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에 들려준 감성 짙은 명대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미니 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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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월요일 저녁,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에서는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배우들이 직접 주요 장면의 대사를 읽어주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미니 낭독회가 진행된 것. 이날 이벤트 추첨을 통해 선발된 40여 명의 관객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등 열띤 반응을 보였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다리가 불편한 쿠미코와 대학을 갓 졸업한 츠네오 간의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 2003년에는 영화로도 개봉되며 많은 마니아를 양산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쿠미코 역의 최우리, 문진아, 이정화와 츠네오 역의 김찬호, 백성현 등은 설레는 마음으로 관객들을 만나 페어별로 작품의 주요 대사들을 직접 들려주었다. (츠네오 역의 서영주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로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가장 먼저 낭독에 나선 최우리와 백성현 페어는 쿠미코가 보고 싶어하던 책을 츠네오가 직접 찾아서 읽어주는 장면을 들려줬다. 공연하듯이 읽어달라는 관객들의 요구에 백성현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실감 나게 감정을 실어 연기했다.

“언젠가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일 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문진아와 김찬호 페어는 쿠미코와 츠네오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게 되는 장면을 들려주어 관객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특히 두 사람은 “본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임에도, 이번 낭독회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씬”이라고 밝혀 박수갈채를 받았다.

“관리인나 영화 보고 싶어. 영화관에 데려가 줄 수 있어?” “응.” “나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도 보고 싶어. 수족관에서 물고기도 보고 싶어.” “응.” “다 해줄 수 있어?” “응.” “왜?” “조제니까.”
 
이정화와 김찬호 페어는 이별을 예감하고 떠나는 여행에서 쿠미코가 자신의 속 얘기를 털어놓는 장면을 낭독하며 관객들을 깊은 감성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정화는 “너무 행복해서 지금 죽여달라는 말이 정말 진심으로 와 닿았다”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공연을 하는 지금이 딱 그렇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언젠가는 츠네오 너도 날 떠나겠지. 그리고 네가 떠난 후에도 시간은 흐를 거야.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건 죽음 같아완전한 행복은 시간이 멈춘, 죽어야만 가능한 것…우리는 물고기. 하얀 파도. 죽어버린 존재들죽은거야츠네오. 지금 날 죽여줘하얀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저 파도들처럼. 내가 너를 간직할 수 있게
 
한편, 미니 낭독회가 끝나고 배우들은 작품을 보며 관객들이 사전에 남겼던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현장에서 오간 질문들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Q. 영화와 소설에 없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정화 :
소설보다는 영화와 많이 비교하면서 보실 것 같다. 영화는 클로즈업을 통해 배우들의 표정을 세심하게 볼 수 있다는 점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이 이어지다 보니, 영화가 놓칠 수 있는 장면 사이 사이의 감정들을 밀도 있게 보여줄 수 있다. 그게 연극만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Q. 다리가 불편한 조제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최우리 :
연습 당시 모니터를 하면서 알았는데, 놀라거나 소리를 지를 때 나도 모르게 발을 움직이더라. 연습실 막바지엔 쿠미코 역할을 맡은 배우들끼리 서로 꼼꼼하게 체크를 해주면서 디테일한 움직임까지 신경 쓰려 했다.

문진아 : 또 유모차(휠체어)가 딱딱하다 보니 나름대로 앉아 있을 때 고충도 있다. 연습하면서 멍이 많이 들었다.

Q. 츠네오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생각하는 나만의 강점은?
김찬호 :
츠네오 역할을 맡은 세 배우 중 나이가 제일 많다. 하지만 극 안에서는 가장 귀여운 츠네오가 아닐까 싶다.(웃음) 귀여움을 부각해서 연기하고 있다.

백성현 : 아무래도 츠네오의 감성을 연기하기에 가장 적절한 나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주는 ‘조제 호랑이’ 속 감성을 이제 막 겪는 나이고, 찬호 형은 충분히 많이 겪었을 것 같다.(웃음)

Q. 극 중 인물과 자신이 닮았다 생각한 순간은 없었나?
최우리 :
쿠미코가 급작스럽게 ‘버럭’할 때 가장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극 중에서 쿠미코가 츠네오에게 ‘나 기분이 너무 좋아서 기분 나쁘려고 해’라는 말을 하는 장면 같은 부분 말이다. 연애하면서 실제로 그런 말을 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공감이 되더라.

Q. 실제로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가 어떨지 궁금하다.
문진아 :
누구에게나 이별은 참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끝을 알면서도 정말 온몸을 바쳐 사랑하는 츠네오와 쿠미코의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더라. 조제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모습을 다 내어주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배우들은 이날 행사를 마치면서 “감성이 짙어지는 가을이랑 딱 어울리는 연극”이라며 “지난 추억들을 다시 한번 꺼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남겼다. (이날 행사 생중계 영상은 플레이디비 페이스북 페이지 보고싶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오는 10월 29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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