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스런, 이상한 작품, 서울예술단 신작 <꾿빠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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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무대도, 객석도 없다. 관객 주변을 에워싸며 춤을 추던 배우들은 이내 관객 사이 사이를 헤쳐 다니며 쉴새 없이 움직인다. 바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에서 펼쳐진 모습이다.

서울예술단이 지난 21일  종로구 CKL 스테이지에서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 프레스콜을 개최했다. 전막 시연으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선 이상 역을 맡은 배우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과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함께 90분 동안 무대를 꾸몄다.

<꾿빠이, 이상>은 서울예술단의 2017년 신작으로, 천재 시인 이상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이상의 삶과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오세혁 작가, 오루피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등 실력파 제작진이 힘을 모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이상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모호함을 이머시브 공연(무대와 객석을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는 형태)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관객 전원이 가면 착용하는 독특한 구성
기승전결 없는 서사구조에 '호불호' 갈려


이머시브 공연인 만큼 독특한 무대 연출은 눈길을 끌었다. 시작도 남달랐다. 100여 명의 관객은 사전에 나눠 받은 특이한 형태의 가면을 착용한 뒤에야 배우들과 어울려 공연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해진 자리는 없다. 자신의 얼굴을 찾는 이상이 깨어나면 배우들의 안내에 따라 자유롭게 무대 곳곳에 걸쳐 앉는 방식이다.

공연의 진행 방식도 기존 형태의 공연과는 다른 파격의 연속이었다. 극 시작부터 끝까지 퇴장 없이 공연장 곳곳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중간중간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가 하면, 공연 소품으로 사용되는 양갱을 갑자기 객석에 나눠주기도 한다. 또한 대사와 안무, 노래 역시 기존 작품의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신선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산만하다'는 반응도 나오는 등 관객들의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다.
 
기존 작품 공식 타파한 공연
가장 예술가 이상답게 만든 작품


일반 관객들과 함께한 전막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루피나 연출은 이러한 반응을 예상한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기존 작품의 공식을 답습하지 않고자 했다. 각 씬마다 노래와 춤, 내레이션, 연기 등 해당 씬에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다 보니 지금의 이머시브 형태의 작품이 됐다. 작업하면서 힘들었지만 온전하게 창작할 수 있다는 기쁨에 행복했다.”

각색과 작사를 맡은 오세혁 역시 “가장 예술가 이상답게 만들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소감을 밝히며 90여 분간 펼쳐진 무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성수 음악 감독은 “관객들이 입장하고 5분 안에 나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이상의 시가 가진 불규칙한 특성들을 살려 음악에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꾿빠이, 이상>의 원작자 김연수는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소감을 이어나갔다. “이상을 다룬 여러 작품을 봤을 때 아쉬움이 많았다. 삶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이상 문학의 본질을 파고들길 바랐다. 그 의도를 가지고 <꾿빠이, 이상>이란 소설을 썼었는데, 그 의도를 제대로 표현해준 것 같아 원작자로서 기쁘고 감사하다”
 
이상 맡은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
"작가 의도 분석하기보단 보는 그대로 해석하길"

이번 작품에서 이상 역을 맡은 세 배우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은 따로 무대에 서지 않고, 동시에 무대에 올라 각자 이상의 육체(최정수), 감각(김호영), 지성(김용한)을 표현한다.

최정수는 “이상을 연기하면서 내가 누군지 헷갈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르듯, 나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여러 사람과 접촉을 해보며 진짜 내가 누구인지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김호영은 “도전의 아이콘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떤 뒤 “이상의 작품이 가진 난해함 때문에 공연도 어렵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공연이 아닌 갤러리에 4D 전시를 보러온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남겼다. 또한 “어떤 작가의 의도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저 보고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예술단 측은 “익숙하진 않을 수 있겠지만 예술을 위해 실험적 작업을 하는 것은 공공성 측면에서 국립 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은 오는 30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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