즐겨 듣는 편이다. 대학 시절 데이미언(<위플래시>, <라라랜드>의 감독, 두 사람은 하버드 대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친구 사이다.)의 추천을 받아 뮤지컬 음악도 종종 들었고, 비틀즈, 비치 보이즈 등 다수의 팝 아티스트의 음악도 사랑한다. 또한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종종 듣는다.

Q. 평소 당신의 곡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음악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떻게 떠올리나?
음악의 멜로디를 구상할 때는 피아노 한 대로 시작한다. 그 후에 다른 악기를 얹혀 작곡을 하는 편이다. 데이미언과 함께 작업할 때는 초기 아이디어나 방향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셰르부르의 우산>, <로슈포르의 연인들> 같은 명작을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주로 오랜 시간 피아노 앞에 앉아 계속 음악작업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공감이 되는 멜로디나 분위기의 음악을 찾게 되더라. 가끔은 힘들기도 하지만, 결국 데미언과 나, 둘 다 좋아하는 멜로디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Q. 영화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사실 시작은 데이미언 덕분이었다. 데이미언이 자신의 영화에 내 음악을 써주길 원했고, 계속해서 그와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음악 작곡가가 됐다. 그의 영화에선 영상이나 대본만큼이나 음악이 스토리텔링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보니, 작업하는데 시너지가 더 크게 발휘한 것 같다.

Q.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는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 두 사람이 서로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데이미언과는 하버드 대학 동기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났다. 클래식 음악 전공이었던 내게, 영화학을 전공한 데이미언은 참 배울 점들이 많은 친구였다. 아마 서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데이미언을 통해 재즈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세상을 보는 눈도 더 넓어졌다. 특히 음악에 대해 깊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데미안의 연출력 덕분에 곡 작업을 할 때 더 열심히 심혈을 기울여서 한다. 큰 힘이 되는 친구이자 동료다.

Q. <위플래쉬>에선 드럼을, <라라랜드>에서는 피아노를,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에서는 트럼펫을 주 악기로 삼아 영화 음악을 선보였다. 혹시 또 다음 작품에서 어떤 악기를 주 악기로 삼고 싶은가? 혹시 재즈 사중주 중 나머지 하나 남은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를 기대해봐도 될까?
솔직히 말하자면, 재즈 영화를 다시 만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선 재즈가 아닌 다른 음악을 할 것 같다. (저스틴 허위츠는 현재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신작 <퍼스트 맨>을 작업 중이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닐 암스트롱을 다룬 이번 작품을 위해 현재 그는 일렉트로닉 음악 등을 배우고 있다.) 물론 재즈를 만드는 건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고, 놀라운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아무쪼록 우리가 작업했던 세 편의 재즈 영화들 덕분에 재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Q. 혹시 뮤지컬 음악감독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라라랜드>가 뮤지컬로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다면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 하지만 현재로선 영화에 더 집중하고 싶다. 드라마틱한 음악이 깔린 영화를 작곡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은 더 큰 것 같다.

Q. 꿈꾸는 것을 좋아하는 몽상가라고 들었다. 앞으로 또 꿈꾸고 있는 것이 있다면?
2010년에 <라라랜드>를 제작하겠다고 꿈을 꿨을 때, 누군가에게는 헛된 상상으로만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침내 우리는 그 꿈을 이뤘다. 우리가 상상했던 이야기를 실제 스크린으로 올리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그 꿈 말이다. 앞으로도 멋진 영화에 솔직한 감성을 담은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로 마음껏 꿈꾸며 살고 싶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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